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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2.12.29  귀향 후 귀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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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하고 오랜만에 영화를 보러 대구 시내에 나갔습니다. 한 달 전의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예전에 시내 돌아다닐 때 일본서 친숙했던 회전초밥집 캇파즈시 간판이 보여서 신기했기에

이번 영화보기 전 맛을 한 번 보기로 결심하고 있었죠.

 

물론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캇파즈시 자체가 일본에서도 저가형 회전초밥집이기도 하고

그것조차 내륙지역인 대구에서 뭘 기대할까 싶은 기분이었으니까요.

 

방문하니 개점 기념인가 뭔가 해서 정액제(?)가 실시중이었습니다.

저야 정액제 해도 접시수 채울 수 있지만 친구와 동생분이 과연 그렇게 먹어댈 것인가가 약간 걱정되더군요.

 

 

 

처음 자리에 앉아서 흰새우 초밥을 먹어보니 왠걸 그렇게 나쁘지는 않아서 놀랐습니다.

 

90분간 18000원 정도의 가격이었는데, 일본 캇파즈시 최저가 초밥 한 접시가 105엔이고

보통은 아무리 안 먹어도 최저가보다 두세 배 비싼 초밥을 몇 접시는 반드시 먹게 마련이니

거의 이거보다 더 내려갈 수 없는 최저가였는데, 흰새우 초밥은 그냥저냥 먹을 만 하더군요.

 

 

 

하지만 사실 흰새우 초밥이 이 가게에서 제일 신선한 녀석이었다는게 함정이었네요.

나머지 초밥은 생선살은 제대로 된 게 거의 없고, 이런 패류 초밥들은 거의 건조된 거나 마찬가지 수준이었습니다.

 

그래도 한국의 내륙 지역에서 이런 회전초밥이라면 가격대로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죠.

대구 시내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몇몇 회전초밥집은 예전에 가 보니 초밥이라 부르기가 힘든 레벨이었으니까.

 

 

 

생선초밥보다 이런 오리훈제 초밥이 인기 순위에 들어있다고 자랑하는 팜플렛에서 이미 결론난 상황이긴 합니다.

생선초밥의 신선도는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이고, 그나마 종류도 별로 없고, 있어봤자 일본의 105엔 초밥 이상의 메뉴는 없습니다.

 

참치초밥이란 것도 기름기 없는 최하급 부위만 덩그러니 올라가 있어서 굳이 먹을 필요가 없었고 말이죠.

 

 

 

메뉴가 있어서 신기할 정도였던 게살과 게장 군함말이였습니다.

게살은 퍼석퍼석하고 게장은 반쯤 농담으로 발효시킨 정도라 해도 되겠지만

그래도 가격이 모든것을 상쇄해 줍니다. 정말로 대구 회전초밥집에서 이거 이상을 기대할 수가 없거든요.

 

차라리 일본의 좀 괜찮은 회전초밥처럼 기본이 300엔 이상에 고급은 600~800엔 짜리 접시가 돌아가는

그런 초밥집도 하나 정도는 있으면 좋겠다 싶지만, 대구에서 그 정도 레벨이라면 회전초밥에 내밀 필요도 없으니 애석할 따름입니다.

 

 

수준 파악은 이미 끝났기 때문에 정말 의미없는 행동이었습니다만 그래도 예의상 계란말이도 하나 시켜봅니다.

초밥이 아니라 그냥 계란이 통째로 하나 딸려오네요. 일본에서도 이렇게 주는 데가 있으니 특이하진 않지만.

 

 

 

시스템만은 일본의 캇파즈시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회전 테이블에 올려져 있지 않은 것들을 터치패널로 주문하면 열차가 초밥을 싣고 달려옵니다.

일본 것을 그대로 가져왔는지 열차에 일어가 적혀있더군요.

 

요즘 일본의 캇파즈시나 스시로 등의 저가 회전초밥집들은 주요 소비층들을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개발하고 있죠.

다 먹은 빈 접시를 투입하는 구멍이 있어서 거기 5개를 넣으면 모니터에서 슬롯머신이 돌아갑니다.

당첨되면 휴대폰 스트랩 등 조그만 선물을 증정하기도 하죠. 부모들과 온 아이들이 재미삼아 돌리기 위해 초밥을 주문하기도 합니다.

 

대구쪽 캇파즈시는 아직 그런 모델까지 도입하지는 못했네요.

 

 

 

인기 NO.1 이었나 NO.2 였나 추천하는게 이런 녀석입니다.

일본 초밥집에서 인기 NO에 이런 녀석이 올라가 있으면 그건 그것대로 마을의 토픽감일텐데 말이죠.

 

여기서는 날생선 레벨이 이 녀석보다 위라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어찌 보면 순수한 결정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이녀석도 랭킹에 올라가 있었던 걸로 기억.

 

중반을 넘어가니 생선은 먹을 게 없고 해서 이런 것도 재미로 시켜봅니다.

물론 고기니까 맛이 없진 않는데, 전체적으로 간도 짜고 조미료맛이 강해서 난감하네요.

생선초밥의 아이덴티티와 괴리가 심한 느낌이죠. 이런 강렬한 소스로 무장한 녀석을 먹으면 생선초밥이 너무 싱겁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시간은 꽉 채우고 나가기 위해 이젠 별의 결 것을 다 시켜봅니다.

그래도 고로케는 나름 맛있더군요. 일본에서도 아이들이 이런 데 오면 생선초밥보다 이런 곁들이 요리를 많이 시키니까요.

 

그러고보니 초밥의 친구인 녹차는 어디가고 탄산음료 등이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모습도 조금 특이했습니다.

초밥에 찍어먹는 간장도 사실 초밥용이 아니고 그냥 일반적인 양조간장을 써서 맛 밸런스가 안맞더군요.

어쩌겠습니까. 그냥 가격대 성능비를 즐기기 위해 왔다고 생각하면 먹을 만 합니다.

 

 

 

와사비 문어는 제가 참 좋아하는 메뉴인데, 짠 맛이 강하고 와사비 맛이 별로라서 이것도 그냥저냥.

세삼 한국에서 중저가 초밥으로 만족하기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서울쯤 가면 일본에서도 일류로 통할 만한 장인들이 쥐는 초밥집이 있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가격이 십만 원대를 넘어가니 자주 먹을만한 녀석이 아니죠.

 

일본에서는 저가형 회전초밥 말고도 어느정도 레벨을 갖춘 회전초밥집도 있어서, 1인당 4~5만원 정도 투자해 만족할만한 레벨을 즐길 수 있습니다.

한국은 그 정도의 중간대 초밥을 찾기가 참 힘드네요.

 

 

 

그래도 초밥집 분위기나 시스템만큼은 일본의 캇파즈시를 거의 완벽히 가져왔기 때문에

일본에서의 추억을 음미하며 즐기는 정도의 재미는 있었습니다.

 

초밥을 더 먹을 게 없어서 별걸 다 시켜보네요. 전체적으로 너무 짠 느낌이라 나중에 고생 좀 했습니다만.

 

 

 

코코넛 새우튀김이란 것도 있어서 무조건 시켜봅니다.

맛은 별로지만 따끈따근하게 나와서 와작와작 씹어먹기는 좋네요.

친구와 동생분은 나름 많이 먹으려고 노력했습니다만, 역시 기본인 18접시까지 가기는 좀 힘들었나 보네요.

 

 

 

과일이나 디저트류는 몇 접시 이상 주문시 추가요금이 가산되기도 하더군요.

대부분의 뷔페집들이 그렇습니다만, 케이크 같은 디저트류는 많이 먹을수록 가게쪽 손해라 어느 정도 제한을 둡니다.

 

 

 

그래도 이미 초밥에서는 흥미가 멀어진 동생분이 이것저것 디저트를 시켜봅니다.

