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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에 해당하는 글들

  1. 2013.08.22  과거로의 여행 - 토요타 박물관 6편 4
  2. 2012.10.31  산인 여행 - 사람이 사는 요괴마을 20
  3. 2012.10.25  산인 여행 - 미즈키 시게루 로드 18
  4. 2012.01.07  2011 서울인형전시회 04 14
  5. 2009.02.25  도자기 15
  6. 2009.02.12  만화책 정리. 11

 

 

신관의 테마는 일본의 자동사 역사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사람으로서는 별로 구미가 당기진 않지만

전후 폐허에서 발전하는 시대상이란 게 상당히 닮은 모습이기도 해서 크게 위화감은 없을거라 본다.

 

 

 

자동차 개념과는 다르지만 어쨌듯, 이런 녀석들이 훗날 자동차의 원형이 되지 않았나 싶긴 하다.

역사 전시관이라고 해도 설마 이런 녀석을 전시해 놓았을줄은 몰랐지만.

 

 

 

이 미니어처는 1924년 도쿄 시내를 달렸던 버스. 중국 영화에도 자주 나와서 그리 신기하진 않은 모습이다.

아무래도 실물이 존재하기는 힘들어 작은 녀석으로 대체되어 있는데, 이곳 토요타 박물관 바깥에는 이거보다 좀 새거긴 하지만

꽤나 낡은 버스 한대가 정차되어 있다. 관객들 사진 찍고 들어가서 놀 수도 있다. 물론 지금은 너무 더워서 쉬러 들어가는 사람은 없다.

 

 

 

이곳 부스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당시 생활상과 자동차의 발전상을 나열해 놓았는데

전쟁중에는 암흑기였으니, 자전거조차 귀중품이었다는 몇 가지의 설명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젓가락까지 녹여서 무기를 만들던 시대였으니 당연하겠지만, 역시 대부분의 일본 역사관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침략전쟁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다. 그러고나서 바로 전쟁복구가 스타트되었다는 말이 시작되는데

이게 한국전쟁 덕이라는 설명은 별로 쓰여있지 않은 듯.

 

 

 

미쯔비시 실버 비전이라는 모델. 스쿠터인가 싶은데, 전동자전거라 해도 될듯.

형태나 색깔이나 전쟁직후 생산되었다는 느낌을 물씬 풍긴다. 실제 사용하던 사람들은 어떤 계층이었을까.

 

 

 

전후 가장 활발했던 이동수단이라면 단연 자전거였다.

자전거는 자동차보다 훨씬 이전에 기술적 이론이 충분히 검증된 녀석이라서

낙후된 시설과 사회상 아래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들어낼 수 있었다. 자전거가 지탱해 온 근거리 사회 기반망은 가벼운 것이 아니다.

 

 

 

전쟁기간동안 완전히 침묵하고 있었던 자동차 개발과 생산도 다시금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게 1950년 초반.

사실 좀 전의 빈티지 전시관과 달리, 한국사람인 나로서는 이 시기의 일본 문물들이 그리 반갑게 다가오지만은 않는다.

이 시대를 살아온 일본인들이야 그땐 그랬지 하면서 추억을 되살릴 순 있지만

그 당시의 한국은 아직 일본의 지배와 한국전쟁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깊은 상처를 간직한 시기였으니까.

 

 

 

전후 사용되던 소방차와 소방대원들의 옷, 불조심 포스터 등등.

일본은 근대화되기 이전부터 화재에 신경질적으로 집착할 수 밖에 없는 사회 구조를 지니고 있었고

전쟁중 히로시마 원폭 피해보다 훨씬 더 참혹했던 도쿄 대공습의 악몽 역시 사라지지 않은 시기라서

소방관이라는게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마을에서 힘 좀 쓰는 청장년이라면 기꺼이 뛰어들어야 할 자경단 조직과 비슷한 의미를 가진다.

 

목재가 풍부해서 대부분의 가옥이 목조였는데다가, 쇼군의 성 중심으로

골목길은 고사하고, 나무벽 두 개가 아니라 하나를 끼고 가옥끼리 바싹 붙어있는 형태였던 옛 마을은

일단 한번 불이나면 도저히 진화가 불가능할 정도의 대참사를 불러왔기 때문에, 메이지 이전 시대까지 민가에서 불을 사용하는 것조차 금지되곤 했다.

 

아직도 작은 산골마을에서는 정부의 소방서 외에도 마을소방대라고, 제복 입고 정기적으로 점검을 도는 그룹이 있다.

본인이 바이트를 했던 소바집의 사장님도 소방대 소속이라, 예전 회식때 나를 불러서 대원들한테 소개시켜 주시도 했다.

 

 

 

아마 전시된 물품들이 자신들의 젊은 시절을 되살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을법한 노부부의 모습을

도저히 따로 떨어져 담을수가 없어서 죄송하지만 허락없이 슬쩍 프레임에 끼워넣었다.

 

시기적으로는 조금 차이가 있겠지만 사실 한국의 노인들에게도 익숙한 물건들일 듯.

슬픈 역사임에 틀림없지만, 당시 일본과 한국은 십여 년의 시간차를 제외하면 사용하는 제품이 거의 동일했으니.

 

유치원즈음 찾아가곤 했던 아버지의 시골 고향에는 저런 것들이 많이 남아있었다.

양 쪽으로 나무 여닫이문이 장치되어 있던 흑백 TV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버리지 말고 가져와 보관했으면 좋았을 텐데.

 

 

 

일본이 세계에 자랑하는 카메라 코너가 이런 전시장에 빠질리가 없다.

카메라 매니아라면 하나쯤 가져오고 싶은 모델들이 좌르륵 전시되어 있다.

물론 당시 일본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코너이니만큼, 라이카나 짜이스 등의 제품보다는

떨어지는 광학기술이지만 당시 인기를 끌었던 녀석들이 주를 이룬다.

 

가난한 자의 라이카라는 별명이 붙은 야시카의 카메라. 물론 라이카의 1/10 정도 되는 가격이었지만

당시엔 카메라라는 물건 자체가 꽤나 사치품이었기 때문에 아무나 만질만한 녀석은 아니었다.

지금도 야시카 렌즈는 골동품 중에서 꽤나 성능이 좋아서 시장에 나돌곤 혼다.

