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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에 해당하는 글들

  1. 2015.06.07  엄니와 함께 신천 산책 6
  2. 2012.11.05  그때 남산 24
  3. 2012.07.09  보라매 공원 2/2 26
  4. 2012.07.07  보라매공원 1/2 20
  5. 2012.07.04  콘크리트 18
  6. 2012.04.24  신천 산책 후반기 16

 

 

 

 

부처님 오신날에 엄니와 함께 신천 산책에 나섰습니다.

신천 산책은 상류로 상류로 주욱 걸어다서 등산로 근처에 있는 메밀묵을 먹고 돌아오는게 기본 코스죠.

날씨가 더워서 운동도 좀 되고, 메밀묵은 배불리 먹어도 칼로리가 낮아서 가볍게 운동하기에 좋습니다.

 

 

 

오랜만에 심도얕은 사진을 한 번 찍어봅니다.

엄니는 사진 찍히는 걸 별로 안좋아하는 데다 이렇게 산책할 때는 아예 피사체가 되어주지 않기 때문에

거진 뒷모습만 찍고 따라갈 수 밖에 없네요. 특히 기다려주지도 않기 때문에 거의 따로따로 산책이 되어버립니다.

 

 

 

신천에 수달이 산다고 하더니 이렇게 모형까지 만들어 놓았네요.

원래 똥물로 유명한 곳이었는데 그래도 요즘엔 동물이 좀 와서 서식하나봅니다.

하지만 수량이 적다 보니 상류쪽은 유속이 느려서 냄새 나는건 어쩔 수 없습니다.

 

 

 

요즘 개통한 도시철도 3호선이 앞을 지나갑니다. 여러가지로 과감한 시도라서 문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래야죠.

재미삼아 한 번 타보고도 싶지만 공교롭게도 서식 반경과 전혀 관계없는 루트를 달리고 있어서

일부러 타지 않는 이상은 그닥 조우할 일이 없네요.

 

 

 

신천 산책로는 화장실도 나름 아트틱하게 지어 놓고 해서 신경을 쓴 흔적이 보입니다.

하지만 사실 신천은 저 멀리 하류쪽으로 갈 수록 자연 그대로의 느낌이 살아있어서 더 볼만하죠.

 

제가 서식중인 상류 부근은 그냥 도시적인 산책로처럼 만들어 놔서 바람 쇠긴 좋아도

사진을 제대로 담을 만한 재미는 별로 없습니다.

 

 

 

뭐가 문제인진 모르겠지만 잔디 상태가 별로 안좋습니다.

이 때쯤이면 잔디가 꽤나 많이 자랄 시기인데 누렇게 죽어가는 부분이 많더군요.

 

사람들이 밟아서 죽을 정도로 유동 인구가 많은 곳도 아닌데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한 시간쯤 걸으면 산책로를 벗어나 등산로로 들어갑니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면 오랫동안 손수 메밀묵을 만들어 온 조그만 가게가 있습니다. 저희 단골집이죠.

 

김치를 포함한 메밀묵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장분 부부가 직접 만들어 내는 흔치 않은 가게입니다.

그래서 메뉴가 메밀묵 말고는 아예 없다시피 하죠. 수육을 먹으려면 미리 전화를 줘야 합니다.

메밀묵 만들 때 조금씩 나오는 언저리 부분의 약간 쫄깃하고 딱딱한 이 부분이 진짜 별미입니다.

 

 

 

묵채국은 짜지 않고 순한 멸치국물과 직접 담근 김치가 아주 매력적이죠.

이거 한 그릇을 위해서 한 시간의 산책 겸 운동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요즘 이런 제대로 된 메밀묵 구경하기가 참 어렵죠.

단골 손님이 많아서 영업은 별 문제가 없지만

매번 찾아올 때마다 주인 아주머니가 메밀묵하고 김치 만들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셔서 언제까지 가게가 이어질지는 잘 모르겠네요.

 

 

 

김치와 함께 먹는 소량의 기장밥도 매력입니다.

이 가게에서 유일하게 기장만이 국산이 아니라 조금 아쉽습니다만.

 

음식에 까다로운 엄니는 일반 음식점의 김치는 입에도 대지 않는데

이 곳의 김치는 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다 드시죠. 직접 담근 김치는 확실히 다르긴 다른가 봅니다.

 

 

 

이 날은 날씨가 상당히 더워서 땀을 많이 흘렸는데

메밀묵채 한 그릇 먹고 쉬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몸이 식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원래는 그냥 돌아갑니다만 부처님 오신날이고 하니 바로 앞에 있는 절에도 구경을 가 보기로 합니다.

 

 

 

고즈넉한 느낌은 없는 콘크리트 절이라 평소에 별 관심이 없는 곳입니다만

걸출한 등산로 앞에 위치해서 나름 신도가 많은 듯 하더군요. 특히 이 날은 불교에서는 축제날이나 다름없다 보니.

 

절밥을 공짜로 얻어먹을 수 있긴 합니다만 원래 신도도 아닌 사람이 그런 거 먹기는 좀 미안하고

묵채국도 먹고 했으니 그냥 구경이나 하러 들어가 봅니다.

 

 

 

바자회를 하고 있길래 도움이나 될까 싶어서 전을 주문해 봅니다.

가격이 한 접시 2천원이라 그리 비싼 편이 아니라서 부담이 없습니다.

바로바로 구워내는데 사람이 많아서 주문이 밀리고 있네요.

 

부추전은 집에서도 곧잘 해 먹기 때문에 그냥 그렇지만 호박전은 오랜만이라 맛있었습니다.

