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results

'눈'에 해당하는 글들

  1. 2014.12.17  2월 17일 삿포로 - 마지막 밤 4
  2. 2014.11.21  2월 16일 오비히로 - 대폭설 6
  3. 2012.12.05  애프터 눈 14
  4. 2010.03.11  씹고싶다... 8
  5. 2010.03.10  눈속에 파들어가서 뒹굴고 싶네요 14
  6. 2010.03.10  3월의 차가운 사랑이야기 13

 

 

 

고기를 다 먹고 짐을 챙긴 후 나오는데 문득 이 아이스크림 생각이 난다.

삿포로 시내의 호텔이나 역 등에서 제공하는 정보지에는 여러가지 음식점 할인 쿠폰이 들어있는데

대부분 소소한 할인이나 단체 몇 인분 이상 주문시 서비스로 딸려나오는 음식 등이라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반드시 들르는 이곳 비어가든의 후식 무료제공 티켓은 꽤나 흥미를 동하게 만드는 녀석이었다.

 

티켓을 제시하면 홋카이도산 우유를 사용한 아이스크림을 하나 준다고 해서 입가심으로 그만.

홋카이도의 이름있는 소프트크림은 매우 농후하고 부드러운 우유향기가 입안 가득히 퍼져서 황홀한데

비어가든은 일단 맥주 전문이라 그런지 상급 소프트크림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해서 살짝 아쉽긴 했다.

 

이번엔 겨울이라 그런지 이걸 먹을 수 있는 무료 티켓을 어디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아무리 겨울이라도 징기스칸으로 텁텁해진 입을 헹구는데 참 유용할 텐데 아쉬울 따름.

물론 돈 주고 사먹을 수는 있다. 이곳은 징기스칸과 맥주가 무제한이지만 따로 주문할 수 있는 해산물, 소시지 디저트 등이 마련되어 있으니까.

 

한 번 무료로 먹고 나면 좀처럼 지갑을 열기가 힘든 게 나같은 가난뱅이의 습성일까.

 

 

 

밖으로 나오니 눈 내리는 모습이 더욱 심상치 않다.

배가 너무 불러서 버스 타고 돌아가는 건 소화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숙소까지 걸어갈까 싶은데

여름이라면 몰라도 지금 이 눈을 뚫고 갈 수 있을지 살짝 겁이 난다.

 

그래도 여기서 징기스칸을 먹고 나면 걸어거 돌아가는게 연례행사처럼 몸에 새겨져 있기 때문에

눈 때문에 그 익숙함을 깨트리고 싶지는 않아 각오를 단단히 하고 밖으로 나선다.

비어가든을 찾은 사람 외에는 밖에 돌아다니는 모습 보기가 힘들 정도로 다들 꽁꽁 틀어박혀 있는 모양.

 

 

 

나보다 조금 먼저 비어가든에서 나온 관광객들 역시 비슷한 기분인지 꺅꺅거리며 눈 속을 걸어가는 중이다.

눈 내리면 발광하는 강아지들 모습이 이런 광경속에서는 나름 이해가 가는 기분도 든다.

눈 때문에 시야가 10m 될까말까 한 풍경은 원래 서식지에서는 결코 구경할 수 없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눈 속에 파묻힌 공중전화 박스를 보니 무심코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엄습하기도 한다.

저러다가 눈 무게때문에 유리창 깨지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홋카이도 도착부터 오늘까지 눈이 내리지 않은 날은 하루도 없었지만 이 정도의 폭설은 처음이다.

눈이 많이 올수록 좋다는 눈축제 역시 이런 눈이라면 관람이 어려웠으리라 생각할 정도로 쏟아붓는다.

 

양고기와 맥주를 너무 많이 집어넣은 탓인지 슬슬 아랫배에 위험신호가 감지되고 있지만

눈을 못 뜰 정도로 눈이 쏟아질수록 기분은 점점 흥분 상태에 돌입하고 있다. 장관은 장관이다.