샤베트 홍시는 맛있었나 모르겠네요. 저는 먹지 않았습니다만.

 

이 당시 타이밍을 잘 잡은건지, 저희 일행이 들어갔을 때는 어렵지 않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는데

먹는 도중 뒤를 돌아보니 대기 인원이 상당하더군요.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니 약간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시간 다 채우며 먹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주문한 오레오 빙수는 최악이었네요. 빙수가 아니라 그냥 얼음조각입니다.

와드득 와드득 씹히는 얼음조각을 빙수라 생각하고 먹는 것도 참 오랜만이군요.

오레오하고 궁합이 맞으려면 빙수를 매우 세심하게 갈아넣어야 할 텐데, 지금 씹는 것이 얼음인지 오레오인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여기 오기 1주일쯤 전에 일본서 괜찮은 초밥을 먹고 왔고

의도한 건 아니지만 여기 가고 난 1주일쯤 후에 또 일본에 갈 일이 생겨서 거기서도 초밥을 먹은 터라

이 녀석의 추억이 미화될 일은 아마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쨌든 대구에도 캇파즈시가 들어오는구나 하는 신기한 볼거리를 체험해 봤다는 데 의의를 두면 되겠죠.

영화보러 가는 도중 재미있는 가게가 있어서 한 장 찍어봤습니다. 찜닭에서 장미향기라도 나는 걸까요.

 

SINCE 2013이라는 글자도 약간 우습습니다.

대구 동성로는 워낙 가게 들어오고 나가는 게 심해서 제대로 오래 된 맛집이란 게 별로 없거든요.

저 가게는 SINCE 라는 단어에 어울릴 정도로 오래 버틸 수 있을지 가끔가다 쳐다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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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6~17일 대구 달성군에서 토마토축제가 열린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주말에 엄니와 함께 구경 가보기로 했습니다. 토마토 축제라 하면 스페인의 그 무서운 축제가 연상이 되는데

워낙 이미지가 강해서 아마 이곳도 비슷한 이벤트를 열 거라 하더군요.

 

달성군은 제가 서식중인 수성구와 상당히 멀어서 약 1시간은 달려야 합니다.

공단이 들어와 한창 개발중이긴 해도 여전히 부지는 넓은 편이라 대구과학관이라는 걸출한 전시관도 생겼죠.

 

16일 오전 11시쯤에 도착했기 때문에 널널하리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차가 굉장히 많아서 놀랐습니다.

진행요원들이 교차로마다 서서 수신호로 주차장을 안내하는 모습이 만족스럽네요.

 

 

 

달성군이 원래 토마토가 유명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아이템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대구과학관이 꽤나 넓은 녀석이라 기대를 했는데 사실 과학관 내부로 들어가지는 않고 그냥 옆의 도로 하나를 통제해 놓고 여는 행사였습니다.

규모는 상당히 작은 편인데 한국에서는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종류의 축제니까 신기하게 보이네요.

 

아이들 동반 가족이 대부분이라 역시 축제에서는 애들을 잡아야 하는구나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용 카트도 대여중입니다.

제 조카는 진작에 누구한테 선물을 받아서 집에 차 한대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타질 않는다네요.

 

속이 텅 빈 플라스틱 말 모양 탈것 위에 앉아서 두 발로 열심히 땅을 박차고 놀던 제 어릴적 기억에 비하면

경천동지할 정도의 발전입니다만, 그래도 관심없는 애는 관심없나 봅니다.

 

아이들은 빨리 타고싶다고 난리인데 서류 작성하고 돈 내고 어른들 주민등록증까지 맡겨야 하는 절차때문에

어른들이 뭐 이런 것까지 하냐고 귀찮아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사실 요금에 비해 많이 비싼 차라서 지킬건 지켜야 하는 듯.

 

 

 

이른 아침부터 왜 이리 사람이 많은가 싶었는데 12시에 토마토 풀장에서 금반지를 찾는 이벤트가 열린다고 합니다.

1천명이 들어가서 토마토 속에 있는 칩을 찾아내는 이벤트인데 아마 스페인의 그 축제를 연상시키는 모습이 펼쳐질 듯 하네요.

 

그를 위에 웃옷은 전부 흰색으로 통일해 달라는 사전 공지도 있었고, 조촐하긴 하지만 간이 샤워실까지 구비해 놔서 축제 준비는 참 깔끔하게 잘 해 놨습니다.

 

 

 

엄니나 저나 금반지 찾는다고 토마토 범벅이 되고 싶진 않으니 그냥 가볍게 구경만 해 보기로 합니다.

지난주에 문경 도자기 축제에 다녀왔는데, 그 때는 오전이라 사람이 적었지만

금반지 효과인지 사람이 놀랄 정도로 많아서 조금은 축제다운 시끌벅적함이 느껴집니다.

 

날씨는 꽤 더운 편이라 오래 돌아다니기는 힘들겠네요. 특히 엄니가 전날 드신 게 잘못됐는지 속이 안좋으셔서 딱히 군것질도 많이 하지 않기로 했으니.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이 70%정도. 지역 특산물 홍보와 음식점 등이 나머지로 이루어 진 듯 합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런 데서 뭔가 많이 팔아보는게 좋기는 한데

정작 토마토는 이곳이라고 해서 그렇게 싼 것도 아니라 뭘 사서 돌아갈만한 요소가 별로 없네요.

 

대규모 행사는 아니니까 가볍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즐기면 좋을 듯 합니다. 아이들은 놀거리가 많아서 신날 듯.

 

 

 

도로 바닥에는 여기저기 분필통이 뒹굴고 있습니다. 낙서를 마음껏 하라는 의미로군요.

애들은 역시 낙서가 좋은지 어른들의 굳은 마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형이상학적인 기호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건 아무래도 아이들이 그린 것이 아니겠죠.

여의주 대신 토마토를 그려놓은 센스는 훌륭합니다.

 

퀄리티가 대단히 높은 편은 아니라서 부담없이 주변에 낙서하기 좋다는 점도 메리트로 볼 수 있겠네요.

 

 

 

잠시 후에 시작할 메인 이벤트 금반지 찾기의 무대가 되는 곳입니다.

1천명의 사전 예약으로 이루어지는 이벤트라 중앙에서 안내요원이 거듭 주의사항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신발을 신으면 안되고 질서있게 차례차례 들어가야 하고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시잔 전까지는 손을 들고 있어야 한다는 등.

금반지가 일단은 나름 고가품이니 과열 경쟁으로 부상자가 생기지 않아야 하겠죠. 주최측에서는 많이 긴장될 듯 합니다.

 

 

 

토마토들이 그냥 먹어도 될 만큼 멀쩡한 녀석들이라 약간 아까운 느낌도 들긴 합니다.

스페인 축제는 너무 익어서 질퍽한 녀석들을 던지고 논다고 하는데, 이 녀석들은 던졌다간 멍이 들 수도 있겠네요.

어차피 발로 밟는 녀석들이니 별 문제는 없겠죠. 근데 달성군이 원래 토마토로 유명한 지역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벤트장에서는 뭔지 모를 걸그룹이 드럼을 치는 공연중입니다.

앞에는 양복입은 노인네들, 즉 귀빈들이 앉아서 흥미있는 척 감상중이네요.

 

이 뒷편에는 부추전이나 순대 등을 파는 간이식당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자리가 많이 비어있어서 들어가려고 하니 빈 자리는 귀빈석이라서 지금 앉을 곳이 없다고 해 쫓겨났습니다.

귀빈들 귀히 챙겨주는 축제는 좀 짜증나는 법이죠. 얼굴마담들은 그냥 딴 데 가서 먹으라고 하면 안 되나?

 

 

 

모양을 봐서 전기스쿠터인 듯 한데, 많은 사람들이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습니다.

