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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여행'에 해당하는 글들

  1. 2011.05.24  그 정도가 딱 좋아요 16
  2. 2011.05.20  TOKYO 10
  3. 2011.04.30  여행의 인연 9
  4. 2011.04.10  봄이 오는군요 10
  5. 2010.05.19  다시 한번 꿈을 31
  6. 2010.03.31  찍어도 될까요? 24

이런 여행 한번 갔다 오면 일단 듣는 말은 '대단하네요'
여담으로, 일본서 제일 많이 들은 말은 '일본어 ペラペラ!' 였군. 자랑은 아니다. 정말로.

원만한 인간관계는 모든 사회생활의 근본이라고 말한 사람이 적지는 않았다고 확신하는데
그 격언을 달게 음미해서 가능한 한 친절하게 응대해주고는 있지만서도

여전히 드러내지 않는 속마음은 따로 있다.


대단하다?

아직도 뭐가 대단한지 정말 모르겠다.
대단하지 않다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여기는 그 무엇인가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게 너무나 하고 싶어서 했던 것일 뿐이지.

이건 야구를 좋아해 야구장을 찾는 것과 같고
문득 떡볶이를 먹고 싶어 슈퍼를 향해 귀찮은 궤적을 그리는 것과 같고
재미있는 영화를 위해 그 긴장감과 유사한, 생리적 욕구를 참는데 드는 노력 정도 같은 것이다.

분명 나를 칭찬해 주는 것 같아서 송구하긴 한데.
이런 말 하는 것도 참 미안하지만 그 말은 내게 와 닿는게 없다.


독심술사도 아니고 연금술사도 아니고(?) '내가 해봐서 아는데' 라고 지껄일 인생도 아니라
타인의 의도를 만족할 수준으로 찝어내지 못한다고 자각은 하고 있지만서도

대부분의 '대단하네요'는 그저 '안녕하세요'의 의미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 '대단'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가 느껴졌던 상대가 손가락에 다 채워질런지는 의문이다.
이건 아마 내가 카라라는 가수라거나, 나가수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열성적인 변호와 호감이 담긴 설명을 들었을 때
반사적으로 대답하는 '그런가~' 라고 하는 대답과 다르지 않은 행동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 때문.

내 여행에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일이 없지 않나?
당장 나 자신도 여지껏 남의 여행기라는 걸 읽어본 적은 극히 드물다.
여행은 하는 것이지 보는 게 아니다.

자전거로 1만 5천 킬로미터를 달렸다는 행위는 여행의 본질이 아니라 수단 중 하나일 뿐.
많은 사람들이 여행이 아니라 내가 한 고생에 너무 의의를 둔다.

고마워하지 않으면 사회성이 결여된 인간이겠지만
난 내가 해놓고도 그게 무엇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어떤 대단함에 대한 것이 아닌
 
그 추위와 그 바람과 그 비에 쩔쩔매며
그래도 하루중 처음으로 신발을 벗는
오후 9시의 텐트 속에서 풍기는 묘한 악취에서 느껴지는 달성감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를 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여행을 대단하게가 아니라 담담하게 이해할 수 있는 상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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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7일간의 여행중 도쿄에 있었던 기간은 10일 정도.
다다미 3장짜리 싸구려 호텔은 10개월만에 돌아오니
아날로그 TV가 디지털로 바뀐 게 신기했다.


서울하고 별다를 것 없는 도시라 그다지 머물고 싶은 생각도 없었던 곳.
술취한 노숙자들이 널부러져 있고, 기다란 경찰봉을 든 경찰이 시도때도 없이 날 노려보던 곳.

그래도 비 오는 날 벤치의 강이지 조각상 위에 비막이를 올려 놓은 누군가의 행동 덕에
쪼잔한 편견이 조금은 따듯한 쪽으로 풀리기도 했다.


꾸역꾸역 관광 버스가 손님들을 실어나르고
하찮은 기념품 가게로 몰려드는 아사쿠사 거리도 이젠 좀 지겹다.
그래도 갈 때마다 종종 몰랐던 것들을 발견하곤 하니 뭐.


초상권에 목숨건 곳이 많아서 이런 사진 한 장 찍을때도
갑자기 들려오는 'No Picture' 에는 기분이 상하기 일쑤지.
얘네들은 보여주면 닳는다고 생각하는게 분명하다.
유명 신사, 박물관, 심지어는 이런 싸구려 기념품 가게에서도.