 

 

 

개인적으로는 꽤나 반가운 모델. 미놀타 A-2 라고, 한국에서도 아는 사람은 아는 모델이다.

현재 사용중이고, 이번 여행중 찍은 사진을 모두 소화해 준 소니의 DSLR 카메라는 일반 카메라 시장의 선구자였던 미놀타의 후계기이고

이 녀석은 1956년 미놀타에서 발매된 녀석이기 때문. 지금은 사라졌지만 미놀타는 세계 최초의 기능을 가장 많이 집어넣은 공돌이 집단이었다.

 

당시 미놀타의 고급렌즈군인 ROKKOR 렌즈가 부착되어 있는데 이 녀석 성능이 워낙 뛰어나서

지금도 교환형 록코르 렌즈가 나오면 옥션에서 굉장한 가격에 거래되고는 한다.

 

 

 

당시의 일본 카메라는 바디나 렌즈나 라이카의 카피품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완전히 바르낙 라이카처럼 보이는 이 바디 역시 닛카 IIII (Nicca III) 라는 카피품. 사실상 완전히 같은 모델이라고 보면 된다.

렌즈는 일본공학이라고 적혀있는데, 현제 카메라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니콘의 전신이다.

 

 

 

카메라 매니아들이라면야 여기서 시간때우기 좋지만 이걸 자동차처럼 한장한장 담아서 설명하다가는

오늘중으로 가져간 메모리 용량이 쫑나버릴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에 한 수 접고 눈으로만 즐기기로 한다.

 

자동차야 토요타 박물관의 아이덴티티나 마찬가지니 많이 담았지만

여기서 구형 카메라들에 대해 썰을 풀어봤자, 조금만 사이트 검색하면 카메라의 역사는 후덜덜하게 나온다.

 

 

 

되려 요즘사람들이 너무나 익숙할 올림푸스 PEN F 모델.

원래 오리지날 펜은 이 녀석이 아니지만, 요즘 발매되는 디지털 펜과 동일한 모습이라 담아본다.

 

올림푸스 최고의 공돌이 집단이 'PEN' 처럼 누구나 들고 사용할 수 있는 카메라를 목표로 만들어 낸 이녀석은

6천엔이라는, 당시의 카메라 가격에 비해 획기적으로 저렴하면서도 기능상으로 전혀 꿇릴게 없는 획기적인 모델로

요즘 디지털 펜도 잘 팔린다고 하긴 하지만, 당시엔 정말 없어서 못팔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프 사이즈 필름을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카메라보다 2배 더 찍을 수 있다는 점도 좋았고.

 

올림푸스는 여전히 그 때의 철학을 살려서 35mm 판형의 절반 사이즈 센서를 가진 포서드 규격을 만들어

60년이 지난 지금도 펜은 다른 의미의 하프사이즈 카메라로서 그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60년전 모델을 거의 그대로 복각해 내도 그 디자인에 홀리는 사람이 많다는 건 참 굉장한 일이다.

 

 

 

SLR 구조가 정립되기 전의 카메라들은 사실 현재의 거물인 캐논이나 니콘이 그리 힘을 쓰던 시대가 아니다.

아사히 펜탁스와 미놀타, 올림푸스 등이 각축전을 벌이던 시절이었는데

올림푸스는 언제나 주류와는 살짝 떨어진듯한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지만, 재미있게도 펜탁스만이 여러번 타사에 인수 합병되면서도

브랜드 네임만은 버리지 않고 꾸준히 유지하며 여전히 매니아들이 좋아할만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당시 펜탁스 카메라는, 손에 쥐어보면 설명이 필요없다고 할 정도로 굉장한 완성도와 내구성을 자랑했다.

 

 

 

카메라쪽에 너무 시선을 뺏기는것도 좀 그래서 서둘러 시야를 돌려본다.

바이크쪽에 관심이 있다면 지금도 이름쯤은 들어봤을 듯한 혼다 벤리.

지금은 스쿠터로도 나오고 오리지날의 향수를 자극하지 않는 일관된 디자인으로 발매가 되는데

바이크만은 아무리 세련되어도 역시, 향수를 느끼게 하는 이런 디자인에 끌리는 사람이 사라지지 않는다.

 

 

 

63년 모델인데, 아마 검색해보면 최신형 벤리 역시 이 모양에서 거의 벗어나 있지 않다.

굉장히 조그마한 모델로, 가벼운 산책나가기엔 딱 알맞은 녀석.

수리도 쉬워서 지금도 일본에서는 당시 모델 타고다니는 사람이 꽤 많다.

 

 

 

조금 더 걸어가니 이건 또 음악 매니아들이 군침흘릴만한 장소가 나온다.

사실 60년대 중후반부터는 일본 역사에 남을만한 황금기가 지속되는 탓에

당시 사람들의 유희는 2013년의 한국 사람들보다 훨씬 더 윤택했으리라 확신한다. 그야말로 매니아들의 전성시대.

 

 

 

풍요롭던 시대라서 그런지, 당시 일본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재즈 색소포니스트라면 단연 존 콜트레인이었다.

마일스가 지독한 폭군이었다면, 재즈의 성인으로까지 불린 콜트레인이 풍요의 시대와 어울리는 건 당연한 이야기.

 

개인적으로는 마일스를 좋아하지만, 일단 재즈에 흥미를 가지려면 콜트레인 없이는 이야기가 안된다는데 동의한다.

만약 여기 끼워져 있는 앨범들이 전부 진짜 초판이라면, 은행 터는것보다 여기 터는게 더 나을거다.

 

 

 

여성 재즈보컬이라면 일단 생각나는 사람이 엘라밖에 없다. 정말로 그 시대는 엘라를 위한 무대였다.

재즈의 난해함에 힘들어하는 입문자라면 다른 말 필요없이 엘라의 앨범을 듣는게 만고 장땡.

사실 당시 일본에서 제일 인기있는 재즈보컬은 사라 본이었지만, 본인은 빌리 홀리데이와 엘라를 손꼽아도 사라 본은 조금...

 

 

 

소품 구성도 참 허투로 하지 않는다. 당시 재즈가 흐르던 어두운 BAR 안에 한개쯤은 비치되어 있던 냉장고.

원래는 술이 가득 차있어야 하지 않나 싶은데, 저것도 나름 어울리긴 한다.

이 녀석을 보니 왠지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당시 신문이나 잡지 광고를 배경으로 한 미니 TV 들을 전시해 놓은 공간.

