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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에 해당하는 글들

  1. 2012.04.23  신천 산책 전반기 10
  2. 2011.10.04  인왕산 둘레길 산책 28
  3. 2011.09.06  때아닌 경보대회 + 메밀묵 필 무렵 23
  4. 2010.05.16  서울숲 출사 14
  5. 2009.02.05  저녁 산책 10

 

 

휴일이라 빈둥거리고 있는데(백수가 뭔 휴일) 엄니께서 바람 좀 쐬고 운동 좀 하자고 신천 둔치 걷자고 하십니다.

벚꽃은 싹 없어져 버렸지만 신천 산책로엔 꽃이 좀 피어있을려나 싶어서 카메라 챙기고 나갑니다.

그 전에 테스트겸 해서 의미없는 사진 한 장.

 

 

 

밥도 한 숟갈은 정이 없다고 하는데 사진인들 어련하겠습니까.

그래서 화려하게 피고 지금은 휴식중인 화분도 한장 남겨봅니다.

뿌리없이 줄기만 물에 담궈놓은 애들은 불쌍해서 못보겠는데, 이런 녀석들은 든든한 흙이 받쳐주니

잘 기르다 보면 알아서 또 꽃피고 하겠죠.

 

 

 

지난번 벚꽃사진을 남겼던 도로가 나무는 역시 거의 대부분의 벚꽃이 떨어져 있더군요.

그래도 아직 조금은 남아있었고, 끝물 한번 빨아보려는 꿀벌의 모습도 하나 건질 수 있었습니다.

산책 후 앞산 등산로 근처에서 메밀묵 먹을 예정이기 때문에 저녁이 되어갈 때쯤 출발했는데도

대구는 요즘 꽤 덥군요. 오후 5시에 24도라니. 반팔 입고 가도 아무 문제가 없네요.

 

 

 

지난번 포스팅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전 벚꽃만큼이나 그 후에 올라오는 푸른 잎도 좋아합니다.

화려하게 만발하는 꽃무리도 좋긴 한데, 이렇게 끝에 살짝 남은 녀석과의 매칭도 깔금하고 좋아요.

 

 

 

꽃잎은 다 떨어져도 남아있는 암술부분 역시 별개의 꽃처럼 느껴져서 보기 좋습니다.

이제 완전히 시즌이 지나면 어라 이게 벚꽃나무였나 할 정도로 환골탈태를 하게 되겠죠.

그러다가 또 겨울이 가고 봄이 그리워질 때쯤 되면 아 이게 벚꽃나무였지 하고 생각하게 될 테고.

 

 

 

엄니는 예나 지금이나 사진찍을 시간도 없이 혼자서 쓩 하고 걸어나가 버리시네요.

운동을 위해서 걸음을 빨리 하기 때문에, 사실 내가 왜 따라왔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주위 눈따윈 아예 신경도 안쓰시는 아버지는 혼자서 노래와 시를 낭송해가며 걸으시니 전 그냥 모르는 사람인 척 빠집니다.

 

역시 이건 산책이 아니라 운동이네요. 말 한마디 나누긴 커녕 서로 얼굴도 못봅니다.

전 카메라를 들고 왔기 때문에 사진도 찍고 해서 부모님과는 거리가 어마어마하게 벌어져 버렸군요.

 

그건 그렇다치고, 현재 신천 상황이 매우 안좋습니다. 아주 비린내와 똥내가 작렬을 하네요.

급격하게 날씨가 더워져서 그런 탓도 있고, 신천을 가로지르는 대구철도 3호선 공사때문이기도 하죠.

 

대구 행정이 대체로 그렇습니다만, 신천 산책로라는게 탁상행정의 결정판이라서

처음에 자전거 주행 금지로 시작한 산책로가 여론에 밀려 결국 자전거도 주행가능하게 바뀌었는데

문제는 산책로 길이 하나밖에 없어서, '보행자, 자전거 공용' 산책로라는 애매한 녀석이 되어버렸습니다.

딱 사람 두명 나란히 서면 꽉 차는 좁은 길이라서, 자전거들은 그야말로 곡예를 해 가며 달리고 있죠.

물론 한국의 시민의식덕에 보행자 우선이라는 개념은 쌈싸먹은 인간들이 많아서 신천 산책로는 매일 무법천지입니다.

 

보행자야 뭐, 산책로 옆의 잔디를 걷는게 더 마음 편하긴 한데, 그렇다고해서 공무원들이 욕을 안먹을수는 없죠.