 

 

 

커피 한 잔 마시려 했는데 품절이라고 해서 옆에 있는 콩국 한 접시 주문해 마셨습니다.

어릴 적엔 콩국 사이의 투명한 우묵가사리가 좀 징그러운 느낌이라 잘 먹지 않았지만

세파에 한참 휘둘린 나이가 되고 나니 구수한 맛을 즐기게 되었네요.

 

 

 

등산하기도 좋고 해서 자동차가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자동차 가지고 왔으면 돌아가기 참 난감했을 듯.

이 주변은 개발이 안 된 풍경이 아직 남아있어서 옛날 생각 나게 만드네요.

 

국민학교를 30분쯤 걸어서 다녔는데, 그 때는 자연스러웠던 이런 동네길도 이제는 점점 없어져 갑니다.

 

 

 

등산로 근처 음식점들은 그닥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닌데

이쪽 대덕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상당히 오래된 길이고 해서 나름 먹을만한 집이 몇 군데 남아있습니다.

 

물론 최소 10년은 훌쩍 넘은 집들이 그나마 낫고, 등산객을 상대로 최근 세워진 번쩍번쩍한 식당들은 굳이 들어가고 싶은 맛이 아니죠.

 

 

 

지금도 영업한다는게 신기한 곳입니다. 매번 이곳을 찾을 때마다 신기하게 바라보게 되죠.

요즘엔 대체 어떤 것들이 이곳에서 수리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중앙의 미려한 '신용 믿음' 글씨와 그 위의 하트 모양이 시간의 흐름을 잊게 만듭니다.

 

 

 

신천 쪽 산책길은 화장실 하나는 참 개성있게 만들어 놨습니다.

내부는 역시 냄새가 좀 나서 외관만큼은 아니지만.

 

산책길에서 사진 담을만한 것 중에 화장실이 포함된다는 것도 나름 재미있는 특징이겠군요.

 

 

 

돌아오는 길에 다시 3호선을 만납니다.

전철 자체도 무인 열차인데다가 역무원이 매우 적은 3호선이라 아직까지 신뢰할 만한 수준은 아니죠.

몇 년 제대로 운행된다면 모르겠지만, 어떤 상황이든 큰 사고 나기가 딱 좋은게 도시전철이다 보니 불안불안합니다.

 

특히 대구는 끔찍한 참사를 겪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니 부디 그 때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전철 하나 담고 갈까 싶어서 기다려 봤는데 운이 좋은지 로보카 폴리가 그려진 녀석이 지나가네요.

조카녀석이 매우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으로 알고 있습니다.

 

형수가 영어를 가르치던 사람이라 그런지 조카는 주제가를 영어로 따라부르던데

그걸 보고 엄니들은 천재가 태어났다고 좋아하시더군요. 손주바보라는 건 역시 만민 공통인가 봅니다.

 

 

 

 

나름 야심찬 지상철이라 역도 아직까지 깔끔하고 합니다만

지상 노선이라 밑에서 달리는 자동차들에게는 참 답답한 풍경을 선사해 주죠.

문제는 산더미지만 어쨌든 잘만 관리하면 관광 가이드에도 이름을 올릴 만한 시설이니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까지는 이쪽 시민이긴 하지만, 이거 처음 탈 때는 관광객 기분이 들 것 같네요.

부처님의 은혜 덕분에 즐거운 연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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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첫 조카가 태어났는데, 아비노릇 해야 할 형님쪽이 너무 바빠서

형수님 혼자 독수공방 아기 키우다가 뭔가 큰 문제 생길것 같아, 온가족이 합심해서 협력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9월에 다녀온 여행기를 2달이나 우려먹었다는게 그 증거죠.

아무리 나오는대로 막 써갈긴다고 해도 한편 쓰는데 최소 1시간에서 2시간은 걸리기 때문에.

 

10월엔 형수님이 아기 데리고 대구 본가로 내려와서 함께 지냈는데, 전 그틈을 타서 잠깐 서울에 쉬러 가곤 했습니다.

사하라 멤버 나침반님과 만나서 가볍게 남산 한번 올라갔네요. 그 뒤로 서울역까지 바이크로 태워주셔서 편하게 귀국했습니다.

 

 

 

남산 도착하기 전까지 아주 화창한 날씨였는데, 어째 오르기 시작하자 영 꾸물꾸물해지는게...

그래서 밝고 즐거운 사진은 남기지 못했지만 성격상 이런 하늘도 나쁘지는 않네요.

 

남산은 이제 산이라고 부르기엔 뭣할 정도로 가벼운 산책 코스가 되어버렸습니다.

관광객을 태운 버스는 끝도없이 올라가고

쿠션이 많이 죽긴 했지만 가벼운 조깅 정도는 문제없는 발포제 도로가 정상까지 이어져 있네요.

 

여행을 대비해 구입하신 OM-D 가 좀처럼 손에 익지 않으신 것 같아서, 가볍게 걸어가는 도중에 잠깐씩 찍어봅니다.

제가 카메라 이론에 대해 남을 가르칠 만한 내공이 있는건 아니지만, 어쨌든 알고 있는 것만이라도 좀 가르쳐 드리면

경험을 쌓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말이죠.

 

기계적으로는 제가 사용하는 a900 보다 훨씬 뛰어난 녀석이니, 적응만 잘 하시면 점점 마음에 드는 사진을 건질 수 있으리라 봅니다.

