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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츠네 미쿠'에 해당하는 글들

  1. 2014.07.17  2월 10일 삿포로 - 눈축제와 비틀즈 12
  2. 2014.07.02  2월 9일 홋카이도 - 신 치토세 공항의 미쿠 4
  3. 2012.03.30  후쿠오카 여행 - 바쁜 마무리 8
  4. 2011.09.26  넨도로이드 하츠네 미쿠 HMO 15
  5. 2010.02.21  보컬로이드 비네티엄 큐트 13
  6. 2008.06.02  굿스마일 컴퍼니 넨도로이드 토오사카 린 + 하츠네 미쿠 6

 

무엇에 대한 마스코트인지는 모르겠지만 과일 종류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원래는 매끈하게 다듬어 완성한 녀석인 듯 한데, 축제 도중에도 계속 눈이 오고 그게 그대로 굳어버리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밀가루를 뿌려놓은 것 같은 표면이 되어버렸다. 나름 아침마다 관리를 한다고 하지만 겨울 삿포로의 눈은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여름엔 맥주 축제로 가득한 광장이지만 이번엔 뭣 때문인지 텅 비워 놓았다.

광장 안쪽엔 보통 거대 조형물들을 전시하는데, 전혀 그런 흔적이 없는 걸 봐서 그냥 놀리고 있거나 뭔가 이벤트가 있거나 했을 듯.

 

 

 

그다지 섬세한 디테일이 아니라 정확히 어떤 건물을 표현한 것인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어딘가의 랜드마크인 듯 한데, 어쩐지 다른 조형들보다 좀 더 험해진 분위기.

 

 

 

삿포로 시계탑 상층부를 재현한 것 같은데, 완성도는 둘째치고 시계 표현이 절묘해서 웃음이 나왔다.

의도된건지는 모르겠지만 삼각형 귀 같은 것이 살짝 삐져나와 있는 걸로 봐서 고양이일려나.

 

첫 인상은 시계탑 같았지만 사실 구조가 너무 달라서 무엇을 나타낸 것인지는 영원한 미궁 속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다.

 

 

 

내 머리로는 이해하기 참 힘들었던 조각상. 가슴에 끼운 저것이 무엇인가 하고.

Y 양과 이야기를 해 본 결과 유방암 등으로 한쪽 가슴을 절개한 사람들에 대한 도움의 뜻을 담고 있는 조각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온다.

 

 

 

얼굴은 그닥 닮지 않았지만 레게머리와 기타, 이 두 가지만 만들어 놓으면 떠오르는 사람은 한 명밖에 없다.

문득 이 추운 삿포로의 겨울 속에서도 No Woman, No Cry 의 선율이 떠오른다.

 

 

 

아이들의 영원한 우상 도라에몽도 이 자리에 빠지지 않는다.

끊임없이 아동용 캐릭터들을 생산해내는 일본에서도 꾸준히 도라에몽에게만 열광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시대를 뛰어넘는 대중성을 갖춘 몇 안되는 캐릭터이기 때문일 듯.

 

가끔 어른이 되어서도 뭐든 튀어나오는 4차원 주머니가 절실하게 느껴진다. 아니, 사실은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갖고싶어 할 것이다.

 

 

 

다른 캐릭터는 몰라도 이것만은 보는 즉시 정체를 이해할 수 있다.

친절하게도 이마에다가 자기 주장까지 하고 있으니 모를래야 모를수가 없다.

 

눈과 쌀 모두 흰색이니 소재 선정이 참 적절하게 느껴진다. 흰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저 푹 파인 부분까지.

집에서는 현미를 먹은지 30년이 다 되어가기 때문에 저렇게 씨눈이 깎여나간 모습을 보는 게 힘들긴 하지만.

한국은 건강열풍으로 현미 잡곡밥을 먹는 집에 매우 늘어난 것을 느끼지만

일본은 아직 그렇게까지 현미에 익숙하지 않은지, 일본서 현미를 먹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눈썰미 좋은 사람은 이게 삿포로 도착해서부터 보이는 그 하츠네 미쿠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테고

더욱 더 눈썰미 좋은 사람은 이제껏 보던 미쿠와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뭔가 우락부락한 느낌이 드는 이 녀석의 이름은 '미쿠다요'(ミクダヨー) 인데, 사실 이름이랄 것도 없다.

미쿠 리듬게임이 나오던 당시 게임회사에서 홍보용으로 사용한 사람크기용 인형탈이 그 원조였는데

실제 사람이 들어가서 움직이는 탓에 그 거대하고 육중한 몸매, 왠지 불룩해진 볼살, 썩은 동태눈 같은 눈동자 처리가 묘한 시너지를 일으켜서

순식간에 공포의 대상으로 격상되고 만 기묘한 사연을 갖고 있다.

 

 

 

설명해도 실물을 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드니 무서운 미쿠다요의 모습을 공개해 본다.

 

 

 

지나가던 행인을 무참히 벽쪽으로 몰아넣고 위협을 가하는 모습.

 

 

 

아침방송에 나와서 난동을 부리는 모습. 참고로 얻어맞고 날아가는 캐릭터는 지난 포스팅에 출현했던 후낫시.

 

 

 

그러니까 홍보용 인형탈을 만든 게임 회사는 과연 이게 귀엽고 깜찍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덕분에 오리지날과는 조금 다른 의미의 인기를 얻게 된 이 녀석은 피규어까지 발매되는 기염을 토하곤 했다.

물론 피규어가 저 정도 크기는 아니다.

 

 

 

눈축제라고 기합 잔뜩 넣을 필요는 없다 보니 가끔 기묘한 조각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서양쪽 관광객들이 보면 이게 뭐라고 생각할런지. 그런데 용캐도 저런 구조로 서 있다.

 

사실 눈은 눈이지만 만져보면 거의 얼음과 동일한 수준의 돌덩이다 보니 이런 포즈로도 든든하게 버티고 있는가 보다.

 

 

 

올해 출품작들은 유난히 유루캐러가 많은 느낌이 든다. 일본은 매년마다 이상할 정도로 확 하고 유행하는 것들이 있다.

 

자전거 여행하던 2010년도에는 '먹는 라유'라고 하는 녀석이 대유행을 타고 있었는데, 라유(ラー油)란 중국집에서 흔히 보이는 고추기름을 말한다.

이걸 일본에서 각종 양념을 추가해 밥 위에 뿌려먹는 양념간장 같은 느낌으로 개발했는데 그게 대히트를 치면서 너도나도 밥 위에 뿌려먹었던 것.

 

한국에서 어린이들 간식으로 가끔 사용하는 뿌려먹는 가루가 일본에서는 후리카케라는 이름으로 매우 대중적인 반찬이라

이런 식의 먹는 라유라는 상품도 히트를 친 것이겠지만, 막상 한국인 입장에서는 먹어보니 굳이 이렇게 먹는 이유가 무엇인가 궁금해질 뿐이었다.

 

유루캐러는 일정 이상의 엽기성(?)과 친근함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지역사회의 마스코트 캐릭터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서

어떻게 해서든 지역 홍보에 힘을 쓰고 있는 지방으로서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자원이기도 하다.

 

 

 

오오도리 공원은 TV 타워에서 시작해서 이 삿포로 자료관에서 끝난다.