전시관 안에 이런 독립적인 공간을 하나씩 만들어서, 그것도 주제의식에 딱 맞는 디자인으로 배치해 놓는 것은 감탄할 만 하다.

한국에서도 쓰이긴 했지만 일본만큼 적극적으로 사용되지 않은 몇 안되는 당시 물건이다.

 

 

 

아무래도 이 정도의 미니멀리즘은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지 않았던 걸까.

TV 들은 당시 광고들을 틀어대고 있다. 화질이 생각보다 훨씬 좋은건

내부를 따로 개조했기 때문일까, 화면이 너무 작아서 그렇게 보이는 것일까.

 

채널을 틀어보고싶은 욕망이 들지만 만지면 안되기 때문에 한동안 그때 그 광고를 구경해 본다.

사실 일본은 이런 쪽에서 변화를 싫어해서인지, 2013년 현재도 굉장히 촌티나는듯한 광고가 꽤 나온다.

처음엔 보는 쪽에서 소름돋을정도로 촌티나지만, 자꾸 보고 있으니 그것도 나름 괜찮은 CM 방법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1년간 일본 CM만 줄기차게 보다가 한국 돌아오니, CM들이 너무 구름속을 훨훨 날아다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사람냄새가 너무 옅은 것이 원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무슨 게임인지는 모르겠지만, 팀 버튼의 배트맨부터 시작한 나로서는

도저히 맨정신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즐거운 표정과 포즈의 배트맨과 로빈을 오래 지켜볼 수가 없다.

 

물론 팀 버튼과 놀란 감독 사이에 가히 쓰레기라고 불려도 될 만한 괴작 배트맨이 나오기도 했지만

저건 대체 언제적 배트맨일런지... 아마도 내가 태어나기 전에 이런 화사한 배트맨 시리즈가 나왔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는것도 같고 없는것도 같고.

 

 

 

이 만화잡지를 읽으며 자란 아이들은 지금쯤 환갑을 훌쩍 넘기고 있을 듯 하다.

희소성때문에 이렇게 전시만 되어 있다는게 너무나 아쉬울 정도로, 속을 한번 보고싶다는 욕망이 좀처럼 꺼지지 않는다.

 

쿄토의 만화박물관에 가면 이런 잡지의 극히 일부분을 직접 손으로 넘겨서 감상할 수 있긴 하다.

1980년대 발간된 한국의 만화잡지 보물섬조차 초판부터 마지막 판까지 보존상태 좋은 녀석이 극히 드물 정도인데

1960년대 발간된 잡지를 이렇게 모아놓은 일본사람들의 콜렉터 기질은 정말 혀를 내두른다.

 

물론 이거보다 더 오래전, 테즈카 오사무와 후지코 F. 후지오 등이 만화를 그리던 초기 시절 작품들은

일본에서도 극히 구하기 힘들어, 한 권에 1천만원 가까운 녀석들도 있긴 하다. 하지만 한번 읽고 버리는 만화잡지를 이렇게 모아놓은건 참 징하다고밖에.

 

 

 

이런 녀석들 역시 오리지날이라면 가격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한국에서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오리지날 철인 28호나 아톰 장난감도 초 레어아이템이긴 한데

가장 오른쪽에 보이는 로봇 '로비'는,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인 '금단의 행성'에 등장하는 캐릭터인데

상태좋은 초판 장난감의 경우 수백만원은 넘어간다. 저 사진에 찍힌 녀석들이 전부 초판 오리지날이라면 중형차 한대값은 나올 듯.

 

 

 

테즈카 오사무는 그 연식에도 불구하고 워낙 일본 만화계의 신으로 알려진 사람이라

그의 작품은 오히려 그 후의 만화작가들 작품보다 보존상태가 더 좋은 편이다.

 

테즈카 오사무의 뒤를 이은 '도라에몽'의 후지코 F. 후지오 콤비의 데뷔작들은

이름을 알리기 전에 출판된 것들이라, 대스승인 테즈카의 작품보다 수십 배는 희귀하기도 하고.

아톰 옆에는 요코하마 미츠테루의 철인 28호가 진열되어 있다.

일본은 이 두 작품의 원본을 이렇게 전시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국 문화의 자긍심을 가지기에 충분할 것이다.

 

 

 

일본에서도 대인기였던 모노폴리. 한국에서는 이것보다 부루마불로 더 알려져 있다.

이제는 기술의 발달로 부루마불조차 스마트폰 네트워크 게임으로 즐기는 시대지만

저 지폐의 감촉과 함께, 신성함조차 느껴지던 가장 비싼 빌딩의 플라스틱 모형의 풍채를 느끼기는 힘들지 않을까.

 

의외로 결판이 잘 나지 않아서 서너 시간 하다가 때려치우는 경우가 많았던 추억이 되살아난다.

나이가 좀 더 들고나서는, 무인도에 짱박히는게 의외로 중요한 전법이었다는 사실도 깨달았고.

모노폴리가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느낌이 가장 강하게 들었던 게 그 부분이었다. 무인도도 돈이 있어야 갈 수 있구나, 이놈의 세상.

 

 

연간 100만명 정도의 무시하지 못할 관광객이 찾아오는 원동력이 되는 이곳에는

한창 만화 좋아할 때의 유아들은 그닥 눈에 들어오지 않고, 절반쯤이 한국인 절반쯤이 일본인 어른이 보인다.

대학생쯤 되어 보이는 젊은 관광객도 보이긴 하는데, 역시 작품이 작품이다 보니 아이들보다는 성인들이 주 고객층인가보다.

 

그래도 아이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던 곳은 이곳 연못. 작품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동상이 곳곳에 숨어있다.

산책나온 젊은 어머니들이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방목하는 듯한 장소.

 

 

 

이미 게게게의 키타로라는 작품은 만화라는 장르를 뛰어넘어 일본 근대사의 한 부분을 장식하는 위치에 이르러 있다.

유명 만화가들의 출신지에는 나름 선전문이나 간단한 기념품들을 파는 곳이 없잖아 있음에도

이렇게 마을 전체 경제가 한 만화가의 작품에 의존할 정도의 파급력을 가진 곳은 명실공히 일본에 이곳 뿐.

 

작품과는 전혀 상관없는, 요괴 신사라고 이름붙여진 이런 장소 역시 그 살아있는 증거라고 할 수 있을까.