결국 돈때문이지만 그래도 이유는 참 신성하게 붙이더라.


랜드마크엔 관심이 없어서 저게 뭔가 했었는데
막상 일본은 저 스카이 트리로 떠들썩 했었다.
이것도 사실 저 거대한 똥덩어리 찍으려다가 우연히 파인더에 들어와 버렸을 뿐.

내 평생 돈내고 저 위에 올라갈 일은 없다.


도시에 애착심이 없는건 천성이라 치고.
역시 이런 역사를 경험하지 못한 나로서는 이쪽에 융화될 리가 없지.

우울한 건 다 내 탓이다.
그래도 중간중간 알고 있는 단어들이 나와서 재미있긴 헀다.

욘사마는 2000년에 있더라.


도쿄에 인연이라곤 오다이바에서 만난 이 녀석 밖에 없다.
고맙게도 올 때마다 항상 얼굴을 마주쳐 주니.

근데 이번엔 심기가 좀 불편하신 듯 그냥 가버리더군.
내 인상이 불편해서일지도. 출발 앞두고 심란한 마음이 얼굴에 다 나오더라.


초반에 워낙 이것저것 불안해서 동경 유학생 모임 채팅에까지 들어가 봤는데
그야말로 잡담 뿐이고, 뭔가 물어봐도 쿨하고 시크하게 튕겨버린다.

선배라면 무슨 일에든 의연하게 대처하는게 요즘 말로 간지 있어 보이기 때문일까?
그런 애들이 인터넷에선 아양 떨어가며 동경 유학 블로그를 샤방하게 꾸미고 있겠지.

그 때의 채팅 이후로 단 한번도 한국인에게 뭘 물어본 적이 없다.
아니 인사 한 번 한 적도 없다.


도쿄에서는 기분이 밝아지는 경험을 한 적은 서울만큼 없네.
난 도쿄 별로 안 좋아해.

더구나 지금 와서 생각하는 건데, 도쿄 출발 이틀만에 일본서 제일 힘든 하코네 고개를 넘었거든.
아마 조건반사인 듯. 아... 이 사진 보니 또 치가 떨리네.



여행기 아닙니다. 그냥 되는대로 갈겨본 것 뿐이에요. ㅡㅡ;
연재 계획은 아직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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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KYO :: 2011. 5. 20. 23:58 현실도피


요 근래 1주일간 아주 변덕이 죽끓듯 한 날씨였습니다.
운이 좋은지 마침 예전에 신세졌던 나가노현의 소야노씨 댁에 도착한 터라 이 변덕을 피할 수 있었네요.


결국 일본 북쪽 해안가는 여행 끝날 때까지 가 보지 못했지만
대신 놓치기 아까운 경험 역시 잔뜩 겪었으니 후회는 없습니다.
전국 일주라는 타이틀보다는 역시 마음가는대로 흘러가 보는 여행이 편해요.


소야노씨 댁에선 이번에도 과분한 환대를 받으며 이곳저곳 구경중입니다.
여행의 소중한 인연인데, 앞으론 제가 힘이 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5월 1일 동경으로 출발할 예정인데, 소야노씨가 작년 보너스로 구입한 천체망원경을 꺼내주셨네요.
생전 처음으로 리얼타임 토성을 직접 보는 멋진 경험을 여행 말미에 선사해 주셨습니다.

작년 인천공항을 떠나던 그 순간이 아직 몇 시간 전만 같은데
즐겁던 힘들던 정말 꿈같이 아련한 1년간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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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인연 :: 2011. 4. 30. 01:06 현실도피

텐트안에 들어가 있으면 등이 얼어버릴 것 같던 겨울도 드디어 지나가는 시기가 왔네요.

작년 자전거로 달릴 수 있었던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눈이 쌓여서 결국 기차를 타는 수 밖에 없었던...

이젠 더워서 웃옷을 벗고 히트테크와 반팔티만 입고 달려도 그리 춥지 않습니다.