많이 늦은 시간은 아니지만 쌀쌀한 날씨 속을 계속 걸어다니니 조금씩 지쳐가고 있는데

자료관까지 왔으니 여기 들어가서 몸이나 녹이자는 의견에 합의를 본다.

 

1926년 완공 당시에는 고등법원으로 사용되던 건물인데, 지금은 삿포로 시의 향토 자료원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고 나니 안내판에는 매주 월요일 휴무라고 적혀있어서 잠깐 맥이 빠진다.

 

하지만 축제를 즐기러 온 사람들을 그냥 그런 안내판 하나로 다시 내몰수는 없다고 생각한 것인지

고맙게도 축제 기간도중에는 2층에서 턴테이블로 LP 를 감상할 수 있다고 적어 놓았다.

삿포로 시내에 위치한 한 LP 전문점에서 출장나와서 음악을 들어주는 봉사활동을 한다는 것.

 

눈으로 뒤덮힌 1920년대 건물 안에서 LP 음악을 듣는 체험은 생각만 해도 즐거운 체험이다.

더군다나 자발적으로 턴테이블과 LP 를 가지고 와 재생해 주는 배려심에도 마음이 따듯해 진다. 이런 것을 오모테나시라고 부를 수 있을려나.

 

 

 

눈축제에 와서 기억에 남는 이벤트란 거대한 건축물의 모습보다 이런 따뜻한 마음씀씀이임에 틀림없다.

오히려 월요일날 눈축제를 찾은 덕분에 이런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자료관 구경보다 훨씬 더 큰 추억이 생기게 된다.

 

 

 

사람이 그리 많지도 않아서 기분좋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우리 엄니보다 연세가 더 많아보이는 두 분이 고풍스러운 턴테이블 앞에 앉아서 인사를 건넨다.

 

듣고싶은 LP 를 선택하면 틀어준다고 한다. 한 쪽에는 일본과 외국의 다양한 LP 들이, 한 쪽에는 비틀즈 특집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코마츠군은 비틀즈를 굉장히 좋아한다. 서슴없이 선택한 신청곡은 옐로 서브마린. 20대 초반의 젊은이가 선택한 곡이라서 살짝 놀랍다.

 

 

 

코마츠군의 아버지가 비틀즈의 광팬이라서 어릴적부터 이 노래를 듣고 자랐다고 한다.

아버지가 좋아하는 음악을 다시 자식이 이어서 좋아하게 되는 이 모습은 참 훈훈하고 부러울 뿐이다.

 

본인은 과장 좀 해서 조선시대 선비같은 아버지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음악이나 영화 등 문화 전반에서 공유할 수 있는 요소가 없었다.

가요를 들으면 클래식의 위대함을 읊어대고, 만화를 보면 시간낭비라고 하고, 영화를 보면 맨날 터지고 싸우고 하는것 밖에 없다고 했으니.

거기에 대한 반감 덕분인지는 몰라도 나름 문화 컨텐츠 전반에 대한 관심이 많은 쪽으로 자라긴 했지만.

 

 

 

비틀즈의 모든 앨범을 LP 로 만나는 건 처음 경험하는 황홀한 순간이다.

경쾌하게 울려퍼지는 옐로 서브마린과 함께 LP 커버를 감상하며, 창 밖의 눈 덮힌 오오도리 공원과 함께하는 순간은

오늘 눈축제 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든다. 감동하는 부분이 조금 엇나간 것 같기는 하지만.

 

50대 중반쯤 되어보이는 아저씨가 룸에 들어오다가 들리는 음악에 맞춰서 어깨를 들썩이며 'We all live in a yellow submarine' 을 열창한다.

음악이 시대를 이어주는 이 모습은 일본에서는 매우 흔하지만 나에게는 언제 봐도 부럽기만 하다.

 

고지식하다면 고지식할 수도 있지만, 일본은 70년대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오프닝도 아직까지 사용하는 등

현재 할아버지들의 문화 역시 젊은층이 거부감없이 수용하고, 60세가 다 되어가는 가수의 콘서트에 20대가 열광하는 등

대중문화의 연속성이 상당히 강한 편이라 공감대 형성도 어렵지 않은 편이다.

요즘들어 한국도 예전의 명곡들을 리메이크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진 덕에 그나마 조금 형편이 나아지고 있는 듯 한데.

 

 

 

좀 전에 오오도리 공원에서 밥 말리의 흉상을 본 기억때문인지, 혹시 LP 가 있나 싶어서 문의를 했는데

아무래도 그쪽 LP 까지는 가지고 오지 못하신 듯 하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LP 문화에 익숙한 계층대에게 레게라는 장르는 조금 어색한 것일까.

 

그렇다면 고민할 것도 없이 비틀즈로 가자고 생각하고  Across the universe 를 부탁드렸는데

할머니께서 어느 앨범에 들었는지 알아야 틀어줄 수 있다고 하신다.

그러고보니 비틀즈 노래는 그냥 듣고싶은거 마구 듣다보니 원래 앨범이 무엇인지 기억을 거의 못하고 있다.

 

본인 맛폰은 데이터 로밍을 해 오지 않았기 때문에 염치 불구하고 Y 양의 어른폰으로 검색을 해 본다. Y 양의 폰은 사진을 열심히 찍느라

베터리가 간당간당한 상태였기 때문에 더욱 미안할 따름이었다. 데이터나 베터리 이관이라도 할 수 있다면 내 것을 마구마구 퍼줬을 텐데.

 

원래 이 곡은 비틀즈의 정식 앨범이 아니라 동물보호기금 마련을 위한 컴필레이션 앨범에 수록되어 있었기 때문에

훗날 정식 수록된 앨범을 기억하지 못해서 애를 먹었다. 막상 찾고보니 그 유명한 마지막 앨범인 'Let It Be'에 수록되어 있는 것을 발견.

LP 로 이 음악을 들어본 적은 한 번도 없었기에 조용히 눈을 감고 첫 경험의 즐거움을 만끽해 본다.

 

 

 

 

나침반님 집에서 하룻밤 자고 공항으로 가려던 계획은 미묘하게 실패에 가깝다.

새벽 5시에 공항 리무진을 타야 하는데 새벽 3시쯤 되어서야 겨우 눈을 붙인 것.

마음 속으로는 대충 그렇게 될 거란 사실을 예상하고 있기도 했고

실제로 나침반님과 수다떨지 않았더라도 여행 전날엔 잠을 자지 못하는 특성 상 뒤척이며 시간 보냈을 것.

 

여행 첫날엔 무리하지 말자는 의미로 일찍 숙소에 들어가 쉬는 게 관례에 가까워서 별로 신경쓰지 않았는데

7시에 도착한 인천공항은 기대감에 부푼 나의 마음을 한순간에 붕괴시킬 정도로 난장판이 되어 있다.

 

평생 어느 시간대라도 이렇게까지 인파로 붐비는 인천공항은 본 적이 없다.

9시 5분 출발이라 넉넉하게 7시 5분 전에 도착했는데, 이미 진에어 카운터는 백여 명에 가까운 대기자로 빡빡하다.

서둘러 줄을 서서 발권받는데 40분 가까이 걸렸는데 게이트 통과하는 검색대에만도 지네처럼 줄이 늘어서 있다.

그 넓은 인천공항에서 각각의 게이트에 대기하고 있는 줄이 옆쪽 게이트 대기줄과 만날 정도로 어마어마한 길이.