멋져보이는 바위와 특이한 나무 몇그루를 전시해놓은 이곳은, 신사라고 부르기도 뭣한 조그만 장소지만

묶여있는 소원 종이와 에마의 수를 보니 나름 관광객들에게 짭짤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는 듯 하다.

 

 

 

특히 이곳의 에마는, 기원이 기원이다보니 평범한 신사의 에마와는 전혀 다른 특이한 녀석들이라서

외국에서 관광온 경우에는 소원을 적어서 걸어놓는것 자체가 아까울 정도로 기념품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일부러 연출한 화면이 아니고, 빛바랜 나무 담벼락 한모퉁이에 걸려진 각양각색의 에마들이 이곳 분위기와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린다.

 

 

 

어디서든 재미있는 에마 내용 찾아보는게 이젠 일과가 되었는데

'대학에 합격해서 만화가가 될수 있기를' 이라고 소원을 적어놓은 녀석이 인상적.

만화가 지망이다보니 그럴싸한 그림도 그려놨다. 어디의 누구신지는 잘 모르겠지만.

 

실력은 나름 있는것 같으니 열심히 하면 만화가가 되지 못할것도 없겠지만, 만화가하고 대학하고 무슨 관계인지는...

아마도 만화 전문대학이라던가 그런 곳일 듯.

 

그것과는 별개로, 사진 담고나서야 보인 오른쪽의 한국어 에마 역시 나름 신선했다.

내용이 신선했다는게 아니라, 이런 장난끼 넘치는 요괴신사에서 너무나도 장중한 필체로 염원을 담아내는 모습이.

 

 

 

이곳의 특이한 에마들을 한데 모아서 담아본다. 기념품으로 하나 가져갈까 싶었는데

이번 여행은 특히 기념품에 돈을 꽤 많이 사용한 편이라서 좀 자재하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준비한 현금의 1/3 정도는 남겨가긴 하지만, 멀지 않는 훗날 또 다시 일본 가야 할 일이 생길테니 항상 여행시엔 현금을 좀 남겨오는 편이다.

 

지금 집에 모아놓은 엔화는 한화로 약 14만원쯤. 다음 여행갈때 든든한 후원금이 되어주겠지.

 

 

 

신사 안의 모습도 나름 재미있긴 하지만, 이곳에서 가장 인기있는 녀석은 신사 입구앞에 세워져 있는 이 녀석이다.

키타로의 아버지가 흐르는 물바구니 속에서 하염없이 빙글빙글 돌고 있는 모습.

좀 어지러울듯 하지만, 매끈한 표면을 무기로 마구 회전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깊다.

 

많은 관광객들이 웃으면서 손을 뻗어 눈깔을 멈추곤 한다.

본인은 관광객이 없을때 회전하는 눈깔이 딱 보이는 순간을 위해 꽤나 한참동안 카메라를 들고 서 있었다.

 

 

 

지금까지 사카이미나토 시 차원에서 제작된 여러가지 키타로 관련 컨텐츠들을 살펴봤는데

이곳에 거주중인 주민들이 이 미즈키 시게루 로드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역시 충분히 멋진 관광거리에 속한다고 생각.

 

1950년대 작품인 만큼, 산책로 주변의 가게들은 삐까뻔쩍한 건물이 없다.

다들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한다는 의미일까. 낡은 나무판자집에 추억의 미닫이 유리문이 한국에서 온 나로서도 정겹게 느껴진다.

 

사실 이곳은 안에서 열심히 사진 찍어도 전혀 개의치 않는 편인데, 워낙 소심한 마음이라서 왠지 셔터에 손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밖에서만 찍었는데, 단순히 시가 주선한 관광거리에 편승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본인들의 힘으로 손님을 모으겠다는 열정이 느껴진다.

손으로 그려 조잡해 보이는 촬영 스팟이, 옆의 반듯한 벤치보다 더욱 어울려 보이는 것만 봐도 그렇고.

가게 정문앞을 비추는 전등 역시 키타로 아버지로 장식하는 꼼꼼함까지.

 

이곳의 큰손이나 마찬가지인 한국이나 일본의 관광객들이, 키타로를 접하며 살아오지 않았다는 사실만이 아쉬울 뿐이다.

기념품은 어느 정도나 팔리고 있을지 궁금하다. 꼭 이런 정보수집증(?)이 앞서는 바람에 관광의 즐거움보다 지적호기심이 먼저 고개를 드는 것도 좀.

그렇다고 가게 주인한테 그런거 물어보는건 좀 실례고.

 

 

 

도시정비는 분위기만큼이나 그다지 현대화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온갖 전선들이 어지럽게 얽혀있다. 특히 요즘 일본에서는 사거리 신호 알리는데 저런 스피커를 쓰진 않는데도.

 

뷰파인더를 올려보니 의외로 푸른 하늘과 어지럽게 얽힌 전선, 그중에 유채색으로 빛나는 스피커가 꽤나 재미있는 풍경을 연출해 주길래

사진을 찍으려고 사거리 앞으로 다가가는데, 횡단보도 앞에 한국인 관광객 아주머니들이 단체로 사진을 찍고 있어서 잠시 기다려야 했다.

한동안 내가 서 있는줄 모르고 사진 찍느라 정신없던 아주머니가 이윽고 나를 발견하고 살짝 놀라며 자리를 비켜주었는데

이 사진을 찍는 동안 뒤에서 '한국사람 아니야~' 라는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럴땐 어떻게 해야 하나.

 

 

 

관광객들로 흘러넘치는 그런 장소는 아니지만

어쨌든 톳토리 현에서 가장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라서, 소박하지만 나름대로 레벨을 갖춘 분위기.

 

원래 시골마을이니 일부러 그럴것도 없긴 한데

어쨌든 키타로의 마을이다 보니 대부분 옛 정취를 느끼게 하는 이미지로 마을 전체가 구성되어 있다.

키타로의 아버지 눈깔이 술병 들고 앉아있는 저 그림 역시 마을 분위기에 참 어울린다.

고향의 부흥을 위해 모든 캐릭터들의 저작권을 무료로 사용하게 해 준 미즈키 시게루 덕택일지도.

 

 

 

현대화에 미친듯 채찍질을 가하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느긋한 마을이다.

