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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08  대만여행기 3편 - 먹거리의 천국 야시장 4
  2. 2010.01.06  2009 서울연형전시회 사진 #5 8
  3. 2010.01.05  대만여행기 2편 - 타이베이시 돌아보기 16
  4. 2010.01.04  대만여행기 1편 - 숙소에 짐풀고 나서기 13
  5. 2010.01.04  아직은 눈이 좋습니다 10
  6. 2010.01.03  2009 서울인형전시회 사진 #4 2

어디서나 서민들의 꿈 복권.

타이베이 중앙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솽렌 역으로 발걸음을 옮긴 이유는
가이드북에서 대만 가면 꼭 먹어봐야 된다는 기막힌 고구마 과자가 있다고 해서였습니다.
어떤 할머니가 역 근처에서 파신다는데 맛이 어마무지하다고 해서.


그런데 결국 찾아도 찾아도 보이지 않는 할머니... ㅡㅡ;
너무 많이 걸어가는 바람에 중간에 예정에 없던 조그만 야시장에 당도했습니다.
관광지는 아니고 그냥 이름없는 조그만 야시장인데 관광객인 저한테는 좋은 볼거리였죠.


형님의 손가락이 형수님의 엄한 곳에...
저래 줘야 사진찍는 맛이 나죠. 밍밍하게 서 있는것보다 낫습니다.


곧이어 형수님도 반격을 시작하는군요.


과연 대륙의 후손들답게 생전 처음보다는 다양한 먹거리들이 즐비했습니다.
가끔 썩은 두부의 강렬한 공격때문에 커다란 데미지를 입기도 했지만 꾹 참고 빠져나왔네요.
한 바퀴 쭈욱 돌아보고 그나마 먹기에 문제없을 듯한 게다리 튀김을 좀 사서 먹었습니다.

양이 별로 되지 않을줄 알았는데 막상 가위로 잘라서 튀겨주니 상당히 많더군요.
대만처럼 먹거리가 다양한 곳에서는 조금씩 여러가지를 먹어야 하는데 이걸로 배가 좀 힘들어졌습니다.
맛은 그냥저냥한 게다리 튀김이네요. 너무 독특한 걸 먹으려니 냄새가 겁나고, 알만한 걸 먹으니 너무 알만해서 그닥...


고구마 파는 할머니는 결국 못찾았습니다.
가이드북을 원망하며 일행은 대만 최대의 야시장인 스린으로 향합니다.

대만 전철을 타는데 매우 유용한 EASYCARD도 수고했으니 한 컷.
한국 돈으로 2만원가량 하는 이 카드는 돌아갈 때 남은 금액을 포함한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합니다.
3박 4일 정도의 여행이라면 이 카드 하나로 웬만한 일정이 소화 가능하기 때문에 여행자들의 필수 아이템이죠.


스린 야시장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관광지로, 관광객들이 대만을 느끼기에 최적의 환경이죠.
한국에서도 재래시장이 인기가 많은 것과 마찬가지.

과연 식사의 대부분을 밖에서 해결한다는 대만답게 엄청난 인파가 줄지어 시장으로 빨려들어갑니다.
이 골목 옆에는 거대한 시장 건물도 있는데, 거의 백화점급의 건물 전체가 먹거리 시장이라더군요.
이미 배는 충분히 불렀고, 그곳 역시 인파로 바글바글할 테니 지칠대로 지친 일행은 그냥 이곳 거리만 돌아봅니다.

남대문 시장에 온갖 일본어가 난무하듯이 이곳에서도 주 관광객은 일본인인듯. 오른쪽에 일본어가 보입니단.


스린 야시장은 인파에 밀려 거의 무빙워크급으로 차근차근 이동할 수밖에 없더군요.
그것도 골목이 일직선이 아니라 개미굴처럼 여러갈래로 뻗어있기 때문에 자칫 일행과 떨어질 수도 있으니 아이와 함께라면 조심.

안 파는 음식, 안 파는 물건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양한 종류를 자랑합니다.
가격도 시장이라는 특색 상 싼 편이고, 진품이라고 적어놨지만 그것 역시 시장이라는 특색 상 못믿겠네요. ^^
느긋하게 둘러볼 수 있을만큼 만만한 인파가 아니리 사진 찍기도 참 힘들었습니다.

중간에 조그만 사찰이 있어서 사진 찍으며 휴식을 취했네요.
대만 최고의 사찰이라는 용신사는 아닙니다. 스린야시장에서 가깝긴 하지만 이곳은 그냥 자그마한 사찰.


중국이나 대만의 사찰은 무지하게 화려하더군요.
기하학에 가까울 정도로 복잡하고 세밀하게 장식된 지붕이나 기둥, 벽 곳곳에 새겨진 신수들의 조각상들.

사찰 내부엔 돌맹이 가지고 운세를 볼 수도 있지만 방법을 잘 몰라서 그냥 구경만 했습니다.
관우임에 틀림없게 보이는 인물상도 보이고, 공자로 보이는 인물의 초상화도 있고...
전통 불교와는 거리가 있어보이지만 대만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런 사찰은 생활 깊숙히 자리잡고 있는 것 같더군요.


그나마 인파로 발디딜 틈이 없던 야시장에 비해 한산한 곳이라
숨도 골라가며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인파 속으로 다이브.