관계자로 보이는 분들이 열심히 설명중이네요. 이런 소형 교통수단이 한국에 뿌리를 내려야 교통문제도 한결 나아질 텐데요.

 

애초에 거의 대부분의 승용차를 혼자 타고 다니면서 오토바이는 거의 타지 않는 한국이라 얼마나 도로 낭비가 심한 것인지.

철없는 놈들이 폭주하거나 배달업 하는 사람들이 인도고 차도고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거나 하는 최악의 면모만 보이는 바람에

저처럼 안전하고 즐겁게 오토바이를 즐기려는 사람들 열을 많이 받게 합니다.

 

일단은 헬멧도 없이 멋대로 폭주하는 어린 바이커들은 개인적으로 사고로 죽어도 전혀 불쌍하게 생각하지 않는 부류이기도 하죠.

 

 

 

사이드 부스에는 캐리커쳐나 토마토 와인 시식등 여러가지 소소한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천원의 행복이라는 조그만 컵을 1000원 주고 구입하면 옆에서 토마토 주스를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고

다른 부스에서는 컵을 지참시 토마토 한 조각을 즉석으로 구워 주기도 하는 등 즐길거리가 많습니다.

 

토마토의 영양분은 가열하거나 갈아서 주스로 만들거나 할 수록 흡수율이 매우 높아진다고 하네요.

흠잡기 어려울 정도로 몸에 좋은 녀석이 토마토라서 이런 축제를 통해 아이들이 토마토를 좋아하게 된다면 그 간접 이익은 굉장할거라 봅니다.

전 생오이나 생양파를 이상할 정도로 싫어하지만 토마토는 어릴 적부터 좋아해서, 집에 있기만 하면 거의 매일 과자먹듯이 씹어먹습니다.

 

 

 

더울때 물놀이는 아이들에게는 마약과도 같은 즐거움이죠. 거기다 요원들이 물줄기까지 쏴 주니까.

 

조카가 4살인데다가 낯을 많이 가려서 이런 데서 잘 놀지는 않겠지만

조금만 더 크면 이런 축제에서 날고 길 거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물 속에서 이렇게 놀 수 있는 나이에는 유통기한이 있으니까요.

 

 

 

다양한 장애물 통과 놀이도 만들어져 있어서 아이들이 끝없이 빨려들어갑니다.

푹신푹신한 기구들 속을 통과하던 즐거움은 아직도 뇌리 깊숙히 남아있네요. 몸이 둥실둥실하는 느낌이 참 재미있었죠.

 

좀 전의 전기자동차 같은 놀이를 빼면 대부분의 이벤트가 무료라서 아이들에게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토마토는 물론 어느 연령대나 관계없이 몸에 좋은 식품이긴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평생의 건강을 책임질 만큼 중요한 녀석이니 이런 곳에서 토마토와 조금 더 연관을 시키는 이벤트가 있으면 어떨까 싶네요.

물론 조금 있으면 펼쳐질 메인 이벤트가 그런 결정적인 추억이 될 수도 있겠죠.

 

 

 

그러고보니 제가 어릴 적에는 이런 축제도 거의 없었고

거의 엄니하고 시장 가다가 가끔씩 출몰하는 봉봉 아저씨 만나는 게 랜덤이벤트였는데

지금은 이런 거대한 장애물 놀이기구도 프레셔 몇 개로 금새 설치가 되어 버리니 참 좋은 세상이다 싶습니다.

 

물론 그 때는 이런 것 말고 놀거리가 많이 있었고, 그런 것들은 요즘 아이들이 경험할 수 없다 보니 어느 쪽이 더 좋다고 하기는 어렵겠죠.

유년시절의 추억이란 기술의 발달과는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법이니까 말입니다.

 

 

 

축제장은 그리 크지 않아 끝에서 끝까지 20분도 안걸려서 도착이 가능합니다.

12시에 금반지 찾기는 실제 참여하지 않아도 재미있는 볼거리가 될 것 같아 기대중이죠.

 

그 전에 토마토 스파게티 집에 들어가 간단히 점심을 때웁니다.

엄니는 속이 안좋아서 저 혼자만 먹는게 좀 아쉬웠네요.

축제 행사장 음식들은 레벨이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닌데, 이 스파게티는 숙련된 분들이 즉석해서 만들어내고 있어서 꽤나 맛있습니다.

간이 음식점이다 보니 외관이 좀 그렇다 뿐이지 내용물은 스파게티 전문점에서 만들어 나오는 녀석과 거의 동일하네요.

김치와 단무지가 대체 왜 있는가 하는 문제는, 그냥 한국인들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하면 되겠고.

 

 

 

점심 먹고 다시 이벤트장으로 가니 사람들이 입장을 완료했습니다.

막 시작하기 직전인데 과연 장관이더군요. 떡대가 큰 카메라를 짊어진 분들도 많이 보입니다.

 

저도 물론 한 떡대 한다는 카메라는 거진 다 써봤지만 요즘엔 그냥 조그마한 똑딱이만 들고 다니는데

이런 이벤트에서는 역시 신뢰성 높은 덩치가 편하긴 하죠. 뭐 요즘엔 그냥 소소하게 살기로 생각중이라.

 

재미있는 건 D3X 라는 발매당시 압도적인 고가 카메라를 들고 계신분도 있었다는 점.

나온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녀석이지만 발매가가 천만원에 근접한 녀석이었죠.

물론 더 오래전 초창기 디지털 카메라는 그렌저 한 대 살만한 가격인 것도 있었지만

10년전이면 충분히 DSLR 시장이 안정화 된 시절이었는데도 다른 기계에 비해 압도적으로 비쌌다는 점이 기억에 남습니다.

 

뭐, 디지털 기계다 보니 지금 나오는 200만원짜리 카메라보다 좋을 건 없지만요.

 

 

 

걱정과는 달리 다들 차분하게 금반지를 찾기 시작합니다.

역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이벤트이다 보니 얌전한 분위기를 보여주네요.

예전 모 회사의 휴대폰 이벤트때 벌어진 무서운 광경이 재현되면 어떻하나 싶었지만

이런 축제는 그냥 즐겁게 즐기기만 하면 되니까 진행은 매우 부드럽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에겐 참 기억에 남는 이벤트가 아닐까 싶네요.

음식가지고 장난치지 마라는 말을 자주 듣는 나이일테니까 말입니다.

언제 저렇게 토마토를 마음껏 밟아볼 수 있을까요.

 

 

 

이런 곳에서 찾으려면 꽤나 힘들겠구나 싶었는데 역시 사람이 많으니 시작한지 5분쯤 되고 벌써 경품 뭔가를 찾는 분이 생깁니다.

 

금반지를 포함한 경품은 실제로 토마토 안에 집어넣으면 손상되거나 사람에게 상처를 입힐 위험성도 있어서 조그마한 칩을 대신 넣어 놓았다고 합니다.

그냥 밟아도 재밌겠지만 저렇게 뭔가 찾게 된다면 기분이 날아갈 듯 하겠네요.

 

 

 

이벤트를 구경한 후 엄니와 함께 그늘에 앉아 물을 마시고 있는데

바로 앞의 캐리커쳐 그려주는 부스에서 어른 둘이 싸움을 벌이는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캐리커쳐 그려주는 사람이 둘이다 보니 착각하는 사람들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습니다만

이 곳은 원래 한 줄로 서서 기다린 후 줄의 가장 앞에서 양 쪽의 의자에 앉는 방식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그냥 두 줄인줄 알고 앞으로 나선 사람과 기다리던 사람이 시비가 붙은 듯 합니다.

 

아이들 십여 명이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는데 온갖 고성과 몸싸움이 벌어지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뒤에서 은근히 싸움을 부추기는 와이프들도 참 볼만하더군요. 이게 욕하면서 본다는 한국 드라마인가 싶었습니다.