 

 

 

날씨와 냄새에 맞춰서 저녁저음부터는 아주 상상을 초월하는 날파리떼가 사람들을 덮칩니다.

입을 열면 안으로 들어갈 정도로 날아들기 때문에 영 기분이 좋지 않죠.

신천의 오리들은 똥내나는 물을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엄니 어릴적엔 여기가 공용 빨래터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나름 깨끗한 물이었는데

대구가 조금 발전하면서부터 아예 근처에 다가가지도 못할 정도의 오염수가 되었다가

최근 10여년간 대대적인 정화작업을 펼친 끝에, 지금은 오리도 살고 수달도 사는 그럭저럭 괜찮은 하천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공사와 날씨변화 등의 요소엔 자정작용을 발휘하지 못하는 위태위태한 녀석이기도 하죠.

어쨌든, 저녁부렵의 신천은 온통 금박을 입힌 듯한 모습이 아련한 느낌입니다.

 

 

 

어릴적에 다들 그러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흐르는 물은 몇십 분씩 계속 신기하게 쳐다보게 되곤 하네요.

손을 집어넣으면 형태가 흐트러지지만, 가만 놔두면 참으로 부드러운 느낌이 뭐라 표현하기 힘든 힘이 있습니다.

자연계에 안 그런 존재가 어디있겠습니까만 물이란 녀석도 참 아름다운 녀석이네요.

 

 

 

희망교쪽을 관통하는 대구도시철도 3호선의 공사현장을 지나고 있습니다.

여러 이유를 들어가며 3호선은 지상 모노레일 형식으로 결정났지만

우리는 진짜 이유가 결국 예산부족 때문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죠.

 

도시철도는 흑자나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적자경영이 당연하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대구 도시철도는 그런 기준을 넘어서 심각하게 적자가 쌓이고 있는 모양입니다.

어차피 인원수 못채울거 덩치작은 무인 모노레일로 가자는 것도 일리있는 이야기이긴 하죠.

 

 

 

위치상으로는 대구의 부촌인 수성구와 떠오르는 강자 북구 칠곡부근까지 연결되기 때문에

3호선까지 들어서면 대구 도시철도도 희망이 있다고 예측하는 사람도 있긴 합니다만.

사실 대구에 가장 필요한 건 순환선이 아닐까 싶은데 말이죠.

 

 

 

냄새와 공사, 날벌레 등으로 인해 기분좋은 산책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시내 동성로를 제외하고 사람이 제일 많이 모이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산책, 운동, 휴식을 위해 나온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걷다보니, 이 정도 산책로조차 감지덕지로 걸어다녀야 하는 도시의 삶이란 참 각박하구나 싶네요.

사실 신천대로와 동로의 어마어마한 교통량과 소음, 먼지를 그대로 뒤집어쓰는 이곳 산책로는

아무리 좋게 평가해줘도 B급 이상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데... 여기 말고는 다들 나올 곳도 없으니 참.

 

 

 

가끔 황량한 산책로에 꽤나 노골적으로 인공미를 풍기는 화단도 조성되어 있습니다.

조성 방식 자체는 고리타분해서 흥미를 못느끼지만

그래도 꽃의 매력때문에 그나마 걷다가 멈춰서 시선을 돌리는 여유는 만들 수 있네요.

산책로 주변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진 잘못 찍다간 괜히 문제생길 것 같기도 하고

어째 지금까지 올린 사진은 산책 사진이라고 보기엔 사람 모습이 너무 안보이는 것 같습니다.

 

사진찍는 햇수가 늘어날수록 발전하는건 사진에 사람 안나오게 찍는 기술인 듯.

 

 

반대로 동물 사진은 점점 늘어나는군요.

제 방 에어콘 실외기로 날아들지만 않으면 얼마든지 귀엽게 봐줄 수 있습니다.

잔디와 꽃밭 사이에 서 있는 비둘기는 그다지 천덕꾸러기로 보이지 않네요. 여기가 녀석들이 있을 곳인데.

알 낳으려면 천적들의 습격이 적은 곳을 찾다보니 이게 고층 아파트라는 묘한 장소로 모여들게 되는 것이겠죠.

하지만 자연계의 천적만큼이나 무서운게 사람이니, 아슬아슬한 동거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저도 왠만하면 그냥 점잖게(?) 쫓아보내는 편이지만 아침부터 계속 X싸재끼면서 러브송을 읊어댈 때는

가끔 살충제에 라이터 불 붙여서 화염방사기로 구워버릴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만든단 말이죠.