시장 골목을 이리저리 후벼파다가 우연찮게 발견한 빙수집.
가이드북에도 나와있고, 대만에서는 꽤나 유명한 집이랍니다. 날도 덥고 피곤하고 해서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으로 들어갔네요.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아서 한자 덩어리인 메뉴판을 보고 한참 고심한 끝에 적당적당히 주문을 끝마쳤습니다.
저는 옆사람들이 먹는거 보고 맛있어 보여서 주문한 메론맛 빙수.

엄밀히 말하자면 빙수라기보다 우유를 얼린 후 아주 부드러운 조각으로 갈아서 만듭니다.
얼음처럼 씹히지 않고 눈처럼 아삭아삭한 느낌이네요. 메론 시럽이 무지하게 달아서 아찔했지만 시원한게 맛있었습니다.


형수님은 생딸기. 형님은 사진 배경에 보이는 진짜 팥빙수.
원래는 가게 내부에 걸려있는 사진을 보고 주문하려고 했지만 사진 색이 바래버려서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네요.

이미 주문 다 끝난 후에 메뉴판을 정독하고 이건 뭐고 이건 뭐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그나마 주문한 메뉴와 메뉴판을 대조하고 나서야 해독할 수 있었으니 때늦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죠.
유명세에 비해서 무지하게 맛있다고 평가할 순 없지만 덥고 지칠 때 앉아서 퍼먹으면 시원하게 좋습니다.


돌아다니다 먹고 돌아다니다 먹고를 반복하다보니 배가 너무 불러서 더 먹지도 못하겠고...
조금 건성건성으로 돌아다녔지만 스린 야시장의 분위기는 충분히 파악했으니 숙소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밤 11시 반쯤 됐는데, 새벽부터 비행기타고 강행군을 하느라 다리가 욱신욱신하네요.

허름하지만 온천 하나만은 자랑할 만한 아타미 호텔의 욕조는 나무판대기를 이어 만든 전통 욕조라
별로 청결하지 않은 듯 해서 조금 망설여졌지만 온천을 만끽하기 위해 물 받아서 들어가 봤습니다.
과연 대만에서도 유명한 온천답게 아주 뜨끈뜨끈한 것이, 찬물로 식히지 않으면 발도 못담글 정도네요.

몸을 푹 고아서 찌든 때와 피로를 씻어낸 후 일본어 방송을 시청하다가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배게 하나를 이용해 다리를 좀 올려서 잠을 청했습니다. 다리가 피로할 땐 이 방법이 잘 듣더군요.
대만여행 사진도 올려야 되고
작년부터 생각만 하고 있는 일본 자전거 여행기도 써야 하는데
백수가 세상에서 제일 바쁜게 맞긴 맞네요. ㅡㅡ;


숨인형교실


이제 좀 독특한 느낌의 부스가 나오기 시작한다는 느낌입니다.
아이들이 보고 좀 놀라지 않을까 걱정되는 인형이네요. 포인트는 입술의 붉은 액체와


아마 바람피운 연인이 아닐까 생각하는 발 밑의 저것.
여자사람분이 저 사람 꽤나 좋아한 듯?


시판되는 일반적인 구체관절인형보다는
역시 이런 느낌의 인형이 제가 갖고 있던 이미지와 어울립니다.

작년에도 말했지만 저한테 인형이란 기본적으로 공포라는 이미지를 나타내고 있어서.


입은 웃고 있는데 왠지 섬찟해 보이는 이런 느낌도 좋습니다.
고스로리라고 하나요? 예전 대학 다닐때 학교에 맨날 이런 차림으로 등교하시는 분이 있었는데
굉장히 보기 좋았습니다. 일률적인 브랜드에 휩쓸리지 않는 느낌이.


화려한 모자와 회색빛 나체의 조합이라
이 쪽 부스가 대체로 이런 느낌이라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듭니다.
상업적으로는 얼마나 잘 팔릴지 모르겠지만.



바디 표현이 섬세합니다.
조금 음침하지만 편안해 보이는 느낌의 인형이네요.


물론 이 부스에는 이런 평범한 인형들도 많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옷이 독특하군요.


인형은 역시 눈을 감고 있을때가 제일 어울린다는 느낌.


방금 전 입가에 빨간 액체를 묻힌 인형을 보고 난 터라 저 인형의 뺨에 묻은것에 대해서도
조금 이상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군요.

어제 아이즈 와이드 셧을 봐서 그런가 제 머릿속 변환루틴이 조금...


휴쥬


특이한 인형도 봤겠다 이번엔 극히 정상적인(?) 인형 부스를 구경해보죠.
아이들이 갖고놀기엔 꽤나 고가지만 그래도 선물로 사주면 꽤나 좋아할만한 귀여운 인형.


델마와 루이스가 그렇게 만든 건 아니겠지만
어째 오픈카를 타고다니는 여성들들은 도도하고 강인해 보이는 듯.


대량생산되는 인형들의 얼굴엔 개성이 잘 나타나지 않아서 조금 밋밋합니다.


작년에 비해서 소품이나 포즈 배치도 별로 인상적이지 않고...


제가 일부러 그렇게 찍은 건 아니지만 거의 똑같은 얼굴 표정에 테디베어 소품...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사진이 매너리즘에 빠져서 그런지 뭔가 특징이 잘 안 느껴집니다.


그나마 이 부스에서 제일 괜찮게 보이는 인형 첫번째입니다.
배경이나 소품이 적절하게 사용된 것 같네요.