결국 진행요원이 와서 애들한테 '얘들아 어른들이 싸우니까 귀 막고 보지 말자'는 재치있는 기지를 발휘하며 싸움을 진정시킵니다.

 

싸움구경 물구경 불구경이 재미있는건 사실입니다만 꼬꼬마 아이들 앞에서 다 큰 어른들이 싸우고 있으니 참 기가 차네요.

 

그 와중에 바로 옆 부스의 토마토 던져서 표적 맞추기 부스에서는

던지기 전용 토마토를 노인네 몇 사람이 비닐봉지에 꽉꽉 담아서 양 손 가득 들고 가는 모습도 보입니다.

원래는 진행요원이 이건 가지고 가시는거 아니라고 제지를 하는데, 마침 옆에서 싸움중이라 미처 파악을 못한 모양입니다.

저런 노인네들이 축제 진행시 예절이라는 걸 알고 있을리는 없지만 참 꼴불견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군요.

 

엄니한테 아무리 더 나이 들어도 저런 도둑질은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 한마디 드렸습니다.

 

 

 

금반지 찾기는 예전에 끝났는데 이제는 아이들이 부스에서 나오려고 하질 않습니다.

이미 곤죽이 되어버린 토마토 풀장이 매우 마음에 들었나 보네요.

 

사실 금반지 찾기처럼 얌전한 이벤트보다는 이런 모습이 진짜 토마토 축제다운 발랄함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냥 물속에서만 놀아도 재밌어하는 아이들인데 토마토 주스 안에서 몸을 뒹굴고 있으니 어찌 재미없을수가 있을까요.

 

 

 

토마토는 세탁을 해도 잘 지워지지 않기 때문에

주최측에서 이벤트 참가자에게는 단추가 떨어졌거나 목이 늘어나는 등 버려도 될 만한 흰 옷을 입고 와 달라고 공지를 했습니다.

그 공지의 효과를 이곳에서 보게 되는지, 옷 더러워 지는 것 정도는 신경도 쓰지 않고 모두들 즐겁게 토마토를 뒤집어 쓰고 있네요.

 

아이들한테 오랫동안 즐거운 기억을 남을 수 있는 이벤트라 사진만 찍고 있어도 흐뭇합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토마토는 미용에도 좋겠죠?

토마토 원액은 모기도 싫어해서 접근하지 않는다고 하니 이 애들 오늘 밤은 잠을 편안히 자겠네요.

 

그나저나 그 싱싱하던 토마토가 저렇게 곤죽이 되어 버릴 정도로 밟아댔다니 사람들의 힘은 대단합니다.

 

 

 

다음 이벤트 진행을 위해서인지 안전을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진행요원들이 나가달라고 부탁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떠날 생각을 않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다음 축제때는 아예 토마토 풀장을 정식으로 만들어서 애들을 집어넣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사실 바닥이 그냥 아스팔트다 보니 사고 위험도 없잖아 있어서 요원들로서는 걱정되는것도 당연합니다.

오후에는 토마토 쌓기 대회라던가 토마토 빨리 먹기 등의 이벤트도 있지만 엄니와 저는 그때까지 기다리기는 힘들고

이 이벤트가 가장 인상적이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네요.

 

 

 

이제 슬슬 돌아갈까 하던 차에 뭔가 무서운 광경을 본 것 같아서 한 창 남겼습니다.

그럴 일이 있을까는 싶지만, 조카가 나중에 좀 더 커서 저를 저렇게 토마토 주스 속에 파묻는 불상사는 생기지 않길 바라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규모가 그렇게 큰 축제는 아니었지만 진행도 매끄럽고 소소한 서비스도 좋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도 많아서

젊은 가족이라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축제였다고 봅니다. 꾸준히 발전해서 또 하나의 유명 축제로 자리매김을 하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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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 돌보기를 끝내고 대구로 내려왔습니다.

스트레스 푸는데는 독서가 최고라서, 서점으로 향하는데

뭔가 이상한 조형물이 서 있어서 다가가 봤더니, 페트병으로 만든 천사 모양이네요.

 

자연보호 블라블라 하는 그런 의미겠죠.

 

일본서도 12월 초부터 줄기차게 크리스마스를 엮어서 장사하고 있던데

특정 종교 기념일이 모텔 방을 꽉 차게 만드는 이런 현상은 참 재미있습니다.

그냥 일탈의 변명거리를 하나 만들고 싶을 뿐이겠죠.

 

 

 

산 김에 바로 옆 까페에서 책좀 읽고, 국채보상공원쪽 도로가에 뭔가 반짝이길래

그냥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좀 춥긴 한데 30~40분만 걸으면 되니까요.

 

사진 찍을 생각은 원래 별로 없었고, 혹시나 싶어서 24mm 렌즈 하나만 덜렁 들고 나왔던 터라

맘에 드는 구도는 잘 잡히지 않지만 그래도 뭐 스냅으로는 충분합니다.

 

 

 

크리스마스라고 기분이 좋아지는건... 제가 솔로라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말이죠.

 

평소 보기 힘든 모습, 이런 발광중인 길거리를 볼 수 있으니 저야 뭐 아쉬울 건 없습니다만.

카메라 꺼내들고 마구 찍어도 신경쓰는 사람이 없는건 확실히 크리스마스의 특징일까요.

 

 

 

커플들이나 아이 데리고 온 부모들이나 여기저기서 셔터 누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걸어서 돌아갈 좋은 이유가 생겨서 저도 신나게 사진 찍었죠.

원래는 책이나 실컷 읽다가 버스타고 돌아갈 예정이었고, 카메라는 항상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갖고다니는 정도였으니.

 

 

 

나무들한테는 별로 좋은 환경이 아닙니다만 연말연시 이 정도야 뭐...

 

어릴적엔 집안에 크리스마스 트리 같은것도 만들어놓고 그랬는데

이제는 아무런 감흥이 없으니 할 필요도 없겠죠.

 

조카 태어난 형님집엔 초소형 사이즈의 트리가 있긴 하더군요.

 

 

 

그냥 가로수만 빛나고 있으면 좀 재미가 없을것 같아서인지

크리스마스와의 연관성을 찾기는 어려운 동물 모형들이 여기저기서 빛나고 있습니다.

 

독수리나 코끼리나 백조 같은건데... 제 지식으로는 그게 크리스마스와 뭔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다들 모형 앞에서 사진 찍으려고 난리였습니다.

사진 찍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으니 조금만 기다리면 혼자서 찍을 수 있더군요.

 

정말 밋밋하고 형편없는 플라스틱 조형이지만

빛이 가미되니 멋진 피사체로 순식간에 돌변합니다. 낮에 보면 그냥 흉물스러울 뿐인데 말이죠.

요즘 읽고 있는 책이 브라이언 그린과 미치오 카쿠 등, 양자역학과 우주론같은 내용이라서

왠지 평소보다 빛이라는 개념이 좀 더 놀랍게 다가오는 듯한 기분입니다.

 

빛이라는 단어 하나가, 사실은 137억년 전 우리 우주가 탄생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속도로 공간을 가로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크리스마스라는 개념 따윈 이 한줌의 빛보다도 의미가 없을 뿐이네요.

 

 

 

선거가 끝나도 아직 전광판은 바꾸지 못했군요. 공무원이 하는 일이 그렇죠 뭐.

 

연말이 되면 여기서 종 치는 모습을 보려고 이 광장이 인파로 가득 찰것 같습니다.

예전엔 그런 심리패턴을 이해해 보려고 서울 종로에서 종치는걸 직접 구경하고

밤새도록 음식점이나 까페 빈자리 찾아다니는 짓도 해 봤습니다만... 모르겠더군요.

 

 

10시가 되니 일제히 가로수 불빛이 꺼져버렸습니다.