오키나와는 뭐, 한겨울에도 15~18도는 넘어가니 춥진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겨울은 겨울이라 바람도 엄청나고 하루에도 몇 번씩 비가 오다말다 해서
예상과는 달리 야영할 수 있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습니다. ㅡㅡ;

게스트 하우스의 말잘듣는 강아지. 주둥이가 콩코드 여객기 보는 것 같아서 재미있던 녀석이네요.


사실 3월 말까지도 무지 추웠습니다.
최저기온이 2도까지 내려가면 중무장한체 텐트에 들어가도 추워서 덜덜 떨릴 정도니.

추운만큼 사진찍긴 참 좋은 시기였기도 했으니 뭐 쌤쌤이랄까.


12월에도 이런 단풍을 볼 수 있었다는게  신기하기도 하더군요.
눈이 내리고 나서부터는 그냥 아웃이었습니다만.


본격적으로 꽃이 만발하는 시기라서
빡빡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시코쿠 타카마츠의 유명한 리츠린 공원을 놓치기는 아까웠습니다.

자전거 여행은 머물면 그대로 돈이라 가슴이 아팠지만
일본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도쿄돔 16개 크기) 공원이 벚꽃으로 만발하는 모습을 만끽한것으로 충분.


아이한테 쫓겨서 엥엥거리며 도망가던 냥이도 볼 수 있어서 만족 만족.
그렇게 쫓기면서도 울음소리가 공격적이지 않고 아주 가늘게 우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만큼 이곳 생활이 빡빡하지 않다는 반증일 테죠.


날씨가 풀려서 밀려있던 세탁 왕창 하고 가벼운 장비로 변경하니 왠지 기분도 상쾌합니다.
지진의 여파로 생수도 한 사람당 2L 한통밖에 살 수 없는걸 보니 (이 먼곳에서도)
도쿄에 돌아가는 건 여전히 좀 탐탁치 않습니다만. 어차피 1주일도 안 머물테니 관계없다고 생각중.

기준치 몇백 몇천배가 넘는 방사능이 검출되어도 신체엔 영향없다는 소리만 되풀이하고 있는
이곳 미디어와 정부의 대응도 영 못마땅하고
무슨 세상 멸망하는 듯이 호들갑떠는 쪽도 그거대로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둘을 섞어서 물 좀 부으면 적당히 마시기 좋은 아메리카노가 될지도.

누그러진 날씨의 환대를 받으며 여행의 마침표를 찍을 날이 멀지 않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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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군요 :: 2011. 4. 10. 20:34 현실도피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
이젠 버릴 것조차 거의 남은 게 없는데
문득 거울을 보니 자존심 하나가 남았네

두고 온 고향 보고픈 얼굴 따뜻한 저녁과 웃음소리
고갤 흔들어 지워버리며 소리를 듣네
나를 부르는 쉬지 말고 가라 하는

저 강물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다가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익숙해 가는 거친 잠자리도
또 다른 안식을 빚어 그 마저 두려울 뿐인데
부끄러운 게으름 자잘한 욕심들아
얼마나 나일 먹어야 마음의 안식을 얻을까

하루 또 하루 무거워지는 고독의 무게를 참는 것은
그보다 힘든 그보다 슬픈 의미도 없이
잊혀지긴 싫은 두려움 때문이지만

저 강들이 모여 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아무도 내게 말해 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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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하는 도중에도 흔쾌히 고개를 끄덕여 줬다.

2분 남짓한 시간의 연주가 끝나자 카메라를 어깨에 매고 박수를 쳐 줬다.

서모 개그맨을 닮은 아저씨는 멋적게 웃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능숙하게 아리랑을 불어 주었다.

선율이 굉장히 아름다운 곡이라 예전부터 좋아했다고 한다.

밤중에 공원에서 악기 연주하는거 정말 멋지네요.

고맙습니다. 그런데 중앙 공원에서는 시끄럽다고 쫒겨나는 바람에 이곳에 왔어요.

특이하게 생긴 악기네요.

직접 만들었어요. 한국에도 비슷한 악기가 있더군요. 이름은 잘 모르겠는데.

저도 색소폰을 불긴 하는데 자전거 여행하는 도중이라 갖고 오질 못했네요.

저는 시코쿠에서 출장 왔는데, 혼자 출장 올때는 꼭 이녀석을 가지고 오죠.

좋은 추억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8년 홋카이도 삿포로 TV탑 앞의 벤치에서 - 'よこち' 라는 이름의 회사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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