물론 여행 중이니 이런 사치스러운 기분을 부릴 수 있는 것이겠지만. 출근길 시민이나 강원도 부대 장병들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풍경일 듯.

 

 

 

평소엔 그닥 볼 것 없는 주거지역이지만 눈이 내리면 뭐든 신기한 모습으로 변한다.

자동차도 거의 다니지 않아 주변이 모두 생크림으로 덮힌 듯한 분위기.

 

혼자 서 있으니 왠지 발광을 한 번 해보고 싶은 기분이지만 카메라의 안위도 걱정될 뿐더러 속에서 힘찬 고동을 준비중인 찌꺼기들이 위험하다.

다행히도 아무리 눈이 많이 와서 시야가 흐려져도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그냥 계속 직진만 하다보면 역에 도착한다.

자전거 여행으로는 결코 찾을 일이 없는 겨울 홋카이도의 모습을 10일동안 뇌리 깊숙히 새겨놓고 갈 기회를 마련해 주니

마음 속으로는 얼마든지 더 내려보라고 응원을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바람까지 불어대서 추위가 뼛속까지 사무친다는 점은 좀 힘들었지만.

맥주와 양고기가 열을 만들어주고 있어서 그나마 서럽다는 생각까지 들지는 않았다.

 

 

 

슬슬 서두르지 않으면 억압에 항거하겠다고 뱃속이 단호하게 주장중인데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가지 못한다고 가던 길에 놓인 북오프가 또 발걸음을 잡는다.

그러고보니 잊고 있었지만, 사실 비어 가든에 갈 때마다 돌아오는 길에 이곳을 들른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삿포로 중심가쪽에도 북오프가 있긴 한데 사람이 항상 빡빡해서 책 구경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꼭 이 지점을 찾곤 했다.

나만 그런 건 아닌지 좀 전까지 코뺴기도 보이지 않던 차들이 이 앞에 포진중이다. 눈 내리고 밖에서 돌아다닐 수 없으니 책이나 읽으러 오는 듯.

 

어차피 괄약근도 간당간당하니 저기 들어가서 볼일이나 보고 책을 좀 읽으면 금상첨화겠다 싶어 발걸음을 옮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곳은 화장실이 수리중이니 사용할 수 없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가는 날이 장날인 듯.

이마에 땀까지 송글송글 맺히고 있어서 이건 책 구경 따위의 여유를 부릴 수 없을 것 같다.

 

일단 밖으로 나가 살짝 옆에서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는 편의점에 들어간다.

밖에서 쏟아지는 눈과 비교해도 결코 밀리지 않는 기개로 배출을 마친 후 미안한 마음에 간식거리라도 하나 사 들고 나온다.

다시 북오프로 들어가 편안해진 배를 어루만지며 가지런지 늘어선 수많은 책을 황홀하게 구경하다가 적당히 몇 권 구입한다.

 

배가 홀가분해지니 마음의 여유도 생겨서 좀 더 느긋한 기분으로 걸어가니, 역에 도착할 때쯤엔 다시 눈이 그쳐가고 있다.

이 눈이 내일 아침까지 계속 내린다면 귀국행 비행기도 걱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그나마 다행.

사실 이렇게 눈이 쏟아져도 치토세 공항은 항상 비행기 이착륙으로 정신없이 바쁘기 때문에 별로 걱정스럽지도 않다.

 

여행의 마지막 밤이라는 아쉬움에 TV만 바라보며 좀처럼 잠을 청하지 못한다.

돌아가면 또 한동안 후유증에 시달리겠지만

이번 여행은 모든 코스에서 원하는 것 이상의 만족감을 달성할 수 있었기에 그런 사치스러움은 조금 경감될 듯 하다.

 

 

보통 알람을 설정해 놓고 자긴 하는데, 소리를 듣고 눈을 떠도 자기 숨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고요함과 새벽녘이 다가오기 전의 어슴프레함 때문에

혹시 시간을 잘못 설정해 놓고 잔 건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이상하다 싶어 커튼을 걷어보니 그제서야 이해가 된다.