아쉬워하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리더군요. 어디에 그런 고지가 되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 불친절함이야, 한국에서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다들 이해하고 넘어가겠죠.

 

그 불빛이 없어져도 원래 있었던 가로등들은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이녀석만으로도 얼마든지 마음에 드는 사진은 남길 수 있네요.

 

 

 

매번 경대병원 장례식장 뒷쪽 골목을 걸어서 돌아옵니다만

2달 전 대구를 떠날때만 해도 이런거 보이지 않았는데... 갑자기 들어서 있는 모습에 심히 당황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빨리 올라가나 싶더군요.

장례식장 골목의 구 가옥들을 철거하고 공사터를 만드는 모습까지는 봤는데

순식간에 이만큼 올라가 있으니, 1년간 자전거여행하고 돌아왔을때보다 더 큰 괴리감이 느껴집니다.

 

 

 

거의 빛이 없는 깜깜한 골목이지만, 예전처럼 어두워지면 카메라를 가방에 집어넣을 필요가 없네요.

그러고보니 요즘 해가 지고나서 찍는 사진이 부쩍 늘어난 것 같습니다.

 

카메라의 성능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고 스스로 생각해도, 결국 야간에 찍을만한 성능이라면

알게 모르게 카메라를 꺼내드는 빈도가 늘어가게 되는군요.

기술의 발전에 괜히 고지식하게 귀를 막고 있을 필요는 없나봅니다.

 

 

 

집까지 거의 다 왔습니다.

보통 서울이 더 춥고, 대구는 춥다 춥다 해봤자 별로 춥지 않다는게 정설인데

내려와보니 며칠간은 확실히 서울보다 대구가 더 춥더군요.

 

눈이 언제 내린건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며칠동안 영하의 기온이 계속되어서

이런 골목길의 눈은 거의 얼음바닥이 된 채로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제가 신고있는 구두는 기형적인 제 발바닥을 편안하게 할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밑창의 내구성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닳아버리더군요.

그래서 눈에 발자국을 찍어보면 완전히 매끈한 평판 모양이 나올 정도로 밋밋합니다.

 

그런 녀석으로 이런 얼음바닥을 걸으니 이건 뭐...

넘어지면 수백만원짜리 카메라도 박살난다고 자신을 채찍질하며 조심조심 이동합니다.

 

 

 

수성교를 건너는데 그냥 지나치긴 또 뭣해서, 다리 위의 난간을 삼각대삼아 장노출을 해봅니다.

셔터야 타이머 설정해놓으면 되지만 자동차의 진동때문에 제대로 찍힐까 걱정이 되긴 하더군요.

 

다행히도 15초 정도의 노출은 별 무리없이 찍혀나왔습니다.

그닥 볼품없는 풍경이긴 하지만, 외국인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참 신기한 풍경일 것 같네요.

 

 

 

이 건널목만 건너면 집인데, 기다라기 심심해서 장노출이 아니라 손으로 들고 야경 찍어봅니다.

사실 이렇게 고감도 야간사진을 많이 찍으려는 건 나름 보상심리를 기대하고 있다고 보는게 맞겠더군요.

 

지난번 카메라도 별 불만없이 쓰다가, 신제품에 대한 호기심으로 큰 출혈을 감수하고 바꾼 탓에

예전에 찍기 힘들었던 환경에서도 무리없이 결과물이 나온다는걸 스스로 확인해서

출혈구매를 합리화시키고 싶었던 마음이 저변에 깔려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아파트 앞에도, 이미 눈이라고 부를 수 없는 번쩍번쩍한 얼음판이 형성되어 있군요.

얼핏 보기에 눈이라고 파악할 수 있는 형태만 간직했을 뿐, 밟아도 전혀 움푹 파이지 않는 완벽한 얼음입니다.

 

제가 없는 사이에 대구도 눈 오고 춥고 그랬구나 하는 생각이 살짝 들다가 파동함수처럼 붕괴되어 버리네요.

 

사진 정리하다가 문득 생각이 났는데

지금까지 사진의 긴축 길이를 1100px 로 고정하고 있는 이 블로그를 좀 더 확장해야 하지 않나 합니다.

사진 원본이 6000px 가까이 되는데 이렇게 줄여버러니 왠지 눈에 안들어오는 부분이 많은것 같네요.

이 블로그 처음 시작할때야, 24인치 모니터 쓰는 사람 자체가 별로 없었으니

1100px 정도가 다른 사람들이 구경왔을때 한 화면에 보이는 한계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요즘엔 기본적으로 다들 가로해상도 1920 이상의 모니터를 쓰고 있겠죠?

제 모니터는 가로 2560 픽셀이라서 1100px 사진은 그냥 조그맣게 보일 뿐이지만

다들 1920 정도의 모니터를 쓰신다면 사진의 가로길이를 좀 더 늘려도 문제없을 듯한데 말입니다.

 

조금 더 생각해 봐야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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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좀 많긴 했지만 청명한 하늘을 보여주던 곳이었는데

타워에 올라가니 저 멀리서 소나기 내리는게 보입니다. 대구 전체가 다 보이다 보니...

항상 올려다보는 하늘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라서, 이럴때는 타워 올라가는 것도 괜찮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관광지 같은 곳에서 타워 올라가면 시간에 차이고 인파에 차이고 해서 질색하는 편인데

좋은 의미가 아니지만, 이곳 83타워는 거의 개점휴업 상태라서 느긋함을 즐길 수 있습니다.

 

 

눈에 익는 녀석들 찾는 재미도 있죠.

유치원때부터 중학교때까지 서식했던 동신점보입니다. 대구에서 엘리베이터가 장착된 최초의 고층아파트였죠.

13층까지 있나 그런데... 자세히 보니 원래 없던 건물이 한 채 더 서있는것 같습니다?

 

원래는 1동 밖에 없는 아파트인데, 주차장과 놀이터 있던 곳에 하나 더 들어선 것 같군요.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제가 있던 시절의 모습과는 좀 다릅니다. 다음에 직접 가서 확인해 봐야 할 듯.

 

워낙 오래된 아파트라서, 요즘 아파트에서는 보기 힘든 시설들이 들어있던 곳이기도 합니다.

사용하지 않은지는 오래됐지만, 세탁기 있는 곳에 쓰레기 배출구가 떡하니 있어서 그게 지하 쓰레기장까지 이어져 있었죠.

덕분에 온갖 벌레들과 쥐가 뒤끓는 터라 얼마 지나지 않아 폐쇄해 버리기도 했네요.

 

자살자도 워낙 많아서, 일년에 너댓번은 학교 돌아오면 입구 마당앞에 모래로 뒤덮힌 핏자국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기억이란게 시작되는 시기부터 서식하던 곳이라 저한테는 마음의 고향이나 마찬가지인데요.

그래서 가끔 돈이 넉넉하면 그때 그 집을 구입해서 별장 형식으로 가끔 놀러가볼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엄니께서는 좋은 추억이 전혀 없던 곳이라, 그 말을 들으면 아주 질겁을 하시지만...

 

 

 

지금은 미국에 가 있는 강군의 부모님이 거주하시는 곳도 지난번 가봤으니 한 장 남겨봤습니다.

나즈막한 아파트인데, 높이문제때문에 원래 계획보다 낮아졌다고 하더군요.

 

정말 아무것 없어보이는 모습이지만, 그 내부로 들어가면 놀라움이 펼쳐지는 숨겨진 비경입니다.

 

 

 

방향을 돌려서 서울의 강남 역할을 하는 수성구쪽을 찍어봅니다.

원래는 온통 논밭밖에 없던 황무지였는데, 지금은 대구 최대의 부촌이 되어버렸죠.

 

엄니께서도 가끔 농담으로, 그때 땅좀 사놨으면 지금은 억만장자가 되었을텐데 하십니다.