연간 100만명의 관광객을 맞이하는, 인구 3만 5천명의 시골마을에서 보이는 풍경은

최신 시설이라고는 냄새 나지않는 화장실 정도밖에 없으면서도, 쓰레기 하나 떨어져 있지 않은 조용한 건물들의 연속.

 

택시회사라기보다는 자동차 정비소같은 느낌을 주는 저 회사의 모습도, 이곳에서는 관광지의 볼거리로 느껴진다.

사명 밑에는 '키타로와 만날수 있는 마을'이라고 적혀있다.

지붕밑에는 여지없이 눈깔아버지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고, 안에서 대기중인 택시 상단부에도 눈깔이...

마을의 특색이란 건, 입구에 크고 비싼 상징물 한두개 만들어놓는다고 생겨나는게 아니다.

요괴들의 마을이지만 어느 곳보다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곳의 특색은

시에서 어마어마한 세금을 쏟아부어 만든게 아니라, 마을 사람들 하나하나의 소소한 마음가짐에서 만들어진 것.

 

 

 

지금도 사용하는건지 모르겠지만, 길거리에 설치된 이 녀석은 일단 라디오라고 한다.

그냥 나사 두개와 뻥 뚫린 구멍이 사람 얼굴처럼 보여서 담아봤는데,

일단 미즈키 시게루 로드에서 볼 수 있는 녀석들은 대부분 관광과 관련이 있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시골마을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일사분란한 거리인 것.

 

 

 

요괴들 조각상은 워낙 많아서 그걸 다 찍어서 올리다간 이곳 홍보대사가 되어버릴 듯 하니

걸어가다가 좀 시선을 끌만한 녀석들만 살펴보게 된다. 다들 원작에서 뭐 하는 녀석인지 설명이 되어있지만

외국인에게는 역시 와닿지 않는게 아쉽기도 하다.

 

 

 

작품의 히로인격인 고양이소녀. 어쨌든 제일 유명한 캐릭터중 하나여서 그런지

사람 손을 많이 탄 흔적이 보인다. 세삼 느끼지만 미즈키 시게루는 여성 캐릭터 그리는데는 소질이 없나보다.

 

 

 

산책로 거의 끝부분까지 걸어갔다가 방향을 돌려서 역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산책로 끝에는 '미즈키 시게루 기념관'이 위치해 있어서, 이 파란만장한 사람에 대해 좀 더 알아볼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페리 승선시간이 그렇게 널널하진 않았기 때문에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간다.

 

여행 출발전 대강 찾아본 바, 미즈키 시게루 로드는 그다지 볼것도 없고 시간도 그리 걸리지 않는다는게 중론인 듯 한데

내 입장에서 본다면, 오늘 오전 마츠에에서 라멘 먹으며 빈둥거린 시간이 아주 약간이긴 하지만 아까웠다는 정도일까.

난 책도 몇 번씩이고 읽고, 영화도 몇 번이고 보는 성격이라서, 한번 간 여행지에 다시 가지 않는 사람은 아니다.

약간의 여운을 남겨놓고 돌아가는것이 다음 여행의 기회가 될 수도 있으니 딱 그 정도의 아쉬움만 가지기로 한다.

 

돌아가는 길에 뭐 놓친 건 없나 싶어서 둘러보던 중, 능히 동상들의 가치에 견줄만한 화장실 간판에 눈을 뺏긴다.

디자인적으로 매우 훌륭한 픽토그램. 키타로를 아는 사람은 아는 사람대로 즐거우며, 모르는 사람이라도 전하는 바는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표본이다.

왠지 툭 떼어내서 집의 화장실 앞에 붙여놓아도 어울릴 것 같은 녀석인데, 아무래도 저걸 파는 상점은 보지 못했다. 내가 좀 특이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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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쯤 기다려 한적한 버스를 타고 금새 사카이미나토(境港)역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페리터미널까지는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중이라서 요금 걱정은 없지만

버스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시간은 약 50분 정도.

 

사카이미나토는 강릉과 러시아에서 들어오는 페리 선착장이 있긴 하지만

산인 지방이 워낙 외딴 곳인데다가, 관광객 대부분이 이곳을 경유해서 다른 관광지로 이동하는 부류라서

그 외국인들에게만 관광 수입을 기대해서는 별로 재미를 보지 못하는 항구마을이다.

 

지금껏 내가 돌아다닌 마츠에, 이즈모 등은 모두 산인 지방중 시마네(島根)현에 속해있지만

유시엔이 위치한 조그만 섬 다이콘지마(大根島)를 버스로 15분쯤 달려서 도착한 이곳 사카이미나토는 톳토리(鳥取)현에 속한다.

일본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현이 톳토리현, 그 다음가는 현이 시마네현이니까, 산인 지방의 고립적인 상황이 이해가 될런지.

 

그나마 이즈모타이샤라도 있어서 나름 관광객을 끌어모았던 시마네현과 달리 일본에서 가장 큰 해변가 모래사구 단 한개만이

유일한 볼거리인 톳토리현이고, 그것도 공항이나 항구에서 1시간 넘게 달려야 도착하는 톳토리 시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매우 떨어져서 여러가지로 관광자원이 부족한 곳.

 

하지만 어떻게든 현의 관광사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머리를 짜내던 관계자들은 훌륭한 컨텐츠를 만들어 냈다.

일본의 국민만화중 하나인 게게게의 키타로(ゲゲゲの鬼太郎)의 작가인 미즈키 시게루(水木じげる)의 고향이 이곳 사카이미나토였던 것.

그걸 이용해서 아무것도 없던 조그만 항구마을인 이곳에 설립된 것이 미즈키 시게루 로드(Road)이다.

 

사카이미나토역을 나서면 바로 펼쳐지기 시작하는 이 산책로 덕분에 톳토리현은 나름 자랑할만한 관광 상품을 만들어냈고

물질적인 관광자원이 없다면 문화컨텐츠를 관광자원으로 삼자는 일념으로, 매년 만화축제를 개최하는 등 방향성을 확립해 가고 있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현재 일본의 국민만화중 하나인 '명탐정 코난'의 작가 아오야마 고쇼(青山剛昌) 역시 톳토리현 출신이라서

키타로와 코난, 반세기를 뛰어넘은 국민만화 두 작품의 작가를 바탕으로 삼아 낙후된 현을 되살리려 노력하는 중.