아님 BB총을 가스건으로 개조해서 푹신푹신한 몸통에 한발 먹여서 죽지 않을 정도로 임팩트를 준다던가...

 

훗날 과학자들이 새들에게 똥오줌 가리는 유전자를 주입해 주기를 기대할 수 밖에요.

이런 기발하고 유용한 상상을 하면서 신천 산책은 다음 포스팅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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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올라왔습니다.
자전거를 끌고 대구로 내려가려구요.
버스타고 강릉가서 부산까지 내려가서 좀 둘러본 다음 경주를 경유해 대구로 갈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왕 왔으니 놀고 가라고 형님부부가 꼬셔서 그냥 눌러앉았네요. ㅡㅡ;
날씨도 좋고 대구 내려간 이후로 등산도 못해서 가볍게 인왕산 산책코스를 걸었습니다.
중간에 사과도 먹구요.


반쪽으로 쪼개려고 바득바득 힘을 주던 형님.
시간이 너무 오래걸려서 제가 이어받아 1초만에 갈라줬습니다.


사과가 참으로 아삭아삭하고 맛있더군요.
인왕산쪽 산책로는 걷기엔 좋지만 풍경이 그닥 좋지는 않았습니다. 예전부터 그랬지만...


전 카메라 장비가 무거워서 땀을 많이 흘렸네요. 6kg쯤 되나?


걷고 있을땐 어지간해서 사진 찍기 힘드니 서 있을때 마구마구 찍읍시다.


산책로가 거의 모래길이라서 기분나쁜 모래 냄새가 좀 거슬렸지만
중간중간 이런 그림이 되어 보이는 장면도 찍고 몸을 좀 풀었네요.


적당히 윤동주 시인이 어쩌고 하는 곳까지 와서 바람을 쐽니다.
이곳엔 사람들이 많더군요. 하늘은 예전처럼 쨍하게 푸르진 않았지만 서울에서는 이것도 좋은축에 속하죠?


모자쓰고 찍으면 스트로보와 반사판 없이는 잘 안나오는 사진...


산책로라곤 하지만 군데군데 등산로라고 할 만큼 적당한 경사가 있는 이 길을
외발자전거로 무려 왕복까지 하시는 분이 계셨습니다.
디스크 브레이크까지 장착된, 뭔가 대단해 보이는 자전거였죠.

저도 곧 무지막지 무겁고 단단한 자전거 끌고 500km쯤 달리게 될 것 같아서 감회가 새롭네요.


형수님이 모자를 돌려썼군요. 역시 이래야 사진이 살죠... 라고 하고싶은데
결국 중요한건 찍사의 실력이라는 것이었습니다. ㅡㅡ;


취향이 반영되는진 모르겠지만 전 카메라 보고 서 있는 사진보다 이렇게 모르게 살금 찍은게 더 낫더군요.


영장류만 찍는건 좀 피곤해서 꽃사진도 찍어봅니다.
조금만 더 있으면 이제 꽃 보기 힘들어지는 계절이니... 열심히 남겨야겠죠.


무려 300mm 나 되는 망원으로 도촬중
형님이 형수님 옷자락을 팍 잡아내리는 장면을 목격하고
그 찰나를 놓치지 않으며 브레송을 생각하는 저였습니다.


뭔가 대단한 분도 계셨습니다.
두 마리나 있었는데 절대로 곁을 떠나지 않고 잘 붙어있더군요.


하늘을 배경으로 하면 대강 느낌은 좋더군요. 그래서 한 장.


행복한 한 때를 보내는 커플 사진도 도촬하여 주시고...
그래도 마음이 여려서 앞사진은 못찍고 뒷사진만 남겼습니다.


산책로를 내려와서 부암동쪽으로 향합니다. 중간에 냥이님 사진도 한 장 남겨주시고.


꽤나 유명한 수제만두집이라는 자하손만두에 들렀습니다.
사람은 무지하게 많고 종업원은 쿨하고 시크하게 서빙을 하더군요. 인사 제대로 하지도 않고 오만+거만.

처음 먹은 빈대떡은 아주 맛있었습니다. 적당히 굽히고 깔끔한 맛이네요.


형님은 떡만두국, 저는 그냥 만두국을 주문했습니다.
이름만 다른게 아니라 들어가는 만두도 다르고, 떡만두국에는 만두보다 떡이 훨씬 많이 들었더군요.