 

세상에 이럴수도 있나 싶은 생각으로 그저 묵묵히 기다리는데, 나 말고도 걱정하는 사람은 많은지

지나가는 직원 붙잡고 이러다가 비행기 못타면 어떻하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꽤 있다.

 

심장이 쫄깃해 질 정도의 긴장감을 견디며 출국장을 빠져나오던 시간이 8시 35분.

대체 무슨 날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느긋하게 공항에 도착해 구경이나 하자던 계획은 완전히 물건너갔다.

 

어쨌든 좌석에 앉고 나니 긴장은 풀리고 이륙과 함께 주섬주섬 카메라를 꺼낸다.

다들 어느 나라로 떠났는지 신 치토세 공항행 비행기는 빈 좌석이 꽤나 남아있어서 옆자리에 카메라를 던져놔도 문제 없다.

 

 

 

당시 서울에도 그럭저럭 눈이 왔었고, 살짝 얼어버린 바닥 때문에 고생도 좀 했지만

비행기가 고도를 올리면 올릴수록 시야가 눈구름으로 점점 흐려지는 것을 보니 살짝 걱정도 든다.

 

겨울의 홋카이도는 처음이라 그 어마어마하다는 눈 속을 제대로 걸을 수 있을까 싶다.

홀로 여행이라 도시간 이동을 제외하면 거의 두 발로 움직여야 하는데

심한 평편족인 본인은 얼음바닥 위에서 균형잡기가 매우 힘들다. 발바닥 중앙이 툭 튀어나와 있기 때문에 안정감이 없다.

 

겨울 여행은 몸조심이 제일이므로 평생 한 번도 써 본적 없는 비니도 베낭속에 넣어 놨고

튼튼한 장갑과 손목 방한대, 홈쇼핑에서 선전하던 아이젠 수납형 등산화도 신고 왔다.

구입한 돈이 아깝더라도 아이젠을 사용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지만.

 

 

 

일본쪽으로 날아갈수록 좀 전에 봤던 한반도쪽 구름은 양반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구름이라기 보단 아예 눈덩어리처럼 보이는 것들이 비행기 밑을 가득 메우고 있다.

그래도 역시 겨울 홋카이도라면 눈이 팍팍 내리기를 기원했던 만큼, 긴장과 함께 기대감도 커지는 기분.

 

 

 

저가항공이라서 홋카이도 가는 동안 굶을 줄 알았는데 가벼운 간식거리는 제공해 준다.

 

홋카이도는 일본에서도 미식의 전당으로 소문난 곳이긴 한데

홀로 여행 도중에는 사실 아무리 자금 여유가 있어도 맛집 찾아다닐 생각이 들지 않는다.

대부분 적당히 즐길만한 음식으로도 충분히 맛있게 먹기 때문에, 이런 간식 역시 되는대로 먹어주는게 이득이다.

이런 말 하는 이유는, 한 칸 건너 여자 승객이 빵을 반 쪽만 먹고 그냥 남겨버렸기 때문.

 

 

 

신 치토세 공항에 도착해서는 아직까지 추위를 느낄 일이 없다. 워낙 따뜻해서 땀이 줄줄 흐를 정도니까.

 

일본에서도 홋카이도 하면 겨울에 끝내주게 추운 지역으로 대충 알려져 있어서 오해를 많이 사는데

날씨가 추운만큼 건물 내부의 난방 장치가 워낙 잘 되어 있는 바람에

오히려 요즘 홋카이도 젊은이들은 본토 사람들보다 추위를 더 많이 탄다고 한다.

 

신 치토세 공항도 전력난이 걱정될 만큼 더운 편이라 베낭과 카메라 사이드백, 두꺼운 점퍼로 몸을 감싼 나로서는 견디기 힘들다.

빨리 짐을 내려놓아야 좀 움직일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항 도착부터 느껴지는 시끌벅적한 축제의 기운은

아무래도 셔터를 누르지 않고서는 쉽게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나에게는 피규어로 친숙한 하츠네 미쿠(初音ミク)가 사방천지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점이 적지 않은 문화컬쳐(?)로 다가온다.

물론 미쿠라는 캐릭터를 만든 회사가 삿포로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지역 상품으로서 홍보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전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는 삿포로 눈축제의 공식 입구인 공항 전체를 미쿠로 도배해 버리는 모습은 예상을 웃도는 덕력이다.

 

아마 오타쿠 문화와 전혀 접점이 없는 일반 관광객이라도 필연적으로 저 캐릭터 모습 정도는 눈에 박혀서 돌아가게 될 듯 하다.

 

 

 

공항에서 하룻밤 즐길 생각인지, 신 치토세 공항의 메인 홀에는 미쿠 관련 이벤트로 바글바글한 상태.

공항 여기저기에서 스템프 찍어오는 미션부터, 일러스트레이터의 원화 갤러리, 레이싱 기업들과의 스폰서 부스 등등

이번 축제에서 아예 끝장을 봐 버리자는 느낌으로 물량공세를 펼치는 분위기는 놀랍기 그지없다.

 

물론 일본에서는 뉴스에도 몇번 나오고, 거대 자동차 회사의 글로벌 CM 에도 등장하는 등 단순한 오타쿠 캐릭터의 범주를 넘어선 편이긴 하지만

공항이라는 나름 딱딱한 공공 기관물에 이런 훈훈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는 것은 굉장한 임팩트를 가져다 준다.

 

 

 

나름 피규어도 몇 개 가지고 있고, 노래도 몇 곡 들어봐서 그럭저럭 이질감을 덜 느끼는 본인이라도

굉장히 이질적인 세계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 하다.

 

그래도 시작부터 카메라 셔터를 좀 풀어놓을 수 있으니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흐르는 땀을 닦으며 여기저기 담아본다.

땀흘리며 거대 카메라 들고 인형 찍어대는 뚱땡이는 분명 전형적인 오타쿠의 모습일텐데.

 

 

 

미쿠라는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녹색 머리에 가깝지만

본사인 크립톤 퓨쳐 소프트웨어가 삿포로에 있다는 이유로 눈 축제 마스코트에 지정된 이후

매년마다 눈축제 기간에서만 공개되는 한정판 바리에이션 모델들이 등장해 매니아들의 지갑을 탈탈 털어가고 있다.

 

눈축제 하면 역시 눈이니 바리에이션의 대부분은 눈이나 흰색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지는 편.

가장 우측의 버전은 일본 전통 결혼식 때 사용하는 의복인 시로무쿠(白無垢) 를 입은 미쿠인데

참 마음에 들어서 하나 구입해볼까 했는데, 금새 품절되고 나서 가격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올라버려서 깔끔하게 포기했던 기억이 있다.

 

 

 

신 치토세 공항은 국제선보다 국내선 쪽이 훨씬 활성화 된, 한국에서 보자면 이상한 구조로 되어있지만

규모면에선 꽤 좁은 편에 속해도 효율높은 배치를 통해 즐길만한 것들을 알뜰하게 모아놓은 느낌이 든다.

최상층엔 극장도 있는걸 봐서 확실히 모든 편의시설이 국내선 이용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확신도 들고.

 

위에서 사진 찍고 있으니, 이번 2014년 겨울버전 미쿠는 아무래도 마법사 의상인 듯 하다.