 

 

 

솔직히 같이 올라가며 찍긴 했지만, 찍어놓은 사진 보고 있으면 내가 지금 남한테 충고할 입장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사진학 강의 등등, 작품집보다 이론서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읽었던 터라 (사실은 작품집이 너무 비싸서 많이 못샀습니다)

가능한 한 아는대로 시간에 따른 태양광의 색온도와 빛의 방향 등등, 이론적인 쪽의 설명을 해 드렸는데

사진은 감성이라고 하지만, 그 감성은 카메라라는 기계를 통해서 구현되는 것이기 때문에

남한테 설명할때는 본인의 감성을 주입하는 것보다, 이론적으로 정립된 부분에 대해서만 설명해 드리려고 합니다.

그 후에 그 이론을 응용해서 본인의 마음에 드는 작품을 뽑는건 찍사 본인의 감성이니까요.

 

 

 

갑자기 꾸물꾸물해진 날씨가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그래도 슬슬 해가 지려는 무렵에 구름이 얹혀 있어서 조금 설명 곁들여가며 찍던 기억이 납니다.

 

HDR 등의 기법도, 이미 디지털 필터로 구현이 되어있기 때문에 조금만 설명해 드렸지만

전 그냥 RAW 촬영후에 집에서 만지작거리니 인스턴트적인 결과물 설명은 조금 힘들군요.

화면 중앙에 아주 조그맣게 보이는 두 개의 탑은, 몇년전 나침반님과 북한산 올라갔을 때 보이던 그 녀석인듯 합니다.

 

 

 

남산 산책로엔 역시 사람이 많아서 조금 힘들더군요.

워낙 접근성이 좋으니 다들 이곳을 찾는 것이겠지만

아무래도 정상에서는 더욱 인파에 휩쓸릴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그냥 잠깐 산책만 하는 정도였으니, 정상에서 할 일은 없긴 합니다만.

나이들어서 보는 남산타워는 가면 갈수록 별 의미가 없어 보이는군요.

하늘이 매우 화창할때 작정하고 올라가면 제법 괜찮은 서울풍경을 담을 수 있을 듯 한데.

 

 

 

이건 화각에 대해서 이야기할때 찍은 사진입니다.

저는 35mm 단렌즈밖에 없어서 그냥 이렇게 찍었지만

빛이 구름에 산란되었을 때 원거리를 망원으로 당겨 찍으면 나오는 아련한 분위기에 대해서 이론적으로나마 설명을...

 

이 사진에서 구름 바로 밑의 먼 건물 정도만 담을 수 있으면 원하는 결과물이 나왔을 듯 하네요.

 

 

 

걸어 올라가다가 역광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또 한장.

해질 무렵, 구름 많을 때의 역광이 어떤 느낌이라는 걸 대강 설명하면서 대충 찍어봤습니다.

쨍한 날씨에서의 역광도 그 나름의 맛이 있고, 스트로보로 보충해주면 멋진 사진이 나오긴 합니다만

가능한 한 자연광으로 담으려고 하고, 명암이 강한 사진보다는 부드러운걸 좋아하는 제 성격에 맞춰서 이야기를 드리는군요.

 

잘못된 습관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만 조언을 드리는게 좋겠죠.

 

 

 

해질 무렵이라 빛이 왼쪽에서 뿌려지고 있을 때의 명암차이에 대해서 설명할 때입니다.

전 RAW 로 촬영합니다만, LCD 화면에 보이는 썸네일은 JPG 결과물이기 때문에

남산타워의 오른쪽과 성벽 쪽은 완전히 까만 상태였죠. 그런 극단적인 명암차를 이용한 실루엣 사진도 맛있다는 이야기.

 

그런데 집에와서 RAW 파일 주물럭거리다 보니, 설명하고는 반대로 화이트홀이나 블랙홀 전부 없애버리게 되었습니다.

이건 이거대로 RAW 파일의 보정관용도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으니 한번 만들어 봤네요.

JPG 촬영시 음영으로만 표현되던 부분도 RAW 촬영후 보정으로 이만큼 살려낼 수 있다는 예시로 쓰이면 될 듯.

 

한달이나 묵힌 사진이라서 제가 올리면서도 현실감이 없긴 합니다.

지금은 아기데리고 서울 올라와서 제가 형님 들어올때까지 형수님하고 같이 아기를 돌보고 있네요.

형님 귀가시간이 보통 새벽 2~3시에, 토욜 일욜도 나갈때가 많아서 형수님 혼자서는 아무래도 힘들 듯.

아직 저도 적응기간이라서 글 쓰고 이런건 엄두도 못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거 월급 받아야 되는거 아닌가 싶지만... 아기 사진이나 틈나는대로 찍어서 부모님 보여드려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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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남산 :: 2012. 11. 5. 17:02 Photo Diary

 

잔디 광장 주변을 빙 돌아가니 이제서야 하늘이 조금씩 맑아집니다.

비가 신나게 오고 나서는 쨍한 하늘을 기대하는데, 장마철이다 보니 그게 잘 안보이는군요.

그런 하늘도 길어봤자 하루 정도밖에 안간다는게 더욱 서글픈 일이지만.

 

 

 

열심히 공 차고 있는 아이 모습도 한 장 날려주고 잔디광장을 뒤로합니다.

뭔가 폼이 제대로 잡힌 듯 하네요. 앞으로 뭐가 될려나.

 

제 카메라는 프레스 기기만큼 셔터랙이 짧은 편이 아니라서,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를 담을 때는

예측사격이라고 할까요. 원하는 동작보다 좀 더 일찍 셔터를 눌러야 합니다. 물론 움직임에 따라 그 순간이 바뀌니까

사실상 룰렛 돌리는 기분으로 잘 찍혔으려나 하고 걱정 반 기대 반으로 화면에 사진이 뜨기를 기다리게 되죠. 그것도 재미있습니다.