그릇도 그렇고 내용물도 그렇고 정갈 그 자체라고 할 만큼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합니다.
그런데 제 평가로는... 이게 1만 1천원이라면 집에서 된장이나 끓여 먹겠습니다. 입니다. ㅡㅡ;

만두는 확실히 수제라서 속도 튼실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 훌륭했는데
사골로 만는 국물이라는 건 옅어도 너무 옅어서 만두피 맛마저 쉽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쉽게 말해 맹물.

하도 짜고 매운것에 대한 걱정때문에 이런 느낌의 맛이 '있어보인다'는 이유로 높게 평가받는 세상이지만
육수라는 이름의 탈을 쓰고 이런 맹물에 가까운 흐릿한 국을 내 놓는것은 저로서는 자의식과잉이라는 생각밖에 안들더군요.

요리는 과해서도 안되지만 부족해서도 안되죠.

아마 만두전골이라는 제목이 붙은 것이라면 이것보다 훨씬 맛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죽을 때까지 이곳에서 이 메뉴는 안 먹을것 같네요.


저녁시간이 넘었지만 휴일의 뽕을 뽑자는 의미에서 곧바로 코엑스까지 가서 영화 '컨테이전'을 봤습니다.
그 전에 들른 코엑스 소니센터에서 새 카메라 A77 을 좀 만져보는 도중에 형님이 제 카메라로 찍은 사진.

역시 찍사가 넘어야 할 벽은 카메라의 오토모드인가...

영화는 제 스타일이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지루해 하실 분들이 많겠더군요.
제 기준으로는 거의 호러영화에 가까운 섬뜩함을 느꼈습니다만.

영화리뷰도 하고싶지만 내일 자전거 타고 출발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하죠.

대구에서 꽃 박람회 사진도 무지하게 찍었고... 영화 이야기도 할게 많은데
일단 여행 끝나고 뵙기로 하죠. 조심해서 내려가겠습니다.
근데, 부산 구경좀 하려고 했더니 마침 국제영화제 기간이라 엄청 붐빌듯한 불길한 예감이.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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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이라 집에서 느긋하게 차나 마시고 있었습니다.
전 중간에 친구녀석이 볼일있다고 여차저차해서 시내 잠시 나갔습니다만.

엄니께서는 월말에 주례를 맡으시게 되어서 주례사 작성에 여념이 없군요.
덕분에 결혼하시는 분들이 뭔가 맛있는걸 보내주셨으니 저야 좋지만.


시내서 볼일 좀 보고 집에 돌아오니 부모님 두분 다 모습이 안보여서 전화를 해 봤더니
집 앞의 신천 산책길을 걷고 있으니 저도 빨리 따라나오라는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시내서 1시간정도 걸어다닌터라 조금 지치긴 했지만 그래도 뭐 어쩌겠습니다.
그래도 간략하게 카메라는 짊어지고 나갔습니다. 슬금슬금 해가 넘어갈 시간이군요.


근데 엄니께서는 운동한다고 거의 경보 수준으로 빠른 걸음을 구사하시며 앞으로 전진 전진!
카메라 들고왔는데 날은 어두워지지, 렌즈는 수동이지, 엄니는 무시하고 걸어가지...

그래서 결국 핀은 안드로메다에 관광보낸 결과물이 나왔지만 이것도 뭐 감성이라고 우기죠.


전 주위 사진 조금이라도 찍으려고 계속 멈췄다 섰다를 반복하는 바람에
빠른 걸음으로 사라지고 있는 엄니 따라가려니 땀이 비오듯 흘러내렸습니다.
운동하려고 나온게 아닌데... ㅡㅡ;


그래도 찍을 건 찍고 가야죠.
대구 신천 근처에 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여긴 항상 조깅, 산책, 운동, 라이딩하는 사람으로 바글바글합니다.

이번에도 어느 못되먹은 놈께서 헤드라이트도 안켜고 자전거를 싹싹 몰다가 제 팔을 툭 치고 가더군요.
달려가서 머리주댕이를 확 끄집어 땅바닥에 내리꽂아 버리려고 했는데, 엄니께서 보고 계시니... ㅡㅡ;
가만히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제 범죄횟수를 줄여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제가 아직 살아있는 것이겠죠?

야밤에 아파트 단지안에서 술취해 행패부리던 경찰(!)을 패대기 쳤을 때는
부모님께서 모두 주무시고 계셨기에 말릴 사람이 없었더랬죠.
주위에 구경하는 사람도 없었으면 팔을 잘근잘근 부러트리려고 생각도 했지만, 전 모범시민이니까요.