어차피 저런 한정판은 이미 예전에 예약판매로 동났고, 실제 눈축제 기간에 구매는 거의 불가능하니

그냥 이런 오타쿠 에너지로 가득 찬 공항을 담아볼 수 있다는 흔치 않은 기회를 즐기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

 

 

 

아닌 게 아니라 실제로 미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호텔에 짐 풀어놓을 시간도 없이 공항 도착하자마자 몇 시간은 거뜬히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이곳저곳 많이 꾸며놓았다.

위층을 한바퀴 둘러보니 실제로 일본 레이싱 경기에 스폰서로 참가중인 미쿠의 상판대기를 구경할 수 있다.

 

이 팀의 성적이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차를 모는 레이서도 나름 미쿠 매니아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스폰서야 높으신 분들의 결정이니 실제로 레이서는 미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가능성이 있지만

저런 프레임을 두르고 레이스를 펼치다 보면 어쨌든 이런 문화에 익숙해 지지 않을까 싶다.

쪽팔려서 숨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거부감이 드는 레이서라면 그건 참 불행한 일이겠지만.

 

 

 

첫째 날은 무리하지 않고 숙소로 돌아가 짐 풀어낸 뒤에

잠깐 산책만 하고 맛있는 먹거리로 배를 채운다는 본인의 교과서적 절차가

이 신 치토세 공항에 불현듯 나타난 거대한 오덕의 불길에 갈팡질팡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쓰여있는 것처럼 이 미쿠 이벤트는 2월 11일까지라, 귀국편에서는 볼 수 없으니 오늘밖에 기회가 없다.

짐 좀 풀어놓고 다니고 싶어도 공항에서 코인 락커 사용하는 비용이 얼마나 아까운지.

아직 늙은 몸이라고 할 만한 처지는 아니니 그냥 땀 좀 흘리고 돌아다니기로 한다.

 

 

 

미쿠는 볼만큼 봤으니 신 치토세 공항의 모습을 좀 더 자세히 눈에 새겨둔다.

국내선에 바글바글한 내국인 관광객들의 모습만 봐도 짐작이 가지만

홋카이도라는 곳이 일본인 입장에서는 반쯤 해외여행 가는 기분으로 오는 곳이라서

특히나 이런 눈축제 기간엔 외국인만큼 내국인들 행렬도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다들 공항에서 뭘 하느라 빨리 숙소로 이동하지 않는지, 모든 음식점이나 휴식용 벤치 등이 사람으로 꽉 차있어서

그냥 사진 찍으며 돌아다니는 것 말고는 딱히 즐길 거리가 없다.

최상층의 극장, 게임 센터 등엔 사람이 별로 없어 널널했지만 지금 그런 거 볼 시간도 아니고.

 

 

 

일본의 공항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옛 향수 풍기는 구조물도 금방 눈에 들어온다.

아이들이 안에 들어가서 만져볼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옛 전철 모형인데

이 전철이 움직이고 있을 당시엔 그냥 치토세 공항이라고, 한국의 몇몇 공항과 마찬가지로 항공자위대와 함께 사용하던 조그마한 곳이었다.

 

실제로 이 녀석을 타 본 사람도 아직 살아있을 나이지만 지금 도쿄와 신 치토세 공항의 일일 항공편수는

전 세계 세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굉장한 수송량을 자랑하고 있으니 참 감회가 새로울 듯 하다.

 

 

 

적당히 공항 구경을 마치고 난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삿포로로 향한다.

삿포로발 열차는 이곳이 출발역이지만 축제 기간이라 워낙 사람이 많아서

일부러 열차 하나를 보내버린 후 맨 앞줄에서 대기하다가 잽싸게 들어가 좌석을 하나 확보한다.

 

삿포로까지 50분쯤 걸리는 거리라서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앞서 말했던 겨울의 홋카이도 실내는 무조건 덥다고 생각하면 될 정도로 난방이 잘 되어 있어서

빡빡한 인파속에 이 정도 짐과 옷가지를 껴안은채로 서 있으면 땀으로 범벅이 될 것이 뻔하다.

아니나다를까 서 있는 사람들은 거의 출근길 열차를 방불케 하는 형상이 되어버려서 아둥바둥거리기 시작한다.

 

노인네들도 좀 서 있는 바람에 살짝살짝 양심이 따끔거리는 것을 느끼며 편안하게 삿포로에 도착. 이렇게 오는 건 4년만이다.

 

가장 먼저 할 일은 JR 여행센터에 가서 레일패스를 구입하는 것.

10일간의 적당히 긴 이번 여행은 렌터카를 쓰지 않고 홋카이도를 가로질러야 하는 긴 이동거리를 자랑하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레일패스의 힘이 필요하다.

외국인에게만 판매하는 이 레일패스는 이동거리가 길고 빈번할수록 압도적인 할인율을 자랑한다. 어쨌든 기간 내엔 무제한 이용이 가능하니까.

 

여행 전 준비과정에서 가장 머리를 싸매게 만든 것이 이 레일패스인데

플렉서블이라 하는, 4일간 사용할 수 있으며 날짜를 지정할 수 있는 패스를 제외하면

3,5,7일권 전부 개시하는 날부터 연속적으로밖에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동요금이 가장 많이 나오는 날을 잘 고려해서 개시일을 선택해야 하고, 그 전까지는 교통비를 최대한 줄여야 이득.

 

고민끝에 7일권으로 2월 12일부터 사용하는 레일 패스를 구매한다.

9~11일까지는 삿포로 눈축제와 함께 만나기로 약속한 Y 일행과 지낼 예정이니

굳이 레일패스를 사용할 만큼 이동하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에서.

 

안내원에게 한국 여권을 보여주자 한국어로 열차편 예약에 대해서 질문해 온다.

발음상의 미묘한 어색함은 있어도 거의 대학원생 레벨의 숙련도를 자랑하는 한국어다.

 

여행도 왔겠다 평소의 낯가림은 좀 접어둬도 되겠다고 생각하며 '한국어 참 잘하시네요' 라고 일본어로 말해준다.

안내원도 웃으면서 일본어 잘하시네요 라고 한국어로 대답해 주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일본인 안내원이 한국어로 말하면 한국인 관광객이 일본어로 대답하는 형이상학적인 상황이라 묘한 기분이 든다.

 

예정과 완벽히 맞춰서 이동하기는 힘들겠지만 일단 자리라도 예약해놓자는 의미에서

12일부터 시작될 장대한 장거리 기차여행 좌석을 하나하나 예약해 놓았다.

레일패스의 좋은 점은, 출발시간 전이라면 언제든 무료로 캔슬 가능하며, 남은 자리를 얼마든지 다시 예약할 수 있다는 것.

이번 여행은 뒤로 갈수록 굉장히 외진 곳으로 기어들어가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기차 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하루 꼬박 문제가 생기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수정의 여지를 조금 남겨놓은채로 일단 귀국날 다시 공항으로 돌아가는 열차까지 전부 좌석예약을 마친다.

 

 

 

숙소는 천원 이천원이라도 저렴한 곳으로 잡아 놓았다.

어차피 어딜 가나 한참을 걸어다녀야 할 여행이라서 호텔의 위치는 별 관계가 없다.

 

삿포로의 정경은 생각만큼 눈이 많이 온 것 같지 않은 느낌이었지만

자세히 보니 인도쪽의 눈을 놀랄 정도로 열심히 치워놓아서 생긴 착각에 불과했다.