 

 

 

해가 조금씩 옆으로 넘어가고 있어서 빛의 분위기도 금새 변해버리는군요.

자전거 타고 나오신 분도 참 많은데, 저나 나침반님이나 저렇게 자전거 편히 타고 가는 모습을 보면

여러가지 상념이 떠오릅니다. 딱히 물어보지 않아도 비슷한 생각 하고 있을 듯.

 

제 자전거는 장거리 여행용이라, 사이드백 전부 다 떼어버려도 상당히 덩치가 크고

타이어 역시 속도보다는 내구성 중시로 되어 있어서, 아무리 열심히 밟아도 15km/h 이상 속도가 나오긴 힘들죠.

폭이 좁은 녀석으로 바꾸면 좀 더 나오겠지만, 제 자전거에는 좀 언벨런스한 느낌입니다.

 

산책으로 자전거 타고 나가는 것도 좋긴 한데, 그런 건 이제 만족감보다 아쉬움이 더 크군요.

 

 

 

공원이라서 참새 보기는 쉽네요. 단지 사진 찍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서.

저 혼자만이라면야 시간 들여서 얼마든지 접근하겠습니다만, 수많은 사람이 움직이고 있으니

제가 아니라도 참새는 금새 날아가 버려서, 적당히 한 장 남기고 걸어갑니다.

 

자전거 여행중, 100km는 넘는 속도로 썡쌩 달리던 자동차에 슬쩍 부딪치자마자 죽어버린 참새의 모습이 잊혀지질 않는군요.

사진도 찍었습니다만 여기 그런 걸 올려서 뭐하나 싶습니다.

 

 

 

보라매공원은 원래 공군기지가 있던 곳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예전에 쓰던 전투기들이 전시되어 있더군요.

주요 부품들은 떼어버렸겠지만, 실제 전투에 사용되던 녀석들이라 생동감 있습니다.

 

그래도 그 위에 앉아서 느긋하게 휴식을 즐기는 비둘기들의 모습을 보니

전투기도 이제 맘 편히 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평화로운 모습이네요.

 

 

 

한 백년쯤 지나면 F-117 이나 B-2 나 F-22 같은 최첨단 전투기들도 이런 곳에서 느긋하게 만나볼 수 있을지.

금속덩어리 조차도 자기 시대가 끝나면 이렇게 공원에서 노후를 즐기는데

막상 전쟁의 주역이었던 병사들은 이보다 못한 대접을 받으며 늙어가고 있는 현실이 비참합니다.

 

뭐, 가스통 들고 설치는 늙은이연합 같은 족속들도 있으니... 딱 그수준이라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만.

 

 

 

바이크에 관심이 많은 나침반님이라서, 이런 모델도 금새 알아보시더군요.

직접 타보질 않으니 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비싸고 좋은 녀석이라고 합니다.

 

그러고보니 어제 엄니하고 슈퍼 나간 사이에, 아파트 단지 사이로 귀엽게 줄 맞춰 달리는 십여 대의 할리를 봤는데

아파트 앞이라서 20km 도 내기 힘든 골목길을 그 우람한 할리들이 줄맞춰 기어가는 모습을 보니

한국에서 신나게 드라이빙 즐기는 것도 참 고역이구나 싶더군요.

단체로 달리는 애들 중에는 정신나간 녀석들도 많아서...

 

 

 

한 바퀴 돌도나니 처음 출발했던 분수대 쪽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 때는 35mm 단렌즈를 들고 있었고, 중간에 70-300 망원으로 바꿔 끼웠으니

같은 장소라도 담는 사진은 전혀 다른 느낌이군요. 산책을 두 번 하는것 같아서 좋습니다.

 

여행지에서도 사실 제일 이상적인 방법이 다른 렌즈를 끼고 한번 더 돌아오는 것인데

체력적, 시간적으로 문제가 있는 방법이라서 그리 자주 시도하지는 못하는군요.

 

 

음악에 맞춰서 움직인다고 하는 분수입니다. 시원시원하게 뿜어져 나오는건 좋은데

너무 멀리 있어서 시원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군요. 가까운 곳에서는 살짝살짝 피부에 시원한 느낌이 들 정도가 좋은데.

 

 

 

화단의 꽃들은 제철이 조금 지난 듯 합니다만, 그래도 힘내서 피어있는 꽃들이 있습니다.

한참 가물었다가 이제 비가 좀 왔으니 꽃들도 활기가 나려나 싶네요.

 

본가 아파트 베란다의 꽃들은 조금 말랐다 싶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물을 확 주고나면

놀랄 정도로 잎이 반짝반짝해 지는게, 생명력을 느낄 수 있어서 볼 때마다 신기합니다.

 

 

 

오전부터 이렇게 쩅쩅하면 사진 찍는 맛도 더 났을텐데

해가 막 지려고 할 무렵이 되서야 겨우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어서 약간 아쉬웠습니다.

 

흐린 날씨에도 덥긴 꽤 더웠으니, 쨍쨍했다면 즐거운 사진촬영 대신 땀으로 샤워을 했을테지만.

공원을 걸어나오는 길에는 나이 지긋하게 드신 분들이 윷놀이를 즐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더군요.

편견 때문인지, 화투치는 모습보다는 뭔가 보기 좋은 느낌이 드는데

다들 해보셨겠지만 분위기 험악해 지기로는 사실 윷놀이가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는데 말입니다.