 

사카이미나토역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거대한 키타로 간판. 일본인들에게는 맹꽁이 서당만큼 친근한 이미지다.

 

 

 

역 앞을 출발점으로 삼는다면, 맨 처음 볼 수 있는 동상. 이 만화를 보면서 커온 사람들이 본다면 참으로 감회가 새로울듯한 모습이다.

만화를 그리고 있는 작가 미즈키 시게루와, 그 모습을 지켜보는 만화속 주인공 키타로.

50년이라는 세월을 뛰어넘어, 추억의 일부로 간직하던 유년시절의 기억을 다시 접할 수 있는 사람들의 심정이 어떨지.

 

게게게의 키타로는 원래 1930년대 유행하던 민화 '아이키우는 유령'을 그림연극으로 각색한 '묘지의 키타로'가 그 기원이다.

1950년대 미즈키 시게루가 만화를 연재하던 당시엔 요즘과 같은 만화잡지라는 개념조차 없었고

전후 혼란스러운 사회분위기 속에서 시게루는 5달 가까이 원고료를 받지 못하거나, 만화 원고가 소실되기도 하는등 갖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입지를 다져갔다.

한국에서는 외팔이 만화가로 더 유명한듯 한데, 태평양전쟁때 라바울 뉴기니 전투에서 폭격에 왼팔을 잃은 것.

 

'전후 일본인의 인생'이라는 제목의 표본으로 삼아도 될 만큼 파란만장하고 드라마틱한 삶을 산 작가라서

2010년엔 '게게게의 아내'(ゲゲゲの女房)라는 제목의 드라마가 대히트 하기도 했다. 당연히 미즈키 시게루와 그를 뒷받침해준 아내의 이야기.

 

 

 

맞은편에서 만화원고를 쳐다보고 있는 캐릭터는 키타로의 악우인 생쥐인간(ねずみ男).

실제로 게게게의 키타로가 국민적 작품으로 등극하게 되는 것은 애니메이션화가 진행되고 나서인데

그 전에 연재한 만화쪽은, 괴담민화에서 파생된 작품답게 의외로 아이들이 보기에 무서울 정도로 심각한 작품이었다.

 

그 때의 흔적이 남아있는 캐릭터라고 할까, 키타로와 친구관계이면서도 매우 속물적이고 욕심이 많은 성격으로

키타로를 곤경에 빠트리는 경우가 많은 녀석. 그래도 작가가 애착을 가지는 캐릭터인지 당당히 메인 동상으로 참여했다.

 

 

 

문화컨텐츠를 이용한 관광상품 개발이라고 하면 사실 어느정도 패턴이 정해져 있는데

이곳 미즈키 시게루 로드라는 곳은, 딱히 크게 관심을 끌만한 뭔가가 있는 곳은 아니다.

상점가 사이사이에 세워져 있는 등장 요괴들의 동상과, 키타로 관련 상품, 전철에 그려넣는 캐릭터 등등.

 

하지만 전후 피폐했던 시절에 어린이였던 사람들, 고도성장기에 사회의 한 축을 담당했던 그 사람들에게 있어

이 미즈키 시게루 로드는 특별한 추억으로 다가올 것이다. 외국인이 아니라 현지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관광지.

 

전철에 그려진 캐릭터는 키타로의 친구이자 작품의 아이돌(?) 고양이소녀(猫娘).

지금 기준에서 본다면 여성적 매력이란걸 느끼끼 힘든 캐릭터지만, 사실 연재 당시에도 별로 색기는 없었다.

이는 미즈키 시게루의 그림체가 워낙 여성 캐릭터 작풍과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에.

심지어 타 만화가에게 부탁해서 여성캐릭터를 그려달라고 한 경우도 있었다.

 

키타로 애니메이션은 지금도 극장판으로 꾸준히 제작되고 있는데, 요즘의 고양이소녀는 일본풍 미소녀로 변신했다고.

 

 

 

전쟁때 한쪽 팔을 잃고도 만화가로 대성한 작가.

그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며 지탱해준 아내.

일본사람들에게 이처럼 여러가지 면에서 귀감이 되는 부부가 또 있을까 싶다.

 

전쟁당시 라바울 뉴기니 원주민들과 매우 친해져서, 일본으로 귀국하지 않고 귀화하려고 노력했던 사람인데

만약 그의 바램이 이루어졌다면 게게게의 키타로는 존재하지 않았을 터. 역사의 흐름이란 건 참 아이러니하다.

 

젊을때는 신경질적인 성격이었다고 하나, 아내의 도움으로 성공한 이후로 온화하고 웃음기있는 사람이 되었다고.

금술좋기로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하기도 했고, 이곳 미즈키 시게루 로드의 초안을 들고 찾아간 사카이미나토 공무원에게

제작에 관련된 모든 캐릭터들의 저작권을 무료로 제공하는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미즈키 시게루 로드의 주된 볼거리는 역시 산책로를 따라 세워져 있는 요괴들의 동상들.

큰 동상은 사카이미나토역 앞에 세워져 있고, 거리에 세워져 있는 동상들은 손바닥보다 작은 녀석들이다.

시게루 본인이 직접 감수를 했으니 재현성은 매우 높지만, 한국 관광객들에게 별로 재미없는 코스로 알려지는 것도 어쩔 수 없을 듯.

 

워낙 오래전에 오랫동안 연재된 작품이고, 온갖 다양한 요괴들이 등장하는 옴니버스식 구성이라서

아마 일본사람들도 여기 전시된 캐릭터들이 어디 나온 녀석인지 다 기억하지는 못할 듯 하다.

여담으로 코믹스판에는 한국 요괴에 대한 에피소드도 있었다고.

 

 

 

최대한 작가의 오리지날 요괴를 재현하는데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많은 사람들 역시 생각보다 귀엽지 않은 캐릭터들에 놀랄 수도 있을것 같다.

초기 연재본은 아동용 애니메이션과 달리 거의 호러 장르에 가까웠기 때문에.

 

친절하게도 동상 옆에는 각각의 캐릭터들에 대한 설명이 상당히 세세하게 적혀있었는데

설사 그걸 내가 찍어와서 전부 번역한다 하더라도, 그게 이 블로그와 대체 뭔 관계가 있을까 싶어서 패스.

애초에 게게게의 키타로 원작을 읽어본 사람이 한국에 과연 몇이나 있을까 싶다.