인도쪽에 쌓였던 수많은 눈은 내 키보다도 더 큰 높이로 옆에 쌓여있으며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은 유심히 보니, 눈이 수십cm 이상 쌓인 채로 굳어버리는 바람에

그냥 도로면 전체가 위로 올라와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과연 겨울 삿포로는 느낌이 틀리다는 생각에 기분이 매우 좋아진 채로 호텔을 찾으러 나선다.

물론 중간에 볼만한 것들을 잊어버리지 않게 카메라는 손에 쥐고 있다. 생각한 것보다 걷기가 수월해서 카메라 박살낼 가능성은 좀 줄었다.

 

삿포로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이 녀석은 일본에서 한개밖에 없는 구식 원형 우체통.

원형 우체통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응모받은 디자인으로 설치한 녀석이라고 한다.

2001년에 설치한 녀석이면 분명 나로서도 몇 번은 봤을 법한 위치에 서 있는데

막상 이제서야 눈에 들어온 걸 보면, 처음 와보는 겨울 홋카이도에 시선이 예민해져 있다는 반증일지도 모르겠다.

반대로 말하면 여름엔 아주 태평스럽게 돌아다녔다는 말도 되고.

 

텐진에 도착하니 해는 벌써 저물어가고 있다. 일단 이곳에서의 계획은 친구한테 부탁받은 게임소프트를 구매하는 것.
어젯밤에 아이패드로 잠시 위치 파악을 해 놨으니 이번엔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막상 찾아간 애니메이트에는 이름 그대로 애니메이션 관련 물품밖에 찾을수가 없네.
원래 게임소프트도 팔지 않았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후쿠오카 애니메이트는 와 본적이 없으니.


걸어가는 도중 나름 하카타의 명물이라는 포장마차도 한장 남겨봤다. 한국과 가까워서 그런지 여느 지역보다 포장마차가 활성화 되어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하지만, 대부분 맛은 보통이고 가격은 좀 비싼 편이라고 하니...
분위기를 즐기는 의미에서는 한번쯤 경험해 보는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일본어가 어느정도는 되야 이야기나 좀 하며 놀 수 있으니
대다수의 한국 관광객들에겐 그냥 둘러보는 정도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포장마차라서 좀 아저씨틱한 구수한 음식이 많은 편이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어제 봤던 TSUTAYA에 가서 중고품 소프트를 하나 구입했다.
친구도 괜히 비싼 새거 살 필요 없이, 저렴한 중고 있으면 구해오라고 했으니까.
참고로 친구가 사 달라고 한 녀석은, 이 블로그의 피규어 사진에 자주 등장하는 보컬로이드 하츠네 미쿠(初音ミク)의 리듬게임.

대략 이런 녀석들이 나오는 게임. 닌텐도 3DS라는 게임기는 3D 안경이 없는 맨눈으로도 입체영상을 보여주기 때문에
실제로 친구한테 넘겨주기전에 플레이 해보니, 집에 놓여있는 피규어가 그냥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엄니한테도 한번 보여드리니 쪼그만 것들이 쪼물쪼물~ 이라고 귀여워 하시더군.

이번 여행에서는 유후인 왕복 버스비 이외엔 돈 들어갈 데가 밥먹는것 밖에 없기 때문에
텐진에서 좀 괜찮은 일식집이나 초밥집에 들어가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었지만
유후인에서 먹은 것들 덕분에 배가 고프지 않고, 친구 동생분이 부탁한 용품 사려면 다시 하카타역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만약 음식점에 들어갔다간 하카타엔 9시는 되어야 도착하기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자금이 널널한데 시간이 없어서 계획했던 음식을 못 먹고 가는것도 참 희귀한 일일세.
덕분에 스마트폰 에버노트에 빼곡히 적어왔던 텐진과 하카타의 맛집 리스트는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100엔버스를 타고 하카타에 도착해서 역 건물에 위치한 잡화용품점 도큐핸즈에 들어간다.
대충 저곳이라면 없는 것 없이 팔고 있으니. 그런데 막상 돌아보니 폐장전에 한바퀴도 둘러볼 여유가 없다.
급하게 문구용품 코너에 들어가서 후다닥 찾아보니 일단 심 없는 스테이플러가 있긴 한데, 동생분이 부탁한 것은 아니다.
다른 곳을 전부 둘러봤다면 어쩌면 찾을수도 있었을 테지만, 슬슬 문 닫힐것 같은 분위기를 풍겨서 그냥 그걸로 구입.
소소한 에피소드로, 직원이 그 스테이플러 가격을 몰라서 다시 전시된 곳에 가서 표시된 가격을 보고 가격을 찍더군.

쇼핑이나 여러가지 구경거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텐진은 하루로도 모자라고, 캐널시티도 그런데다, 이곳 하타카역의 쇼핑센터도 어마어마해서
그야말로 즐겁게 돌아다닐 수 있겠지만, 나한테는 정말 느긋하게 시간이 남아돌 때 한번쯤 스윽 둘러볼 기회가 아니면 갈 일이 없는 곳.
이 건물 반대편에는 거대 전자기기 체인점인 요도바시 카메라가 있어서, 얼마 안남은 시간동안 최신 카메라나 좀 구경할 겸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기대했던 캐논의 1DX, 니콘의 D4, 올림푸스의 OM-D 등등 최신 제품들은 사진만 달랑 놓여져 있는 대참사가...
결국 소득이랄 것은 후지필름의 최신 카메라 X-PRO1 을 조금 만져본 것 뿐. 렌즈 성능은 훌륭하지만 바디 성능이 필름시절과 변한게 없었다.

실망하며 가게를 빠져나와서 근처에 보이는 라멘집에 들어갔다.
이미 왠만한 일식집은 문닫은 상태이고, 그렇다고 그냥 들어가기엔 뭔가 아쉬워서, 배는 고프지 않아도 여행 기분을 내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세트메뉴로 챠슈 돈코츠 라멘과 밥과 만두 5개까지 따라나와도 어제 먹었던 다자이후의 라면 한그릇보다 싸다.
단보 라멘이 조금 비싼 면도 있고, 이곳의 세트메뉴가 30정 한정이라서 좀 저렴한 탓도 있고...
그런데 밤늦게 찾아갔는데도 아직 주문가능하다는데 오히려 좀 불안해지기도 했다.

뭐, 나쁘지 않은 맛이지만 확실히 다자이후의 단보 라멘보다는 국물의 진함이 확연하게 떨어지는게 느껴진다.
챠슈는 훨씬 굵직굵직한데, 맛은 좀 덜 베여있는 편이고. 그냥 역 근처에서 늦은 시간까지 직장인들을 위한 대중 라멘집같은 느낌이니
큐슈 라멘대회 1위라는 집과 맛을 비교하기엔 좀 불공평할 수도 있겠다.

호텔로 돌아가는 도중 KFC가 아직 문을 열고 있어서 치킨 두조각 사들고 간다. 밤에 TV 좀 볼때 입이 심심할 수도 있으니.
일본 프로그램중에서 제일 재밌게 보는 'ナニコレ 珍百景'(일본 각 지방에서 신기한 것들을 투고받아서 소개하는 프로그램)은 방영하지 않아서
그냥 적당히 채널 돌려보는데, 재미있는 과학, 역사적 지식을 소개하는 방송에서 '안티키테라의 기계'가 나와서 재미있게 봤다.