 

겹쳐진 말이 한꺼번에 잡히거나 하는 날엔 끓어오르는 분노를 추제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밤엔 나침반님 댁 근처에 있는 나즈막한 산을 올라갔습니다.

가는 길에는 나침반님이 다니셨던 초등학교도 볼 수 있었군요.

 

전 대구 안에서긴 하지만 이사를 여러 번 다녀서, 사실 제가 다녔던 초등, 중등, 고등학교 가려면 꽤나 멉니다.

세월을 생각하면 아마 돌아가신 담임 선생님도 몇 있을 듯 하군요.

쉬는 시간마다 국딩 3학년 남녀 학생들을 무릎위에 앉혀놓고 토닥토닥하던 늙은 담임선생님은

아마 요즘 그랬으면 당장 성추행이라고 난리가 났겠지만, 그 때는 그런 일이 아무 문제없던 시절이었죠.

 

 

산은 산이라고 부르기는 뭣할 정도로 가볍게 산책할만한 높이여서 기분이 좋았는데

가로등이 없는 길이라서, 자전거 여행때 생긴 맷돼지 트라우마 때문에 조금씩 긴장되기도 했습니다.

 

한밤중에 5m 정도 앞에서 제 여행용 자전거만한 덩치의 맷돼지와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되면

그 때의 섬찟함이 쉽게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게 되는군요. 그래도 곰이 아니었으니 다행은 다행이지만.

 

날씨도 그렇고, 삼각대가 없어서 장소 지정하기도 쉽지 않아 야경을 멋들어지게 찍는건 힘들었지만

시대가 흐를수록 블레이드 러너의 화면과 닮아가는 서울의 밤모습은 단순히 화려하다는 단어만으로는 표현할 수가 없군요.

시간이 좀 널널하면 이 곳에서 관악산까지 쭈욱 갈 수 있다고 하니, 날 잡아서 산을 좀 타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근데 관악산쪽에 야간 산행은 가능할런지? 서울 벗어나서 지리산 종주라고 하려면야 걱정할 필요도 없는데

야간 산행은 관악산 정도라도 준비없이 갔다가는 생명줄 놓아버릴 가능성이 있으니, 그냥 낮에 가는걸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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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침반님과 함께 보라매 공원도 갔다왔습니다.

서울에 10년 넘게 살았지만, 사는 위치가 이곳과는 정반대였기 때문에 올 기회가 없었던 곳이죠.

규모는 서울숲에 미치지 못하지만 분위기는 비슷비슷하고, 좀 더 사람냄새가 나는 곳이더군요.

 

 

 

비가 그쳤지만 날씨는 찌부둥하고 온도는 높고 습기도 높고 사람은 많고

뭔가 기분좋게 산책할만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나 두근두근했습니다.

 

엄니께서 기억하시는 예전 보라매공원은 뭐랄까... 노숙자들이 가득 모여있는 그냥 공터 라는 느낌이었는데

그동안 개축을 많이 했는지 이번에 가 본 공원은 가볍게 산책하기에 적당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창 신나게 성장중인 연꽃잎이 맨 처음 반겨주더군요.

 

 

 

화단에 특이하게 생긴 녀석이 있어서 찍어봤습니다.

꽃인지 열매인지... 하나만 색깔이 특이해서 색 추출을 해 봤습니다.

 

 

 

서울숲 공원 앞에도 거대한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던데

여기는 이미 한참전에 들어서 있군요. 저 위에서 이 공원을 내려다보면 개미들 꼼지락거리는 느낌이 들 듯 합니다.

별로 좋지 않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꽤 많이 모였던데, 나침반님 말씀으로는 이게 상당히 적은 거라고 하시네요.

 

이거보다 많은 사람이 북적인다면 사실 공원으로서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싶지만

이런 시설이 극도로 부족한 도시이다 보니 이거나마 있는게 얼마나 다행인가 싶기도 합니다.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 중에 개를 데리고 나온 사람이 매우 많더군요.

고양이는 데리고 나올수가 없어서 이런 점에서는 개가 좋긴 합니다.

다들 바삐 움직이는데, 수동렌즈 가지고 한장 찍자고 불러세우기도 뭣하고... 그냥 눈으로만 즐겼습니다.

 

AF 되는 망원렌즈도 있긴 한데 지금 갈아끼우기는 귀찮아서 그냥 단렌즈로 대강 찍으며 걷습니다.

보라매 공원은 처음 오는 곳이라 흔적 남기는 겸 카메라를 들고 갔지, 촬영 자체가 목적은 아니었기 때문에 별로 힘을 주지 않았죠.

나침반님도 조금 찍으셨으니 올리시면 감상하러 가봐야겠네요.

 

 

 

제 눈에는 캔으로 보이지 않는 쓰레기들이 캔류에 들어가 있는 모습이 참 정겹습니다.

캔 류 하니까 스트리트 파이터가 생각나시는 나침반님에 고개도 한번 끄덕이고...

 

 

 

간단한 클라이밍 시설도 준비되어 있네요. 조금씩 방향성이 서울숲 공원과 달라지는 느낌이 들어서 신선합니다.

전체적인 느낌으로는, 서울숲이나 이곳이나 조경면에서는 그닥 좋은 점수를 주지 못하겠지만

이곳 보라매 공원은 디자인보다 실용성을 중시한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저런 지형은 상급자 코스일텐데, 잘 올라가시더군요. 클라이밍은 체중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저한테는 머나먼 이야기.

 

 

사실 카메라 작동법이나 이론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그냥저냥 잡담하고 걸어다니다 보니 별로 설명을 해 드리지 못한것 같아서 아쉽군요.