물론 근래 복각판이 한국에도 출시되긴 했으나, 이미 뛰어넘기 힘든 시대의 간격이 놓여있으니까.

 

 

 

물론 동상이 주된 볼거리이긴 하지만, 이 산책길 곳곳에는 문득 사람을 미소짓게 만드는 요소들이 상당히 빼곡하다.

이 눈알 가로등은 키타로 작품에서 뺄 수 없는 중요 캐릭터. 캐릭터 일부분이 아니라 정말 캐릭터다.

눈깔아버지(目玉親父)라고 불리는데, 정말 키타로의 아버지. 예전에 한번 죽었는데 키타로를 염려하는 마음에 눈깔만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한다.

 

 

 

그냥 훵하니 둘러보면 별것 없는 거리지만

세세한 것을 찾아다니는 성격의 관광객이라면 상당히 유용한 곳이다.

처음엔 조그맣게 늘어선 동상에만 눈을 뺏기지만, 잘 둘러보면 마을 전체에 키타로의 손길이 깃들지 않은곳이 없다.

미즈키 시게루 로드라고 부를게 아니라 미즈키 시게루 월드라고 해도 될 만큼

이 산책로에 존재하는 모든 소품들, 심지어 거의 관계없어보이는 일반 주택들 사이에서도 키타로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요괴 동상들을 보면서 느끼는 점인데

의외로 요즘의 눈깔미소녀화가 진행중인 애니메이션 캐릭터보다

50년대 그림체인 키타로 캐릭터들이 입체화에 더 적응력이 있는 듯 하다.

 

흡사 고바우영감과 같은 신문만화 느낌이 나는 그림체라서, 미적 의무감이나 캐릭터의 몸값 늘리기에 연연하지 않으니

추해보일수 있는 모습이라도 입체화시에는 그게 고스란히 캐릭터의 특징으로 부각되는 느낌.

 

 

 

주인공이다 보니 여러군데서 출몰중인 키타로와 시게루 본인.

시게루의 어깨에 올라가 있는 눈깔이 키타로의 아버지이다.

 

 

 

방금 전 언급했듯이, 이곳에는 키타로가 서려있지 않은 곳이 없다.

멀리서 얼핏 봤을때는 키타로 자판기인가 싶었는데, 옆에 자판기가 있는걸 보니 그건 아니다.

 

망원으로 길 건너편에서 담았기 때문에 재생해보고야 알았는데, 자판기가 아니라 재활용 쓰레기통이었다.

자판기용 분리수거 쓰레기통이니 캔과 페트병이 들어가는 구멍을 구분해 놓았다.

주위 목조건물과 나름 잘 어울리는 디자인인데 살짝 아쉬운 점이라면

기왕 두 개의 투입구니까 키타로 아버지인 눈깔요괴의 그림을 구멍 주변에 그려놓는게 더 재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정도.

그것도 생각해보면 키타로 아버지 눈알에다가 쓰레기 집어넣는 형국이 되니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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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벽을 다 돌고나니 공연장 옆에 그림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국내 유명 만화가들의 작품들을 전시해 놓은 듯 하더군요.
웹툰 작가로 유명한 스노우캣님의 작품입니다.
고양이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두 좋은 사람~


김동화님 그림을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는군요.
예전 만화잡지 보물섬에서 곤충소년 연재하시던 때가 생각납니다.
그 후 황토빛 이야기로 한국적 서정성을 유감없이 표현하시곤 했었죠.


어릴때는 머털도사로
나이 들어서는 임꺽정으로 잊혀지지 않는 이두호님의 작품입니다.
전 덩더꿍이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에 남았죠.

아이러니하게도 내용적으로나 표현적으로나 꽤나 19금틱했던 작품을
당시 국민학생인 저에게 엄니께서 가져오셔서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왜 그러셨을까요.


작가는 모르겠고... 어린이들에게는 모르면 간첩이라는 소리를 듣는 뽀통령님이시군요.
제가 유치원생때 이런걸 봤으면 마찬가지로 열광했을까 곰곰히 생각도 해 봅니다.
그무렵엔 뭐 보고 있었지... 철인 28호나 미래소년 코난 같은거 보고 있었네요.


프리스트로 유명한 형민우님의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영화도 나름 잘 뽑았고 (극장용 엔딩이 아닌 감독판 엔딩이 좋습니다)
소설도 뭐, 이쪽 분야에서는 선구자적인 작품이니...
이분 작품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표현력만큼은 정말 발군이군요.


여기서부터는 최근 웹툰작가들이라 제가 모릅니다. ㅡㅡ;
종이책 세대라 그런가, 웹툰이란건 어지간히 마음먹고 보지 않으면 잘 안보게 되네요.
유일하게 본 기억이 나는 작품은 얼마 전에 영화로 말아먹은 '이끼'였습니다.
이것도 종이책 '야후'의 작가분이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본 것이라.


그래서 다시 말씀드리지만 어떤 작가분인지 모르겠네요.
혹시 작가분 보고 계시다면 죄송합니다.


아, 이 작가분은 알고 있습니다. 미호이야기의 혜진양님이시죠.
애니메이션 제작소식을 듣고 찾아봤는데, 그림체가 참 마음에 들어서 인상에 남은 분이네요.
앞으로의 작품이 기대되는 분입니다.


아침부터 대구서 올라와서 강행군중인 동생분과 오라비에게 휴식시간을 주자는 의미에서
커피 한잔 마시면서 숨을 고릅니다. 동생분이 가져온 오미자 주스가 맛있군요.

옆의 공연장에서는 친숙한 음악과 함께 마리오네트 공연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좌석을 가득 채운 사람들이 아이들과 함께 공연에 몰두하고 있더군요.
사람들이 앉아있을 때 후다닥 부스를 돌아보는게 좋긴 하지만
일행에게 휴식시간을 주지 않으면 공연 끝나고 근육통을 호소할 것 같아서 그냥 쉬었습니다.

그런데 동생분은 결국 대구 내려간 다음날 고생 좀 하신 듯.


열심히 활약해주고 있는 동생분의 넥삼군.
베터리가 하나밖에 없어서 과연 끝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인가 조마조마합니다.
잠시 숨 고르고 나서 다시 전장으로


각돌이와 덕순이


독특한 센스가 엿보이는 부스였습니다.
아이들한테 인기가 많아보일듯한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이 전시되어 있더군요.
사진의 이녀석이 각돌이입니다. 부스명을 보고 뭘까 싶었는데 이녀석을 보니 이해가 됩니다.