느낌이 좋았던 인형 두번째.
역시 이런 인형들은 이미지가 중요한 거라구요 이미지가. (어느 애니메이션 대사 채용)


푸펜하우스 아카데미


작년에 이어 올해도 출품한 미니어쳐 부스.
그런데 대만에서 미니어쳐 박물관을 둘러보고 온 터라 자연적으로 비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비운의 부스.


대만의 미니어쳐 박물관이야 세계적으로도 알아주는 미니어쳐들의 집합소라서 비교당하는게 아쉽긴 하네요.
이곳 부스는 엄청난 내공까지는 아니지만 많은 아마추어분들이 정성껏 만들었다는 느낌은 충분히 풍깁니다.

다양한 소품도 판매, 전시중이고 배우길 원하는 사람들의 수도 꽤 많은 것 같아서 호응도는 높았습니다.


미니어쳐 박물관보다는 조광이 훨씬 널널해서 사진 찍기엔 참 좋았네요.

단순히 작고 디테일한 소품들에 감탄할 수도 있지만
이런 미니어쳐 작품들은 어느 인형보다 소품의 배치와 특징을 잘 살려야 하기 때문에
제작의 어려움보다 사물의 배치와 구도에도 엄청 신경을 써야 하는게 포인트입니다.


예를들면 이런 것.
모든 소품이 작고 귀엽기 때문에 사람의 눈이 빨리 익숙해져 버리면 밋밋해 보이기 쉬운 느낌을 보완하기 위해선
여러 소품중에서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 만한 포인트가 적절한 장소에 배치되어 있어야 합니다.

대만의 미니어쳐 박물관 작품들이 놀라운 퀄리티를 자랑하는 것은 그 디테일과 함께 이런 포인트를 아주 잘 활용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나쁜 의미는 아니지만 평범한 수준의 미니어쳐는 이런 느낌.
전부 아기자기하고 잘 배열되어 있지만 너무 안정적인 느낌에 시선을 확 끄는 숨겨진 포인트를 찾기 힘듭니다.


아마 이곳도 초급~중급 수준의 미니어쳐였던걸로 기억하는데,
다양한 소품이 이리저리 널려있지만 그 사이에 뭔가 관람객에게 필이 꽂힐만한 무언가가 부족합니다.
왼쪽의 세일러 비너스(?) 인형이 좋은 포인트가 될 수 있었는데 디테일과 배치가 모자라네요.


덤으로 대만 미니어쳐 박물관 사진입니다.
어차피 여행기에 올리겠지만 그냥 비교를 위해서.

고픙스러운 주택 한 켠에 저렇게 새끼손톱보다 작은 소품 하나의 세밀함이
관람하던 사람들의 시선을 끌게 만드는 것이죠.


전체적으로 식료품점의 일상이 잘 표현된 작품이지만
구석 한 켠에 저렇게 우유를 쏟은 고양이의 모습이 하나 배치가 되면 작품 전체의 생동감이 살아납니다.


Blythe


한국의 유명한 완구회사 손오공 부스 중 한곳입니다.
기업 부스이다 보니 일정 이상의 퀄리티와 함께 조금은 획일화된 느낌의 인형이 주를 이루네요.


붉은 눈에 트윈 테일이라... 이거 좀 무섭더군요.


기본적으로 전 대두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번들거리는 재질도 별로...


그래도 가끔 이렇게 눈길을 끄는 인형이 있습니다.
리메이크 되는 바람에 한국에서도 알고 있는 아이들이 많은 얏타맨. (한국명이 승리호였던가?)

제 나이보다도 오래된 77년작 애니메이션인데 일본에서는 당시 시청률 20%라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죠.


옆구리에 총이 없는게 아쉬울 뿐...


따뜻해 보이는 옷과 핑크색 머리칼이 잘 어울리는 인형입니다.
실제로 저렇게 코디하고 나가면 한국의 길거리와는 너무 안어울리겠죠?


연지


역시 손오공 부스입니다. 이곳은 전통 민속 인형들이 주류를 이루네요.


한국의 전통의상이야 그 화려함과 단아함이 공존하는 매력으로 유명하지만
어째 인형 얼굴이 별로 한국틱하지 않아서 바비인형 한국버전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그래도 한복의 디테일은 굉장합니다. 개인이 작업하기엔 힘들 정도로 신경을 쓴 느낌이 나는군요.


이쪽 부스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인형.
구도나 색상이 의도한 대로 나와주어서 기분이 좋더군요.
한국의 전통무용 중에서도 승무를 개인적으로 가장 높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국 비스크돌협회


작년에 멋진 작품들을 많이 선보였던 부스입니다.
소홍 비스크돌과 거의 궤를 같이하는 곳이기도 하죠.


앤틱 풍의 인형 얼굴이 나와서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전 저런 얼굴이 좀 무섭네요.


어릴적부터 쳐키를 보고 살아서 그런지 이런 모습도 좀 무섭고...
전 인형에 대한 인식이 좀 삐뚤어져 있나 봅니다. ㅡㅡ;


사람을 별로 안좋아해서 그런가...
그건 둘째치더라도 인형의 저런 눈동자는 왠만한 호러영화 저리 가라네요.

의상의 디테일은 굉장한 수준인데 전 자꾸 인형의 눈에만 시선이 갑니다.


아니, 어째 유모차속 아이 눈도 왜 이리 호러틱하지!


아직 소홍 비스크돌 부스를 소개하지 않아서 비교는 어렵지만
같은 원류라고 해도 올해 전시품들은 굉장히 그 느낌이 다른 두 부스였습니다.
비스크돌협회가 전통적인 앤틱 인형의 느낌이라면 소홍 비스크돌은 현대적이면서도 다양한 표정을 잘 살린 느낌이네요.