학생시절 나의 지적 호기심을 무한히 충족시켜준, 현존하는 가장 미스테리한 기계장치인 안티키테라의 기계는
지금으로부터 약 2천년전 그리스에서 제작된 일종의 컴퓨터이다.
1900년대 안티키테라 섬 앞바다에서 건져올려진 후에도, 수십년동안 용도가 무엇인지 밝혀내질 못하고 단지 시계의 일종이라고만 생각해 왔다.

 

하지만 X선 사진으로 촬영해본 결과, 얇은 기계속엔 놀라울 정도로 정교한 톱니바퀴 수십개의 모습이 드러나고
그제서야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져, 이 녀석은 태양와 달의 움직임을 계산하는 천문 컴퓨터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단순히 움직을 표시해 주는 기계가 아니라, 수많은 태엽과 톱니바퀴의 조합으로 바깥쪽의 크랭크를 돌리는 행동에 의해
날짜에 맞춰 태양과 달의 움직임을 최신 현대장비와 거의 오차없이 계산해주는 컴퓨터의 일종이다.
2천년 전의 물건이지만 천동설이 아닌 지동설에 근거해 만들어졌으며, 윤달로 인해 어긋나는 1년 주기까지 계산할 수 있다.

 

그리스 박물관에는 이 기계를 복원한 장치가 전시되어 있는데
도저히 2천년전의 물건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정밀함 때문에, 역사적으로 있을 수 없는 불가사의로 분류되기도 한다.

참고로, 마야의 수정 해골이라던가 하는 미스테리 물건들은 이미 옛날 옛적에 가짜라는게 밝혀졌다고 TV 프로그램은 소개했는데,
이 안티키테라의 기계는 정말 2천년 전에 만들어진 기계로 공식 인정되어 있다.

오랜만에 이 기계를 접해서 기분이 좋다. 학생 시절 이런 것들을 보면서 이 세계의 미스테리함에 그저 감동받던 기억이 새록새록.
물론 지금도 세계는 미스테리로 가득 차 있다. 특히 미시과학과 천문학에 있어서는 그때보다 더욱 미스테리가 늘어만 가니까.

 

다음날 마지막 조식을 배불리 먹고 하타카 항으로 향한다.
터미널엔 약국이 없어서 한국쪽 카운터에서 하나 받았는데, 직원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이 멀미약은 무지 강한거라고 한다.
오늘은 파도가 적다고는 하는데, 부산에서 올때 워낙 고생했던 경험이 있어서 일단 먹어보기로 한다.

올 때는 코비, 갈 때는 비틀이라는 배를 탔는데, 둘다 원리는 같다. 소속 국가가 다를 뿐.
하지만 객관적으로 평가하려고 해도 코비보다는 비틀의 내부가 깔끔했다. 내가 이런 생각 하지 않도록 해줄수는 없을려나.
의외로 부산으로 가는 이 배에는 거의 대부분의 승객이 일본인이었다. 환율 때문이기도 하고, 후쿠시마 일도 있고하니
부산으로 관광가는 일본인들이 많은 듯. 부산 소개하는 TV 가이드엔 대체로 먹을거리와 센텀시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여행 내내 찌부둥한 날씨가 돌아가는 날에는 화창하다 못해 찢어지게 푸르다.
아침엔 정말로 '그냥 배 포기하고 나중에 편도 하나 따로 사서 갈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쉬웠다.
하지만 저렴한 배편으로 왔기 때문에, 편도를 다시 구매하려면 20만원에 가까운 요금이 들기 때문에 포기.
그래서 그런지 정말 바다는 조용하고 흔들림도 적었다. 문제는 그런 와중에 강한 멀미약을 먹은 탓에 거의 의식이 없는 상태로 졸다가 부산에 도착.
어찌나 강한 녀석인지 부산에서 KTX 타고 대구로 올라오는 50분간도 거의 눈을 뜨질 못했다. 얼굴은 퉁퉁 붓고 난리도 아니었고.
평생 멀미약이란걸 먹어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멀미약은 신경을 마비시키기 때문에 사실상 독약에 가까운 독한 약이라고 한다.
다음엔 중간에 토사물을 꿀떡하는 일이 있어도 멀미약은 먹지 말아야겠다는 소중한 경험 하나 배웠다고 생각하며 현관문을 연다. 다시 현실세계로.



오늘도 피규어 사진입니다 네.
어째 여행후 친구가 맡기는 피규어가 제가 사오던 것보다 더 많은듯한 느낌이... ㅡㅡ;
저야 뭐 접사렌즈도 구했겠다 즐겁게 사진 찍으면 되지만 말입니다.

이미 미국에서까지 콘서트를 열 정도로 인기가 높아진 하츠네 미쿠에 대한 설명은
이 블로그에서 몇번인가 했기 때문에 생략하도록 하죠.

이번 피규어는 위에 보이는 자켓이미지로 출시된 '하츠네 미쿠 오케스트라'라는 앨범의 표지를 피규어화 한것입니다.
오리지날에 비해 머리색이 좀 변경되었고 USB로 보이는(매트릭스냐?) 코드들이 헤드폰 마이크에 장착된 녀석이네요.
이런것까지 피규어로 만들다니 오덕의 힘은 끝이 보이질 않습니다.


이번 넨도로이드는 수퍼 무버블 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예전처럼 단순 기동밖에 되지 않던 피규어에 여러 관절을 추가해서 다양한 포즈를 구사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뒷부분 트윈테일마저도 세세하게 구동이 되더군요. ㅡㅡ;

여전히 다른 넨도로이드와 차별되는 특징인... 지지대없이 머리카락으로만 서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식으로 축 늘어진 소매를 이용해서 재미있는 포즈를 만들 수 있죠.
넨도로이드는 참 귀엽습니다. ㅡㅡ;


이번 넨도로이드의 특징중 또 한가지는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엄청난 부속파츠의 숫자입니다.
손목 교환파츠, 키보드 2개, 드럼세트, 마이크, 리코더, 머리쪽 추가전선(!), 얼굴표정까지 해서
스무가지가 넘는 파츠가 함께 들어있어서 엄청 풍성한 느낌이 들죠.

파츠 갈아끼우고 포즈 정하고 사진찍으면 참으로 귀찮기 그지없습니다. ㅡㅡ;
그래도 일단 공짜로 받은거고 사진은 남겨야 하니 슬슬 파츠 교환해 보기로 할까요.


윙크하는 얼굴파츠와 하츠네 미쿠의 트레이드 마크인 파! 를 들고 포즈를 취해보았습니다.
다리가 이상하게 꼬여있어도 저 거대한 트윈테일로 서 있을 수 있습니다.
이번 넨도로이드에서 제일 감명받은 부분이기도 하네요.

무기로 쓸 수 있지 않을까... ㅡㅡ;


메가폰을 잡고 샤우팅도 해 봅니다.
메가폰이 무려 두개나 들어있어서 다양한 연출이 가능합니다.
여담으로 파도 두개 들어있네요. 이거 상당히 고가의 넨도로이드인가?


본격적으로 나머지 파츠들도 꺼내볼까요.
나름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는 키보드입니다. 블랙과 실버 두 종류가 들어있습니다.

미쿠 본체보다 파츠에 쓰인 PVC가 더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사이버틱한 드럼도 2세트가 들어있습니다.


심지어 풋 페달까지 들어있습니다. 얘네들 작정하고 힘 좀 준 느낌이 나네요.