 

등에 이름표까지 달고 신나게 달려가는 아이의 모습을 수동으로 촛점 맞추는건

좋은 연습이 되기 때문에 한 장 남겼습니다만, 동체에 신경을 쓰다보니 나침반님이 파인더에 들어온 걸 몰랐습니다.

그래도 찍고보니 이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네요.

 

땀 뻘뻘 흘리며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저로서는, OM-D 같은 경박단소의 극치를 들고 다니는 나침반님이 부럽기도 했습니다만

사람 한번 손에 익은걸 바꾸기는 쉽지 않은 노릇이고, 주력으로 사용하는 렌즈들이 미러리스로 구현하기 힘든 녀석들이니 어쩔 수 없네요.

 

 

 

실제 모습에 비해 상당히 과장된 색상입니다만, 마침 햇빛이 좀 강해지던 때라서 분위기가 바뀐 것도 있습니다.

필름시절에 신경쓸 필요가 없던 화이트밸런스라는 것 때문에, 저녁무렵의 직사광선의 색온도 조절에 되려 신경을 쓰게 되는군요.

원래라면 노랑과 주황끼가 매우 강한 장면이지만, 화이트밸런스라는 기능이 생겼으니 한번 가지고 놀아볼까 하는 생각에 보정을 해봤습니다.

 

이런 곳에서 자라면 장미도 이렇게 든든한 삶을 보낼 수 있는데

아파트 창문 가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저희 집 장미한테 미안한 느낌.

 

 

 

이 장미는 진디밭 위에서 자라고 있었기 때문에 사진 찍으러 들어가도 되는가 잠시 망설였지만

잔디밭 안에 저렇게 펜스를 만들어놓은 부분이 있다는 걸 보고, 그럼 들어가도 되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들어가지 마세요라는 표지도 없었으니 뭐, 들어가도 되겠죠.

 

 

 

장미꽃이 피어있던 장소 반대편에는 체험학습을 위한 논이 있어서, 아이 둔 부모들이 많이 보입니다.

여기서 자라는 벼는 먹어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벼가 자라는 모습을 보기란 힘들겠죠.

 

초상권을 침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도촬을 하려니 필연적으로 망원렌즈를 사용하게 됩니다.

손에 들고있는 것을 보니 뭔가 잡으려는 것 같은데... 잡아서 잘 키울수 있으려나 싶네요.

 

 

 

보라매공원의 중심에 위치한 큰 잔디광장을 둘러싸는 산책로를 걷고 있습니다.

공원 내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곳이더군요.

적당히 넓어서 아이들이 뛰어놀기도 좋고 저렇게 낭만적인 상황을 연출하기도 좋습니다.

 

가능하면 얼굴 보이지 않도록 주의하며 찍었는데, 혹시 본인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바로 내려야겠죠.

 

 

 

비온 직후인데다가, 장마가 시작되는 시기라서 하늘이 그리 개운치 않습니다.

대기중에 수증기가 많아 안개낀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기 때문에

먼 거리를 담는 망원렌즈의 경우, 대비가 강한 색상을 하고 있는 피사체를 찍을 경우

주변 배경과 좀 더 분리되는 듯한 묘한 느낌을 풍길수도 있죠.

 

그래서 한장 남겨봤는데, 파인더에서 보이지 않던 붉은색 원반이 작업할때서야 보이더군요.

화려한 옷을 입은 애들보다 더욱 강렬한 대비를 보여줘서 나름 재미있게 보여서 만족합니다.

 

엄니께서 이 광경을 보셨다면 '저 때가 제일 귀엽지'라고 하시겠군요. 자식따위 낳아봤자 커 버리면 저처럼 될 뿐...

 

 

 

보라매공원 내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곳이 이 잔디 광장인 듯 합니다.

저나 나침반님이나 걸어다니는걸 좋아하니 저기 자리깔고 누울 일은 별로 없지만

저런 로뎅틱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분을 보면, 자리 깔고 느긋하게 누워서 책 보는것도 좋겠다 싶네요.

 

사진이 많아서 다음 포스팅으로 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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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잠깐 올라가서 일좀 보고 지인들도 좀 만나고 했습니다.

비는 첫날 저녁에 미친듯이 쏟아지고, 다음부터는 조금씩 흩날리는 수준이라서 다행.

 

막간을 이용해서 카메라 수리도 좀 하고, 기다리는 시간동안 까페에서 커피 마시며 책좀 읽었습니다.

 

 

 

오프라인 서점에서도 눈여겨 보고 있던 녀석인데

운좋게도 전자책을 50% 할인해서 고민없이 덥썩 구매해버렸네요.

 

글을 잘 쓰는 편은 아니지만, 어지간한 열정과 노력없이는 절대로 체험할 수 없는 것들을

상당히 덤덤하게 해치워 버리는 작가분의 능력에 여러번 감탄해가며 읽었습니다.

 

10여년전 처음 그 이름을 접했을 당시의 공정무역은, 이런 대안도 있구나 하면서 즐거운 기분이었는데

그동안 쌓이고 쌓이는 의구심이 결국 이 책에서 현실이 되어 버린 것에, 마치 추억을 하나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 드는군요.

 

 

 

나침반님과는 가볍게 산책 했습니다.

저희같은 부류에서 가볍게 산책이지만, 이게 일반적으로 가벼운 산책인지 아닌지는 논외로 하죠.

산책하기 좋은 강변길을 하염없이 걸을 뿐이었는데, 전날부터 속이 좀 안좋아서 중간에 돌아가야 했습니다.