올릴거리가 없을 땐 지지리도 없다가
대만여행이다 인형전시회다 해서 갑자기 사진이 많아지니 업로드도 고역이군요.
다음주에 일본 갔다오면 또 사진이 산더미처럼 쌓일텐데... 열심히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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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도 채웠겠다 타이베이 중앙역으로 다시 이동합니다.

경제 규모도 한국과 비슷한 나라지만 일반 서민들 주거지는 굉장히 열악해 보이더군요.
갔다 와서야 안 사실이지만 대만은 외식문화가 엄청 발달해 있어서
아예 주방이 없는 집도 있다고 합니다. 세끼 식사를 모두 밖에서 해결하는 사람도 꽤 된다고 하고.

그래서 야시장이나 다양한 먹거리들이 그렇게 발달해 있는거겠죠.


신베이토우역에서 베이토우역까지 한 정거장을 위한 기다림.


유독 한 정거장만 이동하는 이곳의 전철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더군요.


뽕을 뽑기위해 열심히 가이드북을 탐독하시는 형수님.
이제까지 가이드 역할을 맡아서 고군분투한 경험이 많았던 저는
이번엔 형님부부의 가이드를 받아서 그저 따라다니며 놀고먹는 여행객의 입장이 되기로 결심한 터라
가자는 대로 몸을 맡기고 편안한 여행을 보냈습니다.
이런 것도 가끔 하면 편하네요. 자주 하면 여행의 재미를 못느끼겠지만.


대만엔 특별히 제가 꼭 보고 싶다거나 하는 관광지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여행 매니아인 형님부부한테 맡겨놓으면 알아서 좋은 곳에 데려가 줄 것이라 믿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전 밤마다 가이드북 뒤적거리며 여행 루트 짜는 수고를 덜 수 있어서 좋았네요.


외각지역으로 나가던 시내 중심가를 돌아다니던 일단 타이베이 중앙역을 기준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숙소가 40분쯤 떨어져 있다는건 조금 맥빠지긴 합니다.

뭐, 덕분에 대만 전철은 후회 한 점없이 타 볼수 있겠다고 생각하기로 하죠.


그 와중에서 저 브이 손가락은 불쑥불쑥 튀어나옵니다.


이젠 서로 카메라 전신샷까지...
얼굴이 안나오는 사진도 재미있죠. 근데 저 브이손가락은 아직도 딸려나오네.


타이베이시 여행의 중심점 타이베이 중앙역에 도착했습니다.
생긴것도 고풍스럽게 생겼고, 정말 무지막지한 크기를 자랑하는 중앙역.

역시 대륙의 기질이 남아있어서 그런가 큼직큼직한 건물들이 많았습니다.
사람 사는 곳은 굉장히 낡은 듯한 느낌이 들지만.
일단 무엇이든 삐까번적하게 새걸로 뜯어고치는 한국과는 달리 쓰러질것 같은 옛 건물들도 시내 중심가에 많더군요.


가이드북이 가끔 믿을 수 없는 짓을 하는 바람에
조금 빙글빙글 돌면서 헤매기도 했지만 여행 첫날엔 이렇게 시내 분위기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여행.

일본에서 자전거에 놀랐다면 이곳은 스쿠터에 놀라는군요.
사거리 신호등 앞에는 스쿠터 전용 정차공간도 있어서 스쿠터들이 앞에서 대기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교통 질서는 잘 지키나 싶어서 가끔 유심히 쳐다봤는데
속도나 신호는 그럭저럭 잘 지키는 반면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안전에는 거의 무신경한 모습을 보이네요.
파란불에 횡단보도를 지나고 있는데도 스물스물 움직여서 우회전하는 차량이 무지하게 많습니다.

역시 대륙의 기질이...


중앙역 부근을 어슬렁 거리다가 커피가 고프다는 의견에 따라 스타벅스로.
여행때는 더더욱 그렇지만 먹는게 남는거라는 신조에 따라 여행 경비 대부분을 먹는데 소비했습니다.
특히 대만에서 먹거리를 빼면 뭐가 남나요.

인구밀도가 높아서 그런지 공간절약정신이 남달라서 그런지 스타벅스 내부는 아주 빡빡하게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람들도 빡빡해서 좀처럼 자리 잡기도 쉽지 않더군요.
옆좌석에 사람이 있으면 의자끼리 부딪혀서 일어나기도 쉽지 않을 정도로...


문득 그림이 되겠다 싶어서 몰래 찍은 대만 처자.
왠지 건질만한 사진이 되었다는 느낌입니다. 공부하는걸까요.


휴식도 취했으니 이제 다음 목표인 시먼띵을 향해서 출발합니다.
시먼띵은 한국의 대학로? 명동? 같은 느낌의 거리라고 하더군요.


날도 슬슬 어두워지고 감도 100짜리 필름으로는 힘에 부치는 시기가 왔습니다.
야간엔 DSLR이 힘을 발휘할 때죠.


그래도 마지막 힘을 짜내서 한 컷.
시먼띵으로 걸어가던 도중 만났던 폐기 직전의 건물.
밤에 보니 그 음산함이 매력적이었습니다. 고스트 스팟으로 광고해도 되겠더군요.


다리가 조금 아프긴 합니다만
여행에 있어서만은 무한체력을 자랑하는 형님부부의 발을 잡아선 안되겠죠.
사실은 여행때마다 카메라 장비를 어깨에 짊어지고 돌아다니니 힘는것도 당연.