미쿠도 파워 업!
파를 쥘 수 있는 긴 소매 파츠가 따로 있어서 이파류(?)로 바꿔주고
머리엔 각종 USB 케이블을 추가하고, 선글라스까지 끼워줍니다.

뭔가 소꿉장난하는 기분이지만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어.


선글라스같은 파츠도 끼워줬으니 뭔가 공연 포스터틱하게 찍어보기도 합니다.




이것이 풀아머 미쿠의 위용.
사실 리코더같은 파츠는 귀찮아서 꺼내지도 않았습니다. 키보드도 하나만.
장식해놓을 맛이 나는군요.


이쯤에서 또 다른 얼굴파츠를 한번 끼워봤습니다.
일자눈과 고양이 입이 달린 얼굴이로군요.
오리지날 하츠네 미쿠의 헤벌레한 표정엔 못미쳐서 아쉽습니다.


넨도로이드는 웬만하면 이렇게 망가진 얼굴파츠를 최종적으로 유지하지만
이번엔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아서 오리지날 얼굴파츠로 가기로 했습니다.


선글라스도 일단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빼 버립니다.


최종적으로는 이런 모습으로 집안에 전시가 될 것 같군요.
자잘한 소품이 많아서 명절때 아기들의 마수를 주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포즈 잡는것도 그렇고 엄청난 파츠도 그렇고
사진 찍으려면 귀차니즘이 밀려오는 녀석입니다만 참 잘 빠졌네요.
친구한테서 받은 것들중 가장 마음에 듭니다.


덤으로 베란다 앞 양지바른 테이블 위에서 서식중인 피규어들...
뭔가 하츠네 미쿠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 같군요.
여기에 찍히지 않은 녀석들도 몇 있는데, 나중에 한번 찍어줘야겠네요.


공짜로 들어온 피규어가 마음에 들어서 더욱 기분이 좋습니다.
아직 뜯지도 않은 녀석이 너댓개나 되고...
다음엔 어떤 녀석을 건네줄지 기대되는군요.

피규어는 이제 안 사기로 했는데, 잘 키운 친구덕분에(?) 공짜로 피규어 사진을 찍을 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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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오사카 여행때 꼬리흔드는 고양이와 함께 눈에 들어와서
예상치 못한 지출을 하게 만든 미니 피규어입니다.

일본에서는 이미 꽤나 유명한 보컬로이드. 원래 야마하의 음성합성 소프트웨어인데,
야마하에서 이 프로그램의 소스코드를 구입한 크립톤 퓨쳐 미디어에서
애니메이션 성우의 목소리를 코드로 해서 캐릭터 일러스트와 함께 발매한 녀석이 이 보컬로이드 패거리들.
음정과 가사를 입력하면 이녀석이 거기에 맞춰 노래를 불러줍니다.
말은 그렇지만 굉장한 기본 지식과 뼈를 깎는 노가다가 필요한 소프트라 과연 이걸 누가 쓰려나 싶더군요.
현재 이녀석들의 소프트웨어는 '보컬로이드2'라고 해서 여러가지 성능이 향상된 버전이지만
그래도 단순한 취미로 즐기기엔 너무나 전문적인 음악지식이 필요한 프로그램임에 틀림없습니다.

사실 크립톤 이외의 회사에서도 많은 캐릭터들이 나왔지만 현재의 폭발적인 인기를 불러일으키는데
일등 공신 역할을 한 녀석이 이 녹색머리 트윈테일의 하츠네 미쿠(初音ミク) 캐릭터입니다.
이 캐릭터도 발매 후 한동안 아무런 기대를 받지 못했는데

'파돌리기 송'으로 더욱 유명해진 핀란드의 민요 'levan polka'를 열창(?)하는 미쿠의 모습이 인터넷에 올라온 후
그야말로 능력 출중하고 할일없는 슈퍼 오덕들이 달라붙어서
웬만한 대중가요 수준의 (그러면서도 그 매니악함은 잃지 않는 심히 괴이하기 그지없는) 퀄리티를 가진 창작곡을 발표하는 덕에
이제는 그래픽으로 콘서트홀에서 공연도 하는 수준에 이른 전자세계의 아이돌 스타가  되어버렸습니다.



하츠네 미쿠를 띄우는데 일등 공신 역할을 한 'levan polka'
핀란드에 감사패라도 전달해야 하는것 아니냐.
참고로, 원래 하츠네 미쿠라는 캐릭터는 손에 파를 들고있지 않지만
이 PV에서 왠일인지 캐릭터가 파를 들고 나오는 바람에
'하츠네 미쿠 = 파' 라는 공식이 성립되어서 이제는 공식적으로 파를 들고 나오는 실정입니다.

무서운 오덕의 힘... ㅡㅡ;

위 사진의 피규어들은 일본 게임센터의 UFO 캐쳐 등에서 경품으로 얻을 수 있는
비네티엄 큐트 시리즈인데, 도저히 게임으로는 얻을수가 없어서 그냥 피규어 샵에서 웃돈 주고 구입해왔습니다. T_T
캐릭터 자체나 노래를 크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피규어화한 모습이 워낙 귀여워서 지나칠수가 없네요.

이 피규어는 총 4종류가 있는데, 각각 인터넷상에서 유명한 곡의 콜라보레이션 형태로 제작되었습니다.
200엔짜리 야채쥬스를 선전하는 폿핏포-(ぽっぴっぽ-)라는 노래를 이미지화.

여기 출시된 피규어들의 PV 들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보컬로이드 음악 중에서도 상당히 매니악하고, 웬만한 오덕파워가 아니면 범점할 수 없는 아스트랄한 곡들이니
들어보시려면 각오 단단히 하시는게 좋을겁니다. ㅡㅡ;


하츠네 미쿠의 폭발적인 성공으로 인해 출시된 보컬로이드 카가미네 린(鏡音リン).
이녀석들의 이름인 카가미(鏡)는 거울이라는 뜻인데,
그래서 그런지 이 소프트웨어에는 카가미네 렌(鏡音レン)이라는 소년캐릭터의 음성 샘플도 들어있습니다.
사실은 성우 한 사람의 음성 샘플을 프로그램적으로 변환시켜서 소년틱한 보이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죠.
실제로 꽤나 잘만들어서 얼핏 보면 전혀 다른사람 목소리로 들리기도 합니다.

피규어의 PV는 악의 딸(悪ノ娘)이라는 곡으로, 원곡의 분위기를 참 잘나타냈군요.
(여러번 말하지만 이 피규어들의 PV는 오덕이 아닌 일반인들에게는 엄청난 데미지를 줄수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이 '악의~' 노래는 시리즈물로 가사의 스토리도 군데군데 이어지는 부분이 있으니 다 듣고 있으면 나름 재미있긴 합니다.


세 번째로 발매된 보컬로이드 메구리네 루카(巡音ルカ)입니다.
설정상 다른 보컬로이드들에 비해 성숙한 모습이고, 크립톤의 버전업된 기술에 의해 영어발음능력이 좀 더 좋아졌다고 하네요.

풍성한 분홍색 머리칼이 마치 문어발을(ㅡㅡ;) 연상시킨다고 해서 이 처자의 별명은 문어 루카(たこルカ)입니다.


저런 식으로 문어화된 녀석이 돌아다니죠. 참 파생상품 팔아먹는 능력은 대단한 나라입니다.
피규어는 거의 19금에 가까운 가사덕분에 인기있는(?) 순희무용곡(巡姫舞踊曲)을 이미지화.
참 캐릭터들 성격 망가지는건 순식간이네요.