하지만 되어가는 꼴도 강남과 별로 다르지 않아서, 멋들어지게 지어놓은 고층 아파트들은 분양이 안되서 난리중이죠.

 

 

 

왼쪽 하단에 보이는 살색 아파트가 좀 전의 동신점보입니다.

저기 살때 심심하면 올라갔던 앞산의 모습을 오랜만에 담아보는군요.

30분만 걸어가면 등산로에 도착하기 때문에, 잘 나갈때는 일주일에 한번꼴로 가던 곳이죠.

 

660m 정도의 높이라서 올라가기도 편하고 경사도 심하지 않아서, 이 부근 사람들의 소중한 휴식처가 되어줍니다.

올라가기 귀찮다 싶을 때에는 중간의 약수터까지만 올라갔다 오기도 했네요.

 

 

 

83층 까페에서 음료수 한잔 마시고 땀을 좀 식힌다음 77층 전망대로 내려왔습니다.

영수증을 보여주면 입장료를 대신하기 때문에 의기양양하게 내려갔는데, 전망대 내부는 그냥 공터나 마찬가지네요.

 

한때 몇 시간이고 줄을 서서 올라가곤 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거의 버려진채로 남겨져 있는 모습이 찡합니다.

한국인은 저 포함 너댓 명, 나머지는 동남아시아 인으로 보이는 관광객 여남은 명, 서양인으로 보이는 관광객이 서너 명 정도.

동남아시아 인으로 보이는 관광객은, 꽤나 좋은 DSLR을 갖고 여기저기 신나게 찍어대고 있네요.

 

관리가 안되다 보니 온갖 낙서가 보입니다. 구수하게 사투리 쓰는 미국백인(?)의 천박한 모습이 현재 83타워의 모습이죠.

 

 

 

한국화가 우안선생님이 소양호를 칭할 때 '산첩첩 물겹겹'이라는 문구를 사용하셨는데

지리적으로 보면 대구의 모습도 굉장히 훌륭한 편입니다. 개발이 중구난방으로 되다 보니 매력이 많이 퇴색되긴 했지만

대구의 숨구멍으로 불리는 곳도 점차 개발로 막혀가고 있는 중이라서, 자칫하면 현재보다 더 찜통이 되어버릴지도 모르죠.

 

 

 

좀 전에 비를 뿌리던 거대한 구름이 조금씩 타워쪽으로 이동중인듯 합니다.

타워까지 오기엔 한참 멀었지만, 그 규모는 정말 상상을 초월하더군요.

 

일주일 가까이 엄청난 폭염이 계속되었으니 이제 모인 구름이 한번 내려줄때가 되긴 했죠.

어차피 이건 기온때문에 생긴 녀석이라 한번 쏵 내리고 나면 끝이고, 더위가 가시지도 않지만.

 

이렇게 떨어진 곳에서 24mm 광각으로 담으려고 해도 한 눈에 잡히지 않을만큼 어마어마한 구름입니다.

 

 

 

크기 가늠이 되질 않아서 밑에 도시의 모습을 깔아보려고 노력해도

구름이 전부 담기질 않는군요. 놀라운 모습입니다.

 

16mm 광각이 있었다면 장관을 연출했을 텐데, 전망대는 유리로 막혀있어서 더 뒤로 가면 구조물에 가려버리고 말아서

아무리 애를 써도 이 정도밖에 담을수가 없더군요. 아쉬웠지만 어쨌든 눈이 즐거운 경험 했습니다.

 

 

 

윗부분이 짤렸으니 세로 사진도 한 장.

저 쪽은 지금 소나기가 내리고 있겠지만, 이곳은 아직 말짱하네요.

 

지면에 붙어있을때는 이런걸 보기 힘든데, 높은곳에서 보니 구름의 모습이 좀 더 입체적으로 보여서 좋습니다.

옛날부터 하늘과 가까워지려고 한 사람들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군요.

 

 

 

대구에서 가장 널널한 공원인 두류공원의 전경입니다.

넓은 부지에 왠만한 운동시설을 다 갖춰놓고, 산책하기도 좋은 멋진 곳이죠.

여름이면 여러가지 페스티발도 열리고... 현재 서식지에서는 좀 멀어서 자주 가진 못하지만

예전 이 근처에 살때는 이 공원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저 멀리 구름은 뭔가 상태가 메롱하군요.

핵폭발이라도 일어난 듯한 모양인데...

 

 

 

삼각대가 없어서 야경 찍기는 좀 힘들고, 해가 지기 시작하니 슬금슬금 내려왔습니다.

과장없이 전망대층은 정말 아무것도 없는 곳이라, 한 때의 위상을 생각하면 참 처량한 생각밖에 안 드네요.

전원이 꺼져버린 자판기와, 지금은 작동하지 않는 번지점프대만이 황량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곳입니다.

 

저기서 번지점프하면 정말 짜릿할 것 같은데.

 

 

 

올라올때는 고역이었지만 이제는 내려갈 일만 남았으니 그리 힘들진 않을 듯.

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그냥 걷기만 해도 물 속에서 헤엄치는 기분입니다.

지저분한 유리창에 가려져 있고, 지붕이 무겁게 내리누르는 곳이라서, 산 정상만큼 상쾌하게 사진을 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더운날 용을 써서 집을 나선 보람은 있었다고 생각하면서 공원을 내려갑니다.

 

 

 

이것보다 더 어두워지면 고감도가 취약한 제 카메라로는 사진 담기가 힘드니

내려가기전에 기념으로 불 밝힌 83타워도 한번 남겨줍니다.

 

지금 여러가지 이벤트 준비를 하면서 다시 한번 손님을 끌어들일 노력을 하는 듯이 보이는데

과연 어떻게 될지 모르곘지만, 저는 적어도 한 번 정도는 이곳에 더 오를 듯 싶네요.

그 이유는 타워때문이 아니라, 공원 맞은편에 대구 최초로 테디베어 박물관인 테지움이 들어설 예정이라서.

 

테지움 구경후에 이곳으로 오는 코스가 머릿속에 그려지는군요.

 

돌아와서 아주 녹초가 되었지만, 대구 토박이로서 처음 가본 타워의 모습에 나름 성취감을 느꼈던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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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대구의 최고온도는 37도 정도였습니다.

체감온도 약 43도... ㅡㅡ;

 

차방에 들어박혀서 에어콘 틀고 차마시고 책보고 빈둥거리면서도

잠깐 방문 열고 나가면 펼쳐지는 핀란드식 사우나의 향연이 아주 인상깊은 하루였죠.

 

대구가 덥다덥다 하지만 요 근래 정말 이만큼 더운 날이 일주일 가까이 지속되는건 신기합니다.

그래도 하늘이 워낙 좋아서 한참을 고민고민하다가 결국 우방타워로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우방타워는 높긴 높아도 유리창에 막힌 곳이라서 아쉽긴 한데

아파트 옥상이 닫혀있어서, 큰맘먹고 하늘 좀 제대로 담아보려고 각오 단단히 하고 출발.

 

역에서 내려서 150m 남짓한 우방랜드 입구까지 걸어가는 것만 해도 이미 온몸은 땀으로 샤워를 하는군요.

십여년만에 와 보는 곳인데, 오늘같은 날에도 일단 사람의 그림자가 보인다는게 신기하긴 했습니다.

애들은 역시 더위보다 노는게 더 중요하겠죠. 부모들은 아마 죽을 상이겠지만.

 

우방랜드는 이름이 E 랜드로 바뀌고, 우방타워는 83타워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습니다.

우방타워는 만들어질때 대단한 이슈거리였지만, 전 아직 태어나서 한 번도 올라가본 적이 없군요.

 

기념으로 한장 찍는데도 뷰파인더 안으로까지 땀이 흘러내릴 정도로 환상적인 날씨입니다.