잠을 못자고 새벽에 출발해서 대만에 도착한 후 바로 밤까지 돌아다니고 있었으니
저도 Just Sleep 하고 싶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피로를 즐기는 것도 여행의 묘미.


젊은이들의 거리라는 시먼띵에 도착했습니다.
형수님 얼굴이 과히 비장하게 나온것은 이빨 교정 치료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미리 설명해놔야겠네요.


과연 한국과 여러모로 닮은 거리입니다.
여자사람들은 왠지 일본 시부야의 젊은이들과 비슷한 복장을 하신 분들이 많고
가끔 엄청 수수하거나 체육복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젊은이들이 있더군요.
명동에서 체육복으로 떼지어 돌아다니는 모습은 조금 상상이 안가긴 하는데, 여긴 뭐 그런가봅니다.

사진 오른쪽에 일본의 오덕이 만들어낸 문화, 메이드까페 선전문구가 살짝 보이는군요.
일본어가 그대로 나와있는 간판광고도 있고... 대만의 젊은층에는 일본문화가 굉장히 친숙하게 스며들어 있습니다.


아이돌이 되지 못한 한을 품은 아저씨? 한 분이 저 위에서 근엄하게 사람들을 내려다보더군요.
노래도 하는 것 같았는데 사람들은 재미있다고 사진도 찍고 했습니다.
정신세계가 독특하신 분일지도.


얼마 남지않은 감도 100짜리 필름 다 소모시켜 버리고 400짜리로 바꿔끼웁니다.
미놀타와 소니의 렌즈마운트가 공유되기 때문에 필카나 디카나 렌즈를 교환할 수 있었던 덕에
좀 더 수월한 촬영이 가능했네요.

문제는 DSLR이 1.5배 크롭바디라 화각이 안맞는고로, 자꾸 16-35 렌즈를 달라고 보채는 바람에...


어차피 패션 악세사리를 쇼핑할 생각은 없었던 고로 일단 먹고 봅니다.
속에 들어가는 녀석을 선택할 수 있는데 형님부부는 팥인가 뭔가를 넣었고 저는 고기볶음.
여러 개 사면 하나 덤으로 준다는데 최대한 다양한 음식을 자주자주 입에 집어넣어야 하는 입장상 그냥 하나씩만 먹기로 했습니다.

짭쪼름한게 먹을 만 하더군요.


길거리엔 온통 먹을거 천지라서 이젠 지갑걱정보다 위장의 용량걱정을 해야 할 시간이네요.
이런 먹거리들은 크게 부담될 정도로 비싼 가격도 아니라서 얼마든지 먹을 수 있지만, 배가 안 따라줍니다. ㅡㅡ;

일단 이것도 하나 사서 먹어봤습니다. 쥐포에 가까운 육포인데 좀 짜긴 했지만 친숙한 맛이더군요.


쇼핑을 하지 않으면 이런 곳은 금새 둘러보기 때문에 다음 코스를 정합니다.
밤도 슬슬 깊어오니 가장 대만다운 곳인 야시장을 둘러볼 차례겠죠.


대만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의 야시장이라고 불리는 스린 야시장은 마지막 코스로 남겨두고
일단 가이드북에 나온 맛있는 고구마 과자 만드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고구마 과자를 위해 움직이는 관광객이라...

아~무 생각없이 대만 가고싶다는 상념 하나로 번갯불에 콩튀겨 먹듯이 결정된 대만여행.
가족 전체가 여행이라면 사족을 못쓰기도 하고, 형수님도 여행을 좋아하는 터라 우릴 말릴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서 말나온김에 형님부부에 얹혀 예정에 없던 대만에 3박 4일 놀러가게 되었네요.
비행기 시간이 이른 아침이라 전날 밤 서울로 올라와 하루 묵기로 했습니다.
서울 지하철에서 이미 여행에 찌들어 지친 포즈를 취해주시는 형수님과
벌써부터 카메라 들고 이리저리 찍어대는 형님.


A550이라는 걸쭉한 DSLR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즘 필름카메라에 필 받은 저는 미놀타의 A-7과 필름 한뭉치를 들고 길을 나섰습니다.
그래도 역시 야간사진 찍을 때는 DSLR이 최고죠. 건대입구에서 공항행 리무진 버스를 기다리며 한 컷.
머피의 법칙인지 새벽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려서 심신이 좀 피곤했습니다.
원래 여행은 출발 전이 제일 피곤한 법이죠.


공항검색대에서는 필름카메라를 따로 빼서 수검사를 요청했습니다.
필름이 X-Ray에 노출되면 좋을 게 없으니까요.
필름 한롤 꺼내서 비행기 출국기념 사진 한 장 찍고 잠을 청했습니다. 전날 잠을 못자서 피곤하더군요.


타오위엔 국제공항에 내려서 버스를 타고 타이베이 중앙역으로 이동합니다.
싼 값에 여행을 가려 하니 타이베이에서도 전철로 30분은 넘게 떨어진 신베이토우에 숙소를 잡게 됐네요.
다행히도 타이베이 시내만 줄창 돌아다닐 예정은 아니었기 때문에 어디나 별 관계 없긴 했습니다.

대만은 그나마 물가가 좀 싼편이라 교통비를 포함하고라도 저렴한 호텔을 잡는게 이득이네요.