참고로 그 경찰색히는 수갑까지 차고 동료 경찰들에게 끌려갔습니다.


뭔가 굉장히 어설픈 자선공연단의 공연도 흥겨운 가락을 뿜어내고 있더군요.
어르신들이 앉아서 옛 노래와 함께 약간의 콩트를 즐기신다면 충분히 역할을 다 했다고 봅니다.


신천 동로 산책길을 끝까지 걸어간 후 도로를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등산로와 인접한 곳이 나오는데
그곳에 부모님께서 항상 산책후 들어가시는 메밀묵집이 있습니다.

주인 아주머니께서 매일매일 묵과 김치를 직접 담으셔서 손맛이 잘 살아있는 곳이죠.
메밀묵에 있어서는 상당히 까다로운 아버지가 추천하시는 곳이니 믿을 만 합니다.

근데 이렇게 사진 찍으니 아버지 왠지 간달프 닮으신 듯.


조촐한 식단이지만 메밀묵 만든 후에 나오는 요 녀석이 또 쉽게 맛보기 힘든 명물이죠.
간단히 설명해서 식빵 가장자리와 같은 녀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조금 쫄깃쫄깃한게 맛있어요.


시원한 멸치육수에 양념장과 갖은 야채를 넣고, 김과 들깨를 넣은 후 묵을 길게 썰어서 넣은 메밀묵채입니다.
운동후에 먹어도 저칼로리 영양식이라 부담이 없죠. 맛도 좋고.

야채의 향까지 잘 살아있는걸 보니 확실히 이곳 메밀묵이 한 수준 합니다.
요즘 메밀묵 제대로 만드는 곳이 정말 드문데, 허름하기 그지없는 한산한 이 식당은 그래도 정도를 지켜가는군요.


여기까지는 몸과 마음이 가뿐하게 기분 좋았습니다만.
우사인 볼트 200m 결승 보러가야 된다고 엄니께서 무리하게 속도를 내서 걸으시다가
결국 발톱 한개가 흐늘흐늘해지고 고름이 고이기 시작하셨더군요. ㅡㅡ;
오늘 침으로 살짝 따서 고름을 뺐습니다. 자칫하면 발톱은 빠져버릴지도. 그러게 무리하지 마시라니까...

어쨌든 느긋하게 걸어서 왕복 2시간 정도 거리를 1시간 반만에 주파한 덕에 우사인 볼트 결승전은 잘 봤습니다.

오래전부터 영화동호회에서 알고 지내던 메이님이
제가 일본가기전에 한번 보자고 해서 근처 서울숲으로 갔습니다.
임신 30주 되셨기 때문에 운동도 살짝 하고, 앞으로 펄떡이(?) 나오기 전에 증명사진이라도 좀 찍고자...

초상권을 주장하셔서 얼굴까지 나온 사진은 그냥 메일로 보내드리기로 하고. ^^

토요일이라 그런지 오전에도 사람이 상당히 많더군요. 대부분 아이들과 함께 온 어른들.
메이님 거주하시는 곳 근처에는 북서울의 숲이라는 공원이 있다니, 펄떡이가 나오고 나면 그곳에 산책가시면 될듯.


잠시 걷다가 아침에 싸오셨다는 샌드위치를 먹습니다.
좀 시끄럽긴 하지만 공원에서 먹는 샌드위치는 평소보다 3배 맛있다죠.
메이님은 즉석카메라도 가지고 오셨기 때문에 남편분과 함께도 찍고 저하고도 찍고 했습니다.


공원을 걷다가 구도가 될 만한 녀석이 서 있길래 한 장.
서울숲은 산책하긴 좋지만 그닥 사진찍기 좋은 스팟이 있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젊은 사람에서부터 나이 많은 분들까지 DSLR 많이 들고 다니시더군요.


예술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신기한 조형물이 서 있는 곳에서 놉니다.
이것도 반영샷이려나요.


전 찍히는건 별로 안좋아합니다만 그래도 이런 샷은 가끔 찍어주면 재미있죠.


대부분의 사진이 메이님과 남편분을 찍은 샷들이라 별로 올릴게 없네요.
모 기자분의 신공인 숨막히는 뒷태 사진이라도...


어린아이 수십마리 정도는 거뜬이 먹어삼킬만한 거대한 구렁이한테도 가봅니다.
입안의 저 구멍에다가 대고 아야기하면 절단나 있는 구렁이 몸통 사이사이에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죠.
실전화기 같은 구조.