 

 

 

자전거 여행때 가장 더웠던 날씨와 거의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때는 뭐랄까, 떠도는 인생이라서 땀이 아무리 흘러도 그냥 흐르는구나 하고 놔뒀는데

문명인의 생활을 영유하는 현재로서는, 순식간에 거지꼴이 되어가는 모습이 조금 신경 쓰이기도 합니다.

 

낮은 곳에서 항상 보이는 방식으로 사진 좀 남겨놓고, 좀 있다가 높은 곳에서 본 풍경과 비교해보고 싶더군요.

 

 

 

매표소에 물어보니 타워에 가려면 산을 팽이처럼 한바퀴 돌아 올라가야 한답니다.

공원 입장료를 끊고 들어가면 케이블카를 이용할 수 있지만, 그런데 돈 쓸수는 없는 노릇이고...

 

자동차를 가져와야 했다는 후회를 하며 나즈막한 산을 빙글빙글 둘러 올라가는데

이건 뭐, 땀이 흐르는게 아니고 후둑후둑 떨어지는게... 지금 땅 위에 있는건지 물 위에 있는건지 모르겠더군요.

카메라 가방과 장비만 5kg 정도 나가니 이런 날에는 정말 죽음입니다.

차라리 여행중이라고 한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그냥 그런거지 하고 넘어가겠는데, 마음가짐이 틀리네요.

 

산책나온 개한테 목줄 안매달았다고 이 더운날에 목청이 터져라 싸워대는 아줌씨 두명의 우렁찬 목소리를 들으며

펜스 너머로 보이는 꽃밭이 참 보기좋아서, 떨어지는 땀에 굴하지 않고 망원렌즈로 갈아끼워 사진 좀 담고 다시 출발합니다.

 

 

10여분만 올라가면 되는 언덕이긴 한데, 이런 날씨에는 그것도 만만히 볼 수 없습니다.

간신히 타워 앞에까지 도착하고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슬슬 해가 질려나 말려나 할 시간이었는데

기왕 폭염속에 나오는 것이라, 푸른 하늘과 해질녘 하늘을 둘다 담아가고 싶어서 시간을 조절했죠.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83타워는 처음이군요. 참 볼품없게 생겼지만 완공 당시엔 굉장한 흥미거리였습니다.

그때 뉴스에서는 전망대 올라가려고 한시간 넘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행렬이 가득했었는데

지금은 거의 고대 유적지같은 분위기가 되어버렸죠.

 

사실 이제와서는 고층아파트보다도 낮은 녀석이라.

 

 

 

한숨 돌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뒤에서 희희락락하게 올라오는 케이블카가 보입니다.

돈의 힘을 빌리면 저렇게 쉽게 이곳까지 올 수 있는데, 역시 돈이란 대단하군요.

 

휴일이라서 혹시 자동차가 막히는게 아닐까 싶었지만, 이곳은 거의 텅텅 비었습니다. 차 가져오는게 나을뻔 했네요.

 

 

 

걸어서 산 올라오는 시간을 계산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좀 늦었지만

운 좋게도 크고 아름다운 구름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버린 태양이 폭발하듯이 빛을 방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광경이라서, 온 몸에서 땀이 뚝뚝 떨어지는 와중에도 셔터를 계속 누를 수 밖에 없었네요.

 

이미 타워 올라가지 않아도 충분히 멋진 풍경을 즐기고 있다고 자각하고 있었지만

이번에 올라가지 않으면 아마 평생 올라갈 일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대구사람으로서 경험이나 해보자는 생각에 들어가 봅니다.

 

 

 

이 타워가 개장된게 90년대 중반이었나 그럴텐데...

조금 과장하면 이제는 오사카의 통천각과 비슷한 처지가 되어버린 듯 하네요.

 

하늘에 맞닿는 탑이라는 의미의 통천각이지만, 가 보신분들은 아마 피식 웃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냥 들어가기는 아무래도 아쉬워도 한장 더 남깁니다. 정말 멋들어진 구름이군요.

이런걸 빛내림이라고 하던데, 어떻게 보면 이건 빛올림이라고 하는게 더 들어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곳은 꿈속이고, 현실의 나는 복날 가마솥에 들어가 끓고있는 영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드는 날이었지만

이런 풍경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이 짜증과 더위는 충분히 그 값을 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매표소에서는 직원이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더군요.

전망대는 5천원이지만, 그보다 더 높은 83층 까페에서 음료수 주문하면 전망대는 무료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뭐라도 마실 생각이었으니 당연히 83층에 가서 음료수를 주문. 조그만 레몬에이드가 8천원이었지만 입장료 생각하면 뭐...

 

까페에서도 당연히 바깥 풍경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대강 사진을 남겨봅니다.

아주 작은 까페지만 그래도 날씨때문인지 여기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타워엔 거의 올라가지 않는 편이라서 신선하기도 했고, 대구라는 녀석이 참 특이한 지형이라는걸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한바퀴 빙 돌아도 주위는 전부 산으로 둘러쌓인 분이이긴 한데, 대구 면적이 정말 넓기는 넓더군요.

 

 

 

하늘과 좀 더 가까워지니 하늘 풍경도 평소와는 많이 다릅니다.

유리창에 전등빛이 계속 반사되다 보니 하늘 여기저기에 UFO가 날아다니고는 있지만...

 

아까 봤던 구름도 이곳에서 보니 그 모양이 사뭇 다르게 느껴지는군요.

결심하고 올라올 만큼 날씨가 좋았던 날이라서, 이런 날씨라면 입장료따윈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더위에 오버히트된 머리탓인지 멍하게 계속 쳐다보고 있으니 조금씩 현실감이 없어지는 듯한 느낌도 드네요.

 

 

 

24mm 광각렌즈는 전망대에서 또 써보기로 하고, 망원렌즈로 여기저기 도촬을 시작해 봅니다.

잘 알고있는 곳이라면 이렇게 전망대 위에서 이것저것 찾아보는게 또다른 재미이기도 하죠.

 

특히 이곳은 제가 수십년간 자라온 곳이다 보니 보기만 해도 여기가 어디다 라는 느낌이 드는 곳이 많습니다.

도넛구멍안에 빡빡하게 멋없는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형상의 대구지만, 빙 둘러싼 산세만큼은 참 멋진 곳이죠.

 

사진이 많아서 다음 포스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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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대구시내 동성로에 친구보러 나갔습니다.

전 어린이는 아니고 어른이라고 불리는 키덜트라서, 생각하는건 역시 고딩때와 별로 변한 것도 없군요.

지식과 경험은 쌓이고 좀 더 깊게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을지도 모르지만, 근본적인 건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이먹으면 철든다는 이야기도 절대 믿지 않는 편이죠.

젊을때 덜된 녀석은 나이들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본인이 노력하지 않는 이상.

 

일 관계로 일본 가기 전에 또 부탁받을게 좀 있어서 고교동창 친구와 그 동생분을 만났습니다.

만날 때마다 만화책을 비롯해서 여러가지 서적을 듬뿍듬뿍 주고 받기 때문에 유익하죠.

동성로는 어린이날과는 그닥 관계가 없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토요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바글바글합니다.

고딩때나 지금이나 그런 분위기에 녹아들어가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라서, 딱히 나이먹었다는 느낌도 들진 않는군요.

 

일단 밥이나 먹자고 골목길 구석에 위치한 고기집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가게 이름이 '고기 굽는 남자'였던가...

 

 

 

싼 것도 아니고 비싼것도 아닌, 시내치고는 무난한 돼기고기가 나무판때기 메뉴에 적혀있군요.

시내 음식점이란 워낙 치열한 전쟁터라서 사소한 것 하나에도 인상을 심어줘야 하겠죠. 나무판에 손글씨로 적인 메뉴는 재미있었습니다.