하지만 아쉽긴 한 점이...
타이베이 중앙역에서 신베이토우까지 바로 갈 수 있으면 좋았으련만,
신베이토우 바로 앞역인 베이토우에서 갈아타서 고작 한 코스를 더 가야 합니다.
뭐, 여행은 무조건 즐기는 주의라 불쌍한 두 발이 피곤할 뿐이죠. 이것도 여행의 매력이라 생각하고 네거티브한 마인드는 패스.

DSLR을 손에 쥔 형님은 연신 여기저기서 셔터를 누릅니다. 저는 필름카메라다 보니 아껴서 한장 한장 찍으려고 노력.


물론 주 피사체는 제가 아니라 와이프겠죠.
A550도 충분히 좋은 카메라이긴 합니다만,
16-35 줌렌즈를 제 필카 주력으로 쓰는 바람에 형님은 75mm 단렌즈가 너무 망원이라고 투덜거립니다.

그런 고로 제가 최대한 형님부부를 잘 찍어야겠죠.


베이토우에서 신베이토우로 가는 단 한 코스의 노선은 색깔도 아기자기한게 관광용 전철같은 분위기를 풍기더군요.
신베이토우는 온천이 개발된 이래로 정부에서 공인한 집창촌이 생길 정도로 환락가의 길을 걷기도 했지만
이젠 순수한 온천상품으로 더 유명한 곳입니다.


전 한국의 전철이 세계 최고인줄 알았는데 사실 대만의 전철 시스템은 한국의 그것을 능가하더군요.
신베이토우행 전철 안에 이런 안내 데스크가 있다는게 신선하다는 게 아니고 (물론 이것도 신선하긴 하지만)
한국보다 넓직한 탑승공간에 쓰레기 하나 찾아볼 수 없는 플랫폼, 전철 내부에도 설치된 감시카메라 등등
전철 내에선 음식은 물론이고 껌도 씹을 수 없다는 경고방송이 나올 정도로 청결도 면에선 세계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어찌나 줄을 잘 서는지 일본보다 더 칼같이 줄서서 전철에 타고 내리네요. ㅡㅡ;


신베이토우 역에 도착했습니다. 12월 23일인데도 이곳 날씨는 최저 10도, 최고 16도에 달하네요.
저는 거의 반팔이나 다름없는 옷차림으로 돌아다녀도 더운데, 이곳에는 오리털 파카로 중무장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 서울에 오면 얼어죽겠군요.


신베이토우역앞엔 이런 커다란 문 같은게 있어서 알아보기 쉽습니다.
숙소로 정한 아타미 호텔이 어딘지 감이 안잡혀서 근처 경찰서를 찾아갔네요.
영어로 해도 알아먹질 못하는 젊은 경찰관이 지도까지 펼쳐보이며 친절하게 설명해 줬습니다.


위치도 알았겠다 아타미 호텔로 출발.


저렴한 호텔답게 그야말로 TV보고 씻고 잠자는것 외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냄새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고, 방 배정을 햇볕이 안드는 쪽으로 해 준 탓에 대낮에도 불 없이는 어두침침하네요.

다행히도 일본 원어방송이 나와서 전 밤에 심심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서둘어 짐 대충 풀어놓고 밖으로 나옵니다.
일단 오늘의 목표는 낮에 타이페이 중앙역 부근을 어슬렁거리다가 밤에 대만의 명물이라는 야시장들을 둘러보기네요.


다시 신페이토우역으로 향합니다.
호텔 주위로 흐르는 물에서 김이 나는걸 보고 진짜 온천은 온천이구나 싶더군요.
호텔 내에서도 온천수가 나온다니 오늘 밤 목욕은 즐겁겠습니다.


제대로 된 목욕탕도 있네요. 형님은 날잡아서 들어가보자고 했는데 결국 바쁜 일정 때문에 무산되고 말았다는 후문이...


호텔에서 신페이토우 역까지 걸어가는 길엔 조그만 시민 공원이나 이런 건축물들이 많습니다.
1900년대 초에 일본이 개발하기 시작한 온천에 대한 역사와, 원주민들의 고달픈 삶을 전시해놓은 온천박물관.


조그만 공원이지만 많은 시민들이 산책하러 나오기도 하고 운동도 하더군요.


1인 1카메라 시대를 맞이한 일행은 서로 찍어주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전 찍히는건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형님부부에게 추억을 남겨주는 일에 몰두.


가끔은 외도를 하기도 하죠.
나뭇가지에 희한하게 뻗어나온 줄기인지 뿌리인지 모를 것이 제 눈길을 잡더군요.


여행을 빡빡하게 즐기는데는 도가 튼 형님부부라 그냥 슬쩍 지나갔지만
서울과 맞먹는 인구밀도를 자랑하는 탓에 녹지가 극도로 부족하다는 타이베이시 안에도 이런 작은 공원들이 있다는 건 감회가 새롭군요.

일단 저한테는 이곳이 더워서 꽤나 피곤한 몸을 이끌고 움직일 수 밖에 없었네요.
거의 영하에 가까운 서울에서 갑자기 영상 10도가 넘는 곳에 도착하니 가뜩이나 더위를 많이 타는 저로서는...


한국에서 질리게 봤는데도 여기서 또 보게되는 붉은 십자가.
하긴 여행하다보니 한국어로 쓰여진 교회가 이곳에도 있더군요.


같은 관광객인진 모르겠지만 연못에서 무언가를 찍고 있는 분.