 

아침해는 밝았지만 무식하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같은 눈발에 모든 것이 정지되어 버렸다.

자동차들이 움직이지 않으니 밖은 더욱 조용하다. 도심지에 위치한 비지니스 호텔에서 아침이 이렇게 조용한 것도 참 신선한 경험이다.

 

조식 먹으러 가기도 전에 카메라부터 주섬주섬 꺼내들어 촛점이 맞지 않는 흐리멍텅한 눈으로 셔터를 누른다.

이번 여행은 적어도 날씨라는 면에 있어서는 완전히 로또를 맞은 것이나 다름 없다. 아침이라 환호할 정도로 정신이 또렷하지 않지만 입가엔 미소가 흐른다.

 

 

 

오늘의 목적지는 눈이 많이 내리면 내릴수록 좋기 때문에, 더 할 나위 없는 최상의 조건이다.

삿포로에서도, 아사히카와에서도, 시레토코에서도 눈은 많이 내렸지만 오늘 내리는 눈은 비교를 불허한다.

일반적인 관광이었다면 오늘 과연 이동할 수 있을까 하고 가슴이 철렁했을 법도 하다.

 

눈이 이만큼 많이 온다면 오히려 얼어붙지 않기 때문에 자동차들은 별 무리없이 운전이 가능하다.

문제는 바퀴를 덮을 정도로 눈이 쌓이게 되면 역시 사고 위험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단체 여행객으로서는 치명적일지도.

 

 

 

이곳 토카치 지역은 원래 눈 많이 오고 춥기로 유명한 곳이라 사람들은 별 신경 안쓰고 돌아다닌다.

이쪽에서는 눈 때문에 학교나 회사가 쉬는 경우도 있을까 궁금하다.

원 서식지인 대구에서 이만큼 눈이 왔다고 하면 도시 전체가 눈 속에서 잠자고 있을 것이 틀림없는데.

 

 

 

평소 자신보다 위에 서 있는 것들을 더 높은 곳에서 망원으로 당겨 보는것은 묘한 신선함이 있다.

이게 부적절한 호기심과 욕망으로 연결되면 범죄가 되겠지만, 어쨌든 평소와는 다른 시야를 즐긴다는 것은 매력적이다.

 

눈은 많이 와도 바람은 심하지 않은 듯, 가로등 위에 덮인 눈은 아슬아슬할 정도로 높게 쌓여 있다.

경사면에서 녹아내린 물이 다시 얼어버려서 고드름을 만들어 낸 모습이, 토카치 지역의 살아있는 기후 소개를 담당하는 듯 하다.

 

 

 

주위가 소란스러워졌다 싶더니 제설차 두 대가 열심히 눈을 한쪽으로 치워내고 있다.

이 정도로 눈이 내리고 있는 상황이라 제설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지만

더 쌓이다가는 자동차가 전진을 못할 수도 있으니 어쩔 수 없을 듯.

 

치워내는 눈의 양은 상당하지만 온 사방이 눈으로 뒤덮힌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는 제설차는 한없이 작고 연약해 보인다.

처음엔 바램이 이루어졌다고 기뻐했지만 심상치 않게 눈이 내리니 오늘 목적지가 영업을 하는지 오히려 걱정까지 되기 시작한다.

 

목적지는 다름아닌 경마장인데, 원래 겨울 스포츠이긴 해도 눈이 이렇게 오면 과연 괜찮을까 싶다.

 

 

 

고민해봤자 해결되는 건 없으니 조식을 먹은 후 역으로 출발한다.

 

걸어서 10분 거리지만 이동이 힘들어 시레토코에 다시 돌아온 듯한 기분도 든다. 주위 풍경은 전혀 다르지만.

가끔 바람이 불기만 해도 건물들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마법같은 풍경이 연출된다.