가게 이름은 고기 굽는 남자인데 오늘 서빙해 주시는 분은 여자사람이시네요.

 

그 여자사람분이 동생분의 넥삼 카메라를 보고 자기도 그거 쓴다고 잠깐 대화를 나눴습니다.

 

 

 

산지 일년도 되지 않아서 단종되어버린 비운의 NEX-C3 녀석.

소니는 아무튼 신제품 바디를 너무 빨리빨리 찍어내서, 자기 제품의 감가상각에 신경쓰는 사람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합니다.

동생분은 어차피 이녀석으로 끝장을 볼 생각이라 단종되었어도 그닥 데미지는 입지 않은 듯.

저걸로도 뭐 못찍을 사진은 없으니까요. 이제 카메라 성능 탓에 사진 못 찍을 시대는 아닙니다.

 

 

 

점심시간은 지났고, 저녁시간까지는 꽤나 남은 어중간한 시간이라서 가게 안에 손님이 거의 없습니다.

물론 일부러 이런 시간대를 선택했죠. 시내에서 사람들에게 치여가며 밥먹는거 굉장히 싫어하기 때문에.

예전에 한 번 가봤을때 그 독특한 모양새를 한 돼지고기가 인상적이라서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젊은 주인장분이 열정적이고 친절하게 손님들을 대접해 주기도 해서, 힘든데도 열심히 하는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죠.

스테이크처럼 매우 굵은 고기 한점을 뚝 떨어트리고 한참을 굽습니다.

 

 

 

본인이 직접 하겠다고 말하지 않는 한, 이곳에서는 점원들이 시간에 맞춰 고기를 구워주러 옵니다.

보통 고기집에서 보기 힘든 모양새를 하고 있어서 어떻게 구워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꽤나 시간이 흐른 후에 면을 뒤집습니다. 한쪽은 적절하게 구워졌네요.

 

이런 식으로 돼지고기를 구우려면 지방층도 어느 정도 붙어있어야 덜 타고 씹히는 맛도 좋습니다.

 

 

 

두께가 상당히 놀랍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1인분당 150g 밖에 안되기 때문에 양은 좀 적네요.

저런 두께를 어떻게 익히나 걱정도 되지만, 사실 아주 깊숙히까지 칼집을 세세하게 넣어놨기 때문에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잘 익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수다떨다가도 점원분이 고기 구우러 오는 순간 전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어버리고 고기만 노려보는 것이 좀 난감하긴 해도.

 

 

 

양쪽 모두 적당히 구워졌다 싶으면 썩둑썩둑 잘라줍니다.

이게 자르자 마자 찍은 사진인데, 그 두께에도 불구하고 거진 다 익어있는게 보이실 겁니다.

그래도 돼지고기니까 살짝만 더 구운 후에 맛있게 흡입해 줍니다.

 

아무래도 세명이서 3인분은 너무 적은것 같아서 조금 더 시켰네요.

굵기 문제에 따른 퍼석함을 해결하기 위해 부위 선택을 신중하게 한다는 쥔장 말마따나

상당히 부드럽고 쫄깃쫄깃한 것이, 이 정도 가격이라면 훌륭하다고 평가해도 될 듯 합니다.

 

 

 

밑반찬의 수는 그리 많은 편이 아니지만 이 곳의 특별 반찬이라고 하면 이 녀석이죠.

색깔은 무시무시합니다만 그렇게까지 많이 매운 건 아닙니다. 살짝 씁쓸한 콩나물의 맛이 돼지고기와 잘 어울리는군요.

저는 매운걸 좋아는 해도, 먹었다 하면 위장이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바람에 이번에도 훗날 화장실 신세를 좀 졌습니다.

이런 걸 먹는건 아주 가끔이니, 먹게 되었을 때는 그냥 각오하고 먹는 편이죠.

 

 

 

생활정보지의 쿠폰을 사용하면 이런 오뎅탕을 서비스로 줍니다.

돈 주고는 절대 시켜먹지 않는 음식이기도 하죠.

 

맛이라 할 만한 건 없는 평범한 술안주지만, 뜨거울때 먹는 오뎅과 국물은 역시 정감있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흡입해 버리고 추가로 주문한 녀석. 처음과는 다른 부위를 주문해 봤습니다.

가브리살이라고, '등겹살' 부위를 말하는데 이거 被る 라는 일본어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네요.

'덮어쓰다'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인데, 쉽게 말하면 그냥 '겹살'과 똑같은 뜻이고, 등겹살이라는 부위와는 그닥 관계는 없습니다.

 

돼지 한마리당 20g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 희귀부위지만, 여지껏 전혀 인기가 없어서 따로 분류되지도 않았다고 하네요.

그냥 가브리살이라고 이름붙이고 희귀부위라는 마케팅을 이용한 덕에, 요즘 들어서야 가격이 조금 오른 케이스입니다.

자주 먹는 삼겹살이나 목살과 맛은 확실히 다르기 때문에 한번쯤 먹어볼만은 하군요.

 

 

 

좀 진득하게 식사를 하고 시간을 한참 보낸 후, 다시 시내를 정처없이 걸어다니면서 소화를 시킨 후에 호프집에 들어갑니다.

대학생때 자주 들어갔던 호프집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더군요. 자주 안나가는 시내에서 유일하게 알고 있던 호프집이었는데.

 

시내 지리를 모르기 때문에 대충 눈에 들어오는 가게에 들어가서 적당히 시켜봅니다.

이른 시간이라 손님은 거의 없어서 바람이 시원하게 들어오는 창가에 앉아서 느긋하게 즐길 수 있었네요.

 

 

 

전 코로나 한 병 시켰습니다.

사실 밖에서 술을 거의 안마시기 때문에, 저렇게 레몬 한조각을 넣은 코로나는 처음 보네요.

원래 코로나는 이렇게 마시는 걸까요?

 

레몬덕에 탄산이 쏴~ 하고 올라오는게 보여서, 맥주가 더 시원하게 보이는 착시현상이 돋보입니다.

 

 

 

동생분은 과일맥주인 후치를 주문했습니다.

어떤 과일맛이 맛있을까 고민중이었는데, 주문 받으러 오신 분이 '사과맛이 맛있어요'라고 하셔서 그걸로 결정.

전 마셔보지 않았으니 모르겠습니다만, 저도 사과맛 음료 매우 좋아하니 아마 맛있었겠죠.

 

과일맛 술을 마시는 사람은 술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는 편견이 있는걸로 아는데

동생분은 사실 마음먹으면 상당한 주당이라고 합니다. 편견을 버립시다.

 

 

 

코로나속에 빠져있는 레몬이 신기해서 한장 더 찍어봤습니다.

매실주속에 들어있는 매실은 반드시 뜯어먹는 습관이 있는데, 이녀석은 꺼내기도 힘들고 레몬을 씹을 필요도 없을 것 같아서 포기.

 

두 번째 주문때는 동생분도 이 코로나를 주문해서 레몬에 심취했습니다.

저는 시원한 코로나를 마셨으니 독일 밀맥주의 부드러움을 느껴보려고 마이셀을 주문하려 했지만

마이셀은 재고가 없다는 말을 듣고 그냥 무난한 독일맥주인 뢰벤브로이를 한 병 주문해서 꼴딱꼴딱 마셨네요.

 

 

 

뭐든 사람으로 붐비기 전에 느긋하게 즐기자는게 모토라서

한적한 호프집에서 일행들끼리 신나게 즐기다가 일찍 빠져나왔습니다.

그 후로 노래방에서 오랜만에 목도 좀 혹사시키고 집까지 산뜻하게 걸어서 귀환했네요.

밤이 되도 그리 서늘하진 않지만 바람이 불어서 야간 산책하기엔 나쁘지 않습니다. 그래도 돌아오니 땀이 흠뻑 나는군요.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답게(?) 놀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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