한손으로 구렁이 입을 들어올리는 괴력의 메이님.


애들이 뱀을 참 좋아하나 봅니다. 이리저리 뛰어놀더군요.


참혹하게 드러누운 개구리 형태 위에 남편분께서 그 참상의 현장을 재현해 보시네요.
구렁이보다 저 개구리 그림이 더 무섭더군요. 너무 리얼하게 죽어있는 포즈입니다.


남편분의 초상권은 어디다 갔다 팔아먹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재미있는 설정샷을 많이 건져주신 덕에 한 장쯤은 넣고 싶었습니다.

메이님이 한손으로 턱 들어올리던 턱을 힘겹게 들어올리시는군요.



2시간 조금 넘은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서울숲까지 와서 꽃사진을 안찍기도 뭐해서 계란후라이 3장도 찍어주시고...


돌아오면서 맛있기로 자자하다던 성수족발에서 족발을 사왔는데
뭔가 속았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질이 좋지 않더군요. ㅡㅡ;
가게를 잘못 찾은건지 주인이 바뀐건지...

예전엔 배달도 안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배달도 가능하다고 쓰여저 있던 때부터 좀 의심스러웠습니다만
암튼 좀 달작지근하고 지방층이 너무 많고 양도 상당히 작고 해서... 좀 후회스러운 족발이었네요.


메이님 이제 체중조절을 하셔야 할 시기인데, 너무 많이 드시는거 아닌가 싶었네요.
베스킨 라빈스 아이스크림까지 드시고 뭔가 다른 먹을걸 찾고 싶으시다는걸 남편분께서 말리셨습니다.
후식으로 사온 수박은 아이스크림을 먹은 후였음에도 달고 맛있더군요.
올해 처음 먹어본 수박. 아마 일본서 누가 적선해주지 않으면 올해는 더 이상 먹을 일이 없겠죠. ㅡㅡ;

이것저것 장보고 먹을거 사주시고 돈을 너무 많이 쓰게 하신것 같아서 죄송했습니다.
남은건 사진을 잘 뽑아드리는것 밖에 없는데, 예로부터 인물사진엔 쥐약이었던 터라...

일본서 돌아오면 펄떡이가 세상에 나와있을테니 기대가 되네요.
한 15년쯤 뒤에 이 사진들 보여주면서 여기 너 있다고 말해주면 재미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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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 출사 :: 2010. 5. 16. 13:56 Photo 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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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모님께서는 운동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하셔서 시간 나는대로 집앞 신천의 산책길을 자주 이용하십니다.
설날연휴 마지막 날, 시골의 산소를 죽 둘러보고 와서 피곤했지만 하루종일 집에 계셔서 머리아프다는 어머니 덕에 다시 산책을 나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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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에는 날씨덕인지 실외 스케이트장까지 등장해서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었습니다.
전 평편족 때문에 무릎이 바깥으로 휘어버려서 발끝이 11자로 모아지지 않는 터라, 스케이트나 스키류는 못타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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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여러가지로 복잡한 심정입니다.
집안사를 이런 곳에서 떠벌리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 그저 사진만 올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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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풀릴거라는 기상청의 거짓말에 또 한번 속아넘어갔습니다.
바람이 아주 매섭고 추워서 우리 가족은 산책로 끝에서 뭐라도 따뜻한거 먹으러 가기로 했습니다.
저 징검다리는 한걸음에 건너기엔 좀 넓어서 약간 겁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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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특이하게 선전하고 있는 짬뽕집이 있어서 들어가 봤습니다.
전복이 2개나 통째로 들어있는 12000원 짜리 짬뽕!
너무 비싸서 면을 코로 먹는지 귀로 먹는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재료값을 생각하면 크게 비싼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면이나 국물이 맛있었던것도 아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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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 가족이 갔으니 중간에 탕수육 정도는 괜찮겠지 싶어 주문했는데
12000원짜리 짬뽕이 너무나 거대해서 보는 순간 눈이 아찔해 지더군요.
배가 터질때까지 마구마구 집어넣어서 간신히 남기지는 않고 끝냈습니다.
이러면 저는 산책가서 살만 더 찌우고 오는 셈이.. T_T

좀 늦긴 했지만 요즘엔 부모님이 둘이서 산책도 나가고 밥도 먹고 돌아온다고 하니 조금 기분이 좋아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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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산책 :: 2009. 2. 5. 11:22 Photo Di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