대만은 뭔가 중국틱하기도 하면서 어찌보면 일본틱하기도 하고 어떤 면에선 한국을 닮은 것 같기도 한 독특한 거리 분위기를 풍기더군요.
파란만장한 역사를 가진 나라다 보니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하겠는데, 그래도 기본은 중국인이란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형님 왈 '사람들 머리가 너무 떡졌어'


한국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엄청난 수의 스쿠터를 들 수 있겠네요.
거의 자동차 반 스쿠터 반이라고 할 만큼 어마무지한 수의 스쿠터가 거리를 돌아다닙니다.
정차되어 있는 녀석들도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더군요.

한국도 바이크나 스쿠터가 이만큼 활성화 되었다면 교통난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을 텐데요.


일단 먹는게 남는거라는 신조를 가진 일행은 역 주변의 조그만 식당에 쳐들어갔습니다.
관광객 대상으로 하는 음식점이 아닌 아주 조그만 건물이었는데, 덕분에 메뉴는 전부 이상한 문자들로 가득...
그냥 고기 육자나 생선 선자정도만 알아먹고 손가락으로 몇가지 시켰죠.

완전 꽝은 아니었던게, 다들 먹을만 한 녀석들이 나왔습니다.
한국의 중국집 냉채에 곁들어 나오는 까만 오리알같은 녀석인데, 아마 고기와 고기 기름을 한천과 함께 굳혀서 젤리처럼 만든 것 같더군요.


대만에 왔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향기를 내뿜은 국수도 맛있었습니다.
김치 좋아하는 분이라면 몇번 먹다가 향수병에 걸릴수도 있을 정도로 독특한 향이 있네요.


대만의 대중적 요리라고 하는 국수.
고기나 생선을 완자로 만들어 국수안에 넣어놨습니다. 쫄깃쫄깃하고 맛있더군요.
저 녹색 채소는 중국이나 베트남 요리에서도 많이 쓰이는 시향차이라는 향초입니다.
한국서 베트남 음식 먹어보셨으면 금새 어떤 향기인지 이해하실 듯.

한국사람들은 저 향기를 감당하지 못해 빼달라고 하기도 한다던데,
저희 일행이야 뭐, 어떤 요리가 나오는지도 모르고 있었으니 빼달라고 할 수 있을리가 없었네요.

매일 매일 이런 걸 먹으면 꽤나 느끼하겠지만 외국에 와서 외국 음식을 즐기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니.
꽤나 서민적인 식당이어서 그런지 그럭저럭 배가 허전하지 않게 먹고도 세 명분 합해서 8천원 정도가 나왔습니다.

배를 채운 일행은 이제 전철을 타고 타이베이의 중심인 타이베이 중앙역으로 갑니다.

꼭 눈이 와서는 아니고 어젯밤에 대만가서 찍은 필름 인화 좀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터라
꽤나 움직이기 불편한 날임에도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든든하게 챙겨입고 나섰습니다.

역시 서울이라 발품 좀 팔면 크게 비싸지 않은 가격에 고해상도 TIFF 파일을 스캔해주는곳이 있군요.


어제 새벽에 뭔가 포근포근 내리는 것 같더니 아침엔 온세상이 눈이군요.
출근하시는 분들은 2~3시간 지각을 했다던가, 지하철이 지옥철이 되어버렸다던가 하는 소문이 두둥실 들려옵니다.
저야 뭐 백수니까 그런거 신경쓰진 않지만 지금 신고있는 신발은 미끄러워서 걷는 폼이 어색해지네요.


팻말이나 자전거나 바이크나 전부 20cm 높이의 모자를 썼습니다.
저도 추우니까 오랜만에 버프 눌러쓰고 밖으로 고고씽.


뚝섬역의 갈라진 플레이트 사이로 사근사근 내리는 눈이 예술가의 혼에 불을 지피는군요.

눈오면 발광하는 강아지처럼 저도 마냥 눈오면 좋습니다.
걷기 힘들다거나, 교통 대란이라거나 하는 이야기보다 결국 내리는 눈을 보는게 더 즐거운 정신연령인가봅니다.


광화문에서 필름 맡겨놓고 교보문고에서 책 보니 1시간 반은 금방 가네요.
집에 와서 대충 필름 훑어봤는데 나쁘지 않은 스캔품질인것 같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이제 슬슬 눈도 그치고 눈물로 변신할 준비를 하네요.
신경질내는 시간이 아쉬울 정도로 눈은 너무 빨리 사라지니까
좀 더 즐거운 마음으로 보내주는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애들은 신나잖아요.

글립


작년엔 못 본듯한 부스입니다.
구체관절인형이란게 소품의 힘으로 특징을 표현하는 힘이 강한터라 결국 '이미지'가 중요하죠.
그런 의미에서 이 녀석은 그럭저럭 잘 나온 것 같습니다. 왓슨을 기다리는 홈즈 느낌?


안구!
거의 호러영화 수준이네요.


어째 이건 끼워넣어놔도 호러틱한지... 눈이 너무 무섭네요. ㅡㅡ;


위의 것 보단 낫습니다만. 뭔가 개성이 살아나질 않는군요.


의상은 참 마음에 듭니다.


이쪽 부스에서는 제일 마음에 들었던 인형.


저런 스타킹(타이즈였나?)이 겨울에 참 따뜻하다고 하던데 말이죠.


메리 크리스마스 글자와 인형의 표정이 언밸런스한 점이 매력포인트.
색감도 좀 바랜 옛 그림틱하게 수정해 봤습니다.