어쨌든 가장 인기있는 녀석이 하츠네 미쿠이다 보니 이녀석만 두 종류가 들어있군요.
그나마 현재까지 나온 PV중 가장 정상적인 노래 벚꽃의 비(桜ノ雨)입니다.
대놓고 졸업 축하노래를 표방한 녀석이라 굉장히 듣기 편합니다. 쉽게 찾을 수 있으니 한번 들어보시는것도.

작곡자가 졸업식에 쓰일 수 있도록 열심히 만들었지만 결국 발표당시엔 졸업식이 끝나버려서 서글펐는데
많이많이 쓰이길 바란다는 바램이 이루어진건지 요즘엔 졸업식장에서 많이 들리기도 하고
200명이 넘는 합창 버전도 등장하는 등 오덕에너지의 결정체 보컬로이드의 노래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으로 먹히는 곡입니다.


참, 이렇게 예정 외의 녀석들을 덥썩 집어오는건 지갑사정에 별로 좋지 않은데 말이죠.
지르지 않고 후회하는 것 보다는 지르고 후회하는게 낫다는 성인의 말씀을 위안삼을 따름입니다.

큰돈 들여 질러놓은 녀석이니 사진 찍어서 크기 조절한 후 윈도우 배경화면으로 쓰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츠네 미쿠의 가장 유명한 히트곡중 하나인 'MELT' PV를 하나 올려볼까요.
인터넷 오덕들의 힘은 대단해서, 워낙 넷상에서 인기를 많이 끄는 덕분에
소니뮤직에서 정식으로 앨범 발매까지 되었던 곡입니다.
원 작곡자가 사실 웬만한 대중가요 뺨치는 작곡실력을 가진 분이긴 합니다만
오덕들의 잉여력 + 상품화 가치가 결합하면 못 팔아먹을게 없는 것 같아서 부럽기도 합니다.




컨텐츠 산업의 폭발적인 잠재력을 한국도 빨리 인식하면 좋겠네요. 오덕오덕 거리면서 무시하지 말고.

근데 이번 포스팅에서 제가 제일 오덕오덕 거리지 않았나. ㅡㅡ;
하지만 전 오덕 좋아합니다. 살짝 정신줄 놓은 수준만 아니면.
저 자신이 여러가지 분야에서 매니아틱한 것들을 좋아하다 보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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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모형은 에일리언이나 프레데터 같은 쭉쭉빠지고 섬세한(?) 모델들입니다.
영장류를 제외한 대부분의 동식물을 두루두루 좋아하는터라 딱히 사람 모형은 별로 안좋아하는데
굿스마일이라는 회사에서 나온 '넨도로이드' 시리즈는 단순한 귀여움이 아닌 어딘가 살짝 삐딱한 듯한 느낌의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서 구입했습니다. 이건 작년에 구입한, 제가 구입한 최초의 넨도로이드 토오사카 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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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세이버 오르타 피규어와 같이 이 캐릭터 역시 'Fate/Stay Night' 라는 게임,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데
원래 모습과는 다르게 SD 버전에서는 뭔가 삐딱한 표정과 더불어 입에 담배까지 꼬나물고 있는 모습이 아주 마음에 들더군요.
(실제 게임 내에서는 담배같은거 안피우는 착실한 학생으로 나오는것 같던데, 저는 이 모습이 아주 딱 꽂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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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학생인 관계로 자동차도 본편엔 등장하지 않습니다.
저 무심한듯 시크한 표정 + 살짝 옆으로 꼬나문 담배가 저한테 있어서 최고의 매력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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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뒷모습을 보면 그냥 훌쩍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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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올렸던 이 사진속의 캐릭터가 뭔지 물어보시는 분도 있었는데, 이녀석입니다.
제가 찍은 사진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진 중 하나입니다.
잘 찍어서 그렇다는게 아니고 찍을 때의 기분을 제일 잘 표현해준 것 같아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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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습을 볼때마다 '아, 이 XX놈의 세상~' 이라는 심상이 무럭무럭 떠오릅니다. 그래서 좋아하는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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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분위기 쇄신용. 보컬로이드라는 프로그램의 두번째 마스코트 캐릭터입니다. 이름은 하츠네 미쿠(初音 ミク)

보컬로이드란 야마하에서 만든 음성합성 프로그램인데, 가사와 멜로디를 입력해서 사람의 목소리와 비슷하게 노래를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이죠. 요즘 한국에서 장난감거리로 통하는 전자사전 음성의 진화버전이라고 생각하시면 될듯.
물론 음성 샘플링은 후지타 사키(
藤田 咲)라는 애니메니션 성우분이 맡으셨지만, 얼핏 들으면 정말 사람의
목소리로 들릴 만큼 상당한 수준의 프로그램입니다. 이게 말은 쉽지 굉장히 복잡한 구조를 가진 프로그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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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손 모양과 얼굴 표정이 (그래봤자 정상적인건 2가지 뿐) 들어있어서 이것처럼 노래부르는 포즈도 잡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특이한 점으로는, 윗 사진의 토오사카 린을 능가하는 엄청난 크기의 트윈 테일 덕택에
현재까지 발매된 수십가지의 넨도로이드 피규어 중 유일하게 스텐드 없이 서 있을 수 있는 모델이라고 하네요.
(이녀석은 다리가 4개나 마찬가지니 잘 서 있는듯.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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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 것 처럼 저는 이런 평범하게 귀여운(?) 캐릭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왜 구입한거냐 라고 하신다면.
바로 이 동영상 때문입니다.


저 무심한듯 시크한 표정! 거기다 손에는 정체모를 파!
저 표정과 위의 토오사카 린 표정을 보면 제가 좋아하는 SD 캐릭터가 어떤 종류인지 감이 오시죠?

그런 고로 데스노트의 L 피규어도 구입했습니다만 아직 귀찮아서 안뜯은 관계로 그건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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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동영상 덕분에 피규어에서도 충실하게 재현되어 있군요. ^^;
사실 그 동영상은 회사 차원에서 기획된 것도 아니고, 그냥 일반 사용자가 마음대로 만든 것인데
이게 인기있다 보니 아예 공식 설정으로 굳어져 버릴 정도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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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이 어수선한데 갑자기 왜 이딴 포스팅이나 하고 앉았냐! 라는 느낌이 드셨다면,
그동안 제 홈피 잘 찾아주셔서 고맙다고 먼저 인사드립니다.
요 며칠 거의 매일 뜬눈으로 지세우고 있다 보니 어제부터는 살짝 미열이 나는 관계로 오늘 집회는 쉬면서
기분전환 좀 하려고 일부러 사진기 꺼내놓고 찍었습니다. 지금 기분으로는 정말 누가 옆에서 시비걸면
바로 모가질 꺾어버릴수도 있을만큼 최악이라서.. 일부러라도 기분 전환을 하자는 의미에서.. ㅡㅡ;

엑스칼리버를 든 세이버 앞에 네기(일본어로 파)칼리버를 든 미쿠의 모습이 꼭 요즘 서울시민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군요.

기분전환 하면서도 이런 생각이 지워지지 않으니 나원..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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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고로, 정말 기분 전환하는 의미에서 미쿠가 들려주는 상쾌한 음악이나 한 곡 갑니다.

죄송합니다. 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