뭔가 독특한 센스의 인형들도 전시되어 있네요.
개성에 맞춘 이름이 잘 매치되어 있던데, 사진을 찍어오질 않아서 까먹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잠깐 부스 이름이 헷갈리는 바람에...
나중에 좀 더 알아보고 수정할게 있으면 수정하겠습니다.
사진찍는데 정신이 없어서 항상 부스 돌기전에 부스명을 먼저 찍어놔야 한다는 철칙을 잊어버렸군요.

여자사람들에게 인기있을법한 샤방샤방한 남정네입니다.
저 뒷면 벽지가 왠지 굉장히 눈에 익는데요... 대구 본가의 부모님 침실이 저 벽지 아니었나?


무표정한 인형의 얼굴이 차분한 분위기와 어울리는 작품입니다.


연예인 얼굴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아마 동생분은 아실 듯.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때는 정말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노무현씨가 대통령이 될 때의 충격을 능가할 정도였네요.


아이 사진으로 입체 액자를 만들어주는 부스였습니다.
아이 엄마들에게는 참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보이더군요. 아이의 특징을 잘 살리는 듯 합니다.

영화동호회 메이님 생각이 나는데, 윤재 사진으로 요렇게 만들어 놔도 괜찮을 듯.


아이돌 그룹 인형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야 뭐 현실세계에서도 아이돌 그룹 보면 원체 누가 누군지 모르니...


설탕공예품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쪽 부스엔 사람이 많아서 제대로 사진에 담기가 힘들더군요.
음식박람회에서도 이런 느낌의 작품을 본 기억이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일까요?
이런 걸 보면서도 저런 도끼를 저 팔뚝으로 저렇게 들 수 있으려나 싶거나
동생분이 예전에 저런 꽁지머리는 실제로 하면 머리 아프다고 했던 기억을 더듬어 보거나 하면서
뭔가 마음은 딴 곳에서 놀고 있었던 듯합니다.


도끼를 들려면 이 정도 근육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워해머가 생각나기도 하고 WOW 캐릭터인가 싶기도 하고...
둘다 해보질 않았으니 정확한 건 모르겠습니다.



한국구체관절인형협회


여기서부터는 다시 부스 이름을 쓸 수 있겠군요.
동신대 인형이 전시되어 있던 곳입니다.
의자에 앉아서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곳이라서
동생분이나 오라비를 앉혀보려고 노력해 봤지만 허사로 돌아갔네요.


의상 코디가 멋지다는 느낌이 드는 인형이었습니다.
뭔가 있어보이는 가방까지 들어주니 패션 모델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눈 뜨고 있는 인형 중에서 그나마 무서운 느낌이 들지 않았던 녀석이군요.
머리를 참 단정하게 일자로 잘랐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옷의 단추가 저만큼 크면 그건 또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기도 했고...


이런 느낌의 인형은 엄니께서 좋아하시던데.
제가 국민학생때 엄니께서 백화점서 요거 비슷한 인형을 사오신적이 있었죠.
눕히면 눈이 자동으로 감기는 녀석이었습니다.

나이 좀 먹으니 눈이 잘 안뜨이거나, 한쪽만 윙크를 하거나 했었네요.


구글의 안드로이드 마스코트입니다.
이거 참 귀엽더군요. 하나 구입해서 업어오고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양말에 안드로이드폰 한개씩 넣어주고 가려나요.


분명 구체관절인형 부스에서 찍은걸로 기억하는데
왜 이런 녀석들이 서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고보니 에바 두 번째 극장판은 일본 가느라 보질 못했는데...
좀 기다렸다가 세 번째 극장판 나오면 볼까 싶기도 합니다.


Fate 라는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입니다.
일본서 워낙 인기만발이라 다양한 관련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이거 만든 회사는 근 10년째 이 게임만 우려먹어도 매출이 엄청나더군요.


예쁘장한 얼굴과 에드워드 가위손을 연상시키는 머리 스타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마의 장식도 조화가 잘 되는데
저거 확대해서 찍으면 좀 무섭겠더군요.


이쪽 부스에서는 가장 마음에 들던 인형입니다.
끝에서부터 돌돌 말린 머리카락도 좋았고 얼굴도 위화감이 없어 보이네요.
단지 가슴쪽 의상이 심히 현실감각을 벗어날 정도로 파격적이라...

현실세계에서 저 정도 미인이 저렇게 입고 거리를 활보한다면 아주 난리가 날듯 합니다.

나중에 동생분한테 부스배치도 좀 받아서 이름을 잊어버린 부스도 체워넣어야 할것 같네요.
혼자 다닐때보다 조금 바쁘게 움직여서 그런지 부스명 찍는것이 소홀했던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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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친구의 동생이 추천하길래 비싼 가격보고 고민하다가 맘먹고 지른 책.
재밌더군요. 작가분의 감성이 굉장히 신선하면서도 보편적인 공감대를 유지합니다.

문제는 후반부.
익숙해진다거나, 인기를 얻는다거나 하는 것의 무서움이 느껴집니다.
대부분 이런 감정선 폭발에 의해 만들어지는 작품은 굉장히 어색하고 낯뜨거운 느낌이더군요.

강모 작가처럼 그 유치한 감정선이 대중들에게는 더 먹혀들어가는것 같지만 저는 전혀~

암튼 이 만화, 도자기
1권으로 끝나서 자신의 가치를 잘 지켜낸 작품이라고 봅니다. 구입해도 후회없을 정도니 한번쯤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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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책장이 포화상태였고
미련 남기기 전에 정리해 버리려고 업자분 불러서 코믹스를 내보냈습니다.

처음엔 몇 권만 남기고 싸그리 보내려 했지만 역시 마지막까지 손이 떨어지지 않네요.
계획대로라면 600권 정도는 예상했지만 역시 끝에가선 350권 정도밖에..

덕분에 책장이 예상만큼 텅 비진 않았지만, 2겹으로도 가득가득 차던 예전의 책장을 생각하니
조금 쓸쓸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떠나보낼땐 미련없이가 제 모토니까.

담배란 이럴때 피는거 아닌가 싶지만, 이미 끊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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