김세랑 작가


영화나 드라마 인물들을 제현해 놓은 부스입니다.
작전명 발키리에서 더도말고 덜도말고 무난한 연기를 보여줬던 탐 크루즈 형님.

루저들의 희망입니다.


플래툰에서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던 반즈 역의 톰 베린저.
뭐, 여러가지로 풀 메탈 자켓보다는 부족한 느낌의 영화였지만 나름 대중적으로는 잘 먹혔다고 봅니다.


라이언이병 구하기라면 라이언보다 먼저 떠오른다는 그분 탐 행크스 아저씨입니다.
왠지 저분이 쓰는 톰슨은 더 강해보인다는.


멀쩡할 때의 닥터 하우스.
왼손에 쥐고 있는 바이코딘 병이 그의 앞날을 말해주는군요.
제가 거의 유일하게 찾아보는 드라마입니다.


HANDS IN FACTORY


이런 개성넘치는 인형이 제 스타일입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굉장히 수가 줄었지만...


심심할 때 틀어보는 스타워즈 에피소드3.
에피소드 2에서 저게 과연 아나킨인가 싶을 정도로 어리버리했던 헤이든 크리스텐슨이 멋지게 성장한 모습에 뿌듯했네요.
루카스옹은 그걸 알고 캐스팅 한 것일까...


Kalcy


인형이라기보다는 디자인 중심의 부스라고 하는게 맞을 듯 합니다.


소규모 부스에 인형 수도 그리 많지 않았지만 개성넘치는 작품이 많더군요.


입체감을 살리는데는 중점을 두지 않은 듯 합니다. 인형이라기 보다는 디자인 상품같다는 느낌.


작년 전시회때는 이런 마리오네트 작품도 많았는데 이번엔 그저 눈물만...


소품을 봐도 이 부스는 인형에 그닥 중점을 두지 않는듯이 보이네요.


인형의 집


입 삐쭉 튀어나온 아이가 애교스럽군요.


오른손을 들고 있는 아이가 치켜올린 손가락이 가운데였다면 훨씬 멋진 작품이 되었을거라 생각합니다.
음악에 심취한 듯한 표정과 재미있는 입술 모양이 포인트네요.


그러고보니 예전에 엄니께서 이런 인형을 참 좋아하셨는데 말이죠.
국민학교때 엄니가 백화점에서 이런 인형을 하나 구입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누우면 눈이 감기는 인형이었죠.


Cutie Angel


작년에 이어 이번에도 참가한 구관인형 부스입니다.
한복은 몸을 통통하게 보이게 해서 인형들한테는 참 잘어울리네요.


전시방식이나 판매방식도 작년과 완전히 똑같았습니다.
처음 오시는 분들은 이 부스쪽 인형의 퀄리티에 감탄하시겠지만
제가 보기엔 작년보다 인형의 개성이나 특징도 떨어진 듯 하고 조금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았나 싶네요.


뭐, 이쪽 부스는 굉장히 대중적인 매력과 아름다움에 중점을 두고 있으니 당연한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연예인이나 아이돌들이나 머리카락 모양말고는 도무지 누가 누군지 구별이 안가는 요즘 세상이다 보니.

그러고보니 오래전에 '도키메키 메모리얼'이라는 연예게임 할때 그런 느낌을 받았었죠.
머리카락 색깔 말고는 도통 구분이 안되는 캐릭터들을 보면서 난감했었는데, 이젠 현실에서도 그럽디다.


하긴 인형의 주 고객층인 아이들한테는 상당히 호평이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목적은 달성했다고 보는게.


현실에서도 등장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교복.
그러고보니 마니아천국인 일본에서는 전국의 매력적인 교복 카탈로그도 만들더군요. ㅡㅡ;


작년엔 로젠 메이든 등의 애니메이션 캐릭터들도 잘 표현되어 나오던데...
이번 전시회는 여러모로 개성이 부족했습니다.


버림받은 것에서 살고있는 이야기


작년의 유니셰프와 비슷한 느낌의 공익적 부스입니다.
그래도 이런 부스가 꾸준히 출품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죠.


부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부스의 모든 인형들은 재활용품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딱히 그런 사실을 부각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부드러운 이미지가 떠오르는 작품들이네요.


닥종이나 헝겊인형, 구관, 비스크돌처럼 특징적인 느낌은 없지만
누구나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친숙함이 이 부스의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 정서에는 이런 인형이 어울리지 않나 싶기도 하구요. 구관 인형은 너무 비싸고 세련된 느낌이라서.


성냥팔이 소녀를 표현하는데 딱 알맞는 재료 선정이 아닌가 합니다.
바이오거트는... 쓰레기통인가요?


디자인 포화상태엔 현대 사회이다 보니
재활용품이라고 해서 딱히 엉성하거나 한 점도 못 느끼겠네요.
어찌보면 세계 유수의 디자인들을 한꺼번에 모아놓은 것일지도.


이미 상업적으로 준비된 재료들을 조합시키는 행위에서 찾아보기 힘든
창조성과 개성이 묻어나는 작품들입니다.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들도 '사고싶다'는 말을 많이 하시더군요.
저도 저 고양이 정도는 구매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아무래도 저희 집에는 안어울리는 듯 합니다.


전체적으로 개성이 부족한 이번 인형전시회에서 그나마 가장 개성적인 작품이 많이 전시된 부스였습니다.
개성이 작품성이나 상업성과 연결되는 건 아니지만, 제가 인형전시회에서 보고 싶었던 것은 이런 느낌이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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