 

이곳은 뭐라고 할까... 달동네가 당연하게 서 있던 그 당시의 서울의 흔적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할까요.

깨끗하게 정비해놓은 강변 자전거 도로도, 수없이 교차되는 도로 아래에서 바라보니, 왠지 옛날 생각 납니다.

 

 

 

삐까번쩍한 강남이 서울의 얼굴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일단 서울이라는 도시가 나아가려고 발버둥치는 방향이 그쪽이란 건 딱히 의심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강남의 외모에서 그 중심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유리'라고 생각합니다.

대로에 줄지어 서 있는 번쩍번쩍 유리 건물들, 이것들에게서는 '전성기를 막 지나서 타락하기 시작하는 로마 제국'의 모습이 연상됩니다.

음식의 맛만을 즐기기 위해 조금만 씹다가 뱉어버리던 로마 귀족들의 생활이 말이죠.

 

유리로 외장을 장식한 건물은 온도조절, 자외선 차단, 경제적 효율 등등 모든 면에서 최하위권을 달립니다.

자랑스러운 외관을 뽐내기 위해서 열나게 에어콘과 히터를 틀어야 하는 비효율적인 건물이죠.

한마디로 '난 이렇게 돈X랄 할 수 있지!' 라고 자랑하고픈 마음의 산물이랄까요.

 

 

 

이런 유행 전의 서울을 지탱하는 골격은 역시 콘크리트겠죠.

이곳 강변 산책로는 그 시절의 감성이 여기저기서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혼자만의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콘크리트라고 해 봤자 사실 시멘트보다 모래가 더 많이 함유되어 있지만

그 얼마 되지 않는 성분의 시멘트로 인해, 진짜 흙집에 비해 많은것을 잃어버리게 되는 재료이기도 합니다.

바이오스피어 프로젝트를 근본적으로 박살내버린 이유가 이 콘크리트였다는걸 생각하면

이런 도시에 살면서 TV에서 흘러나오는 친환경, 에코 어쩌구 하는 세련된 수사들에 그냥 헛웃음만 나올 뿐이죠.

 

바이오스피어에 대한 내용은 제인 포인터의 '인간 실험'이 국내에도 나와있고, 꽤 재밌으니까 한번 읽어보시길.

 

 

 

혼자서 하는 산책도 아닌데 이런 생각이나 머릿속에서 굴리고 있고, 좀 실례인 듯.

아무튼 담소를 나누면서 묘한 분위기의 산책길을 걸어갑니다.

 

서울엔 딱 하루 비왔다고 들었는데, 이 정도 얕은 곳은 위험할 정도였던 것 같네요.

물구경 불구경 싸움구경이 제일 재미있다고들 하지만, 막상 본인에게 닥치면 패닉상태가 되겠죠.

여긴 장마나 태풍때는 절대로 와서는 안되는 산책로인것 같습니다.

 

거의 터널처럼 길게 뻗은 산책로를 걷다 보니, 일본 자전거 여행때의 에피소드가 생각나서 나침반님과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그 에피소드는 여기서까지 썰을 풀지는 않겠습니다. 나중에 기분이 내키면 짧막한 에피소드를 올릴 순 있겠지만.

 

 

 

35mm 단렌즈를 마운트한 채 일정한 속도로 걷고 있으면 가끔 이런 사진을 담고 싶은 기분이 듭니다.

수동시절에 자주 사용하던 방법이기도 한데, 포인트가 될 만한 피사체에서 일부러 촛점을 떨어트리는 것이죠.

 

산책이란 건 양자 이론에 기반하는(!) 행동이라서 위치 특정이 불가능합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죠)

뭔가를 찍어보겠다는 의지를 갖고 움직이는게 아닌, 그냥 하염없이 걷기만 하는 이런 산책에서는

어느 특정 피사체에 시선이 집중되지 않는다는걸 많이 느껴왔기 때문에

일부러 아무것도 없는 곳에 포커스를 맞추는둥 마는둥 해서 스냅을 날립니다.

 

이게 산책중의 제 마음과 비슷한 것 같더군요.

 

 

 

나침반님의 서식처 근처에는 재개발만 기다리고 있는 고대의 아파트가 서 있더군요.

물론 대구에서도 이 정도 연식이 되는 아파트를 안 본것은 아니지만

이 녀석은, 재건축을 위해 대놓고 모든 하자보수를 거부한다는 의지를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사람이 안에서 살고 있다고 하는데, 일말의 거짓도 없이 제 입장에서라면

저기 들어가서 사느니 텐트 하나 갖고 밖에서 노숙하겠습니다.

 

 

어릴적 살던 아파트 근처에서 이런 아파트는 많이 봤고

지금도 이런 곳에서 사는 지인들이 있기 때문에 그리 혐오할 것도 아니지만

 

이 녀석은 최소한의 보수조차 받지 않는다는 느낌이 외관에서 너무나 강렬하게 풍깁니다.

당연하게도 곳곳에는 붉은 글씨로 뭔가 무서운 구호들이 써갈겨져 있더군요.

예전 살던 곳 근처의 재개발 아파트도, 시공사 선정 당시 조합원들과 시공자 직원들이

용역 깡패 고용해서 대낮에 난투극 벌이는 모습도 생생하게 목격하곤 했으니.

 

그 짐승같은 욕망이야말로 사람이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걸 확인시켜주는 요소일런지... 라는 생각도 듭니다.

 

 

 

군대 훈련소에서 독감 걸려서 뻗어있을 때 만병통치약이었던 링겔은 사람에게만 통하는 수단이 아닌 듯.

열나고 힘없을때 링겔 한방 꽂고 누워있으면 직빵이라는 말은 예전부터 들었는데, 정말 한번 꽂아보니 회복속도는 빠르더군요.

그리 오래된 나무도 아닌 듯 한데, 벌써부터 이러면 좀 서글픈 기분도 듭니다.

빨리 회복해서 든든하게 서울의 공기를 정화시켜 줬으면 합니다.

 

나침반님과는 보라매 공원도 산책 다녀왔지만 이번 포스팅은 일단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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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 2012. 7. 4. 10:41 Photo Diary

 

 

뭔가 참 엿같은 물입니다.

 

욕이 아니라 정말 엿같이 보이지 않나요?

음... 어떻게 말해도 욕처럼 들리는 듯 하군요.

 

 

 

신천 쪽에서 냄새가 너무 나니 좀 더 바깥쪽으로 걸어봅니다.

바깥쪽은 날파리와 자동차 소음이 반겨주는군요.

이런 곳에서도 커플들은 정답게 누워서 담소를 주고받네요. 사랑의 힘은 대단합니다.

 

전 정체모를 기둥 한장 남겨주고 이미 보이지도 않는 엄니를 따라 발걸음을 옮깁니다.

 

 

 

망원렌즈를 들고 왔으니 소소한 도촬이라도 한 장 남겨봐야죠.

얼굴이 나오는건 역시 실례니까 이런 모습만 잘 골라서 찍습니다.

300mm 망원으로 찍으면 이 정도 거리에서는 거의 의식할 리가 없으니까 괜찮을지도.

 

명함 가지고 다니면서 찍고나서 사진 보내주겠다고 건네줄 만큼 적극성이 있다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다양한 사진을 찍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성격상 좀 힘들 듯 합니다.

외국에서는 그나마 조금 나아서 가끔 물어보고 찍기도 하는데, 한국에선 왠지 말걸기도 힘드네요.

 

 

 

그래서 주 피사체는 풍경이나 이런 식물들이죠.

항상 봄은 노란색으로부터 시작하니 더욱 반갑습니다.

 

 

 

잔디 보호를 위해 군데군데 출입금지 구역이 설정되어 있습니다만

몇몇 노인분들은 아마 글씨를 못 읽는지, 펜스는 뛰어넘는 거라고 알고 사셨는지

잘만 들어가서 담배 피우며 걸어다니는군요.

 

목줄 없이 돌아다니는 개들은 상당히 많아서 세삼 놀라울 것도 없긴 합니다만.

그래도 다들 제 머리통보다 작은 소형견이라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만약 사람 발걸음이나 자전거에 치여서 크게 다쳤을 때는, 주인은 반드시 자기 자신을 책망해야 할 겁니다.

 

 

 

그늘진 곳에선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녀석들도 힘을 다해 봄을 맞이하고 있네요.

생각없이 밟고 지나가도 그다지 상처받지 않고 잘 자라나는 잡초같은 녀석들이

전체적으로 봤을 때 우리가 보기 좋아하는 산책로의 근본을 이루고 있다고 봐야겠죠.

 

 

 

산책로가 끝날 때쯤 앞산 등산로 부근으로 올라갑니다.

살짝 빨리 걸으면 집에서 50분 정도의 거리니까 적당히 운동하기엔 좋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냄새와 소음때문에 그닥 즐겁지는 않았지만.

 

앞산 산책로로 들어가는 골목길은 옛 향기가 없어지지 않고 남아있습니다.

등산객들을 위한 소박하고 어설픈 식당들도 대부분 주말 저녁에만 살짝 문을 연다고 하는군요.

낡은 자판기의 정취를 느끼려면 주변 환경도 맞춰줘야 합니다.

 

 

 

제가 국민학생 때는 이런 풍경이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졌는데, 벌써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으니

되려 신선해 보이느 것도 무리는 아닐려나 싶습니다.

 

저 멀리 가시던 엄니도 묵집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일행과 합류를 해야 하니 앞에 서 계시더군요.

 

 

 

제가 살던 아파트에서 국민학교까지는 아이 걸음으로 20분은 넘게 걸렸는데

친구들이 살던 골목길 부근에는 이런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죠.

지금 그 골목은 아마 제가 상상도 못할 수준으로 바뀌어 있을 테지만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낯익은 풍경을 보니 왠지 밥맛이 더 날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메밀묵집은 주인 아주머니가 없고 아들 되시는 분이 혼자서 고군분투 중이시더군요.

김치, 백김치, 메밀묵 등등 나오는 모든 재료를 아주머니가 직접 만드는 곳이라서

굉장히 허름한 곳임에도 등산객에게 인기가 좋은 곳이었습니다.

 

적당한 운동뒤에 저칼로리 메밀묵을 신나게 먹고 다시 50분쯤 걸어서 돌아오는 코스는

신천에서 풍기는 악취만 아니라면 매우 적절한 녀석이긴 합니다만, 냄새 없어질때까지는 그닥 가고 싶질 않네요.

 

돌아오다가 엄니께서 맛있는 토마토라고 좀 사오셨습니다. 짭짤이 토마토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녀석인데

품종도 조금 다르고 키우는 땅도 특이하기 때문에, 보통 토마토보다 짜고 답니다.

익으면 익을수록 부담스러울 정도로 맛이 강해지기 때문에 신선할 때 먹어버려야죠. 최대로 익었을 땐 반쯤 캐첩같습니다.

 

참 유용한 산책로이긴 한데, 다음엔 부디 신천에서 악취만 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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