카메라를 꺼내기는 좀 불안한 상황이지만 이런 풍경을 그냥 지나치기도 힘들어 조심조심 셔터를 누른다.

방진방적 정도는 지원하기 때문에 물이 스며들 걱정까지는 하지 않아도 되지만 렌즈 앞에 물기가 묻으면 닦아내기 귀찮아서.

 

 

 

도시 기능이 거의 마비되는게 아닐까 싶은 폭설인데, 도로에는 버스나 택시 등이 간간히 보이지만 승용차는 그리 많이 보이지 않는다.

여름 홋카이도는 그것대로 워낙 매력적이라서 지난 자전거 여행 도중 겨울의 풍경이 궁금한 적은 없었지만

이번에 와 보니 역시 이곳의 겨울은 여름 못지않은 자연의 힘을 유감없이 느끼게 해 준다.

 

생물이 살 것 같지 않은 이런 혹독한 겨울을 넘기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그 강렬히 충만된 여름의 생명력이 빛을 발하는 것일 듯.

 

 

 

일단 카메라를 들고 나니 이곳저곳 시야가 넓어진다. 습관 탓인가.

일찍 나섰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남아있어서 여유롭게 주위를 둘러본다.

출근길 시민들에겐 참 괴롭겠지만 쌓인 눈이 만들어내는 유려한 곡선과 순백색 배경이 만들어내는 대비가 도시를 치장한다.

 

대도시였다면 아무리 눈이 많이 쌓여도 먹고살기 위한 인간의 대규모 이동에 대한 열망을 막을 수 없어서

도로와 도보는 온통 흙탕물로 얼룩질 수밖에 없겠지만, 이곳은 겉으로 보이는 도시 규모에 비해 한적한 편이다.

자전거 방치 금지구역 팻말이 평소보다 따뜻해 보이는 것도 그런 기분 탓일까.

 

 

 

한국에서도 번안되어 인기를 끌었던 '눈의 꽃'이라는 노래가 어울리는 풍경.

이런 조경수들은 꽃의 아름다움보다는 풍성한 잎들을 노리고 조성된 경우가 많은데

겨울에만 피는 이런 꽃은 확실히 무채색의 풍경 속에서 과하지 않은 소박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고 있다.

 

 

 

버스 정류장에 가서 오늘 비가 이만큼 오는데 경마장이 열렸으려나 물어본다.

가볍게 물어본 것 뿐인데 아가씨는 직접 경마장에 전화까지 해서 개장 여부를 알아본 후 문제없다는 답변을 건네준다.

 

더불어 정보 부족인 나에게 여기서 경마장까지 가는 왕복 버스티켓과 경마장 입장료를 한꺼번에 사면 경마장 입장료 할인과 함께

당일 사용이 가능한 토카치무라 200엔 할인권까지 끼워준다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토카치무라는 경마장 앞에 있는 조그만 문화센터 같은 곳.

따로따로 구매하는 경우에 비해 500엔 정도 할인이 되기 때문에 왕복 버스표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더없는 이득이다.

더더구나 나 같은 손님들을 위해 귀여운 말 캐리커처까지 프린트 된 왕복 버스 시간표까지 챙겨줘서, 출발 전에 만족감을 듬뿍 선사해 준다.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버스 시간표마저도 여행 후의 추억으로 보관할 가치가 충분하도록 만드는 소소한 배려가 여행 산업의 진짜 핵심이 아닐까.

 

 

 

10분만 기다리면 버스가 오기 때문에 굳이 안내소 안에서 웅크리고 있을 필요를 못느끼고 눈발을 감상하러 밖으로 나간다.

 

맞은편 벤치의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라 카메라에 담아 본다.

이미 벤치로서의 기능은 상실한지 오래지만 이미 그 자체로 예술 작품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서 가치가 충분하다.

대구에 살면서 평생 보아온 눈보다 더 많은 눈을 홋카이도에서의 10일동안 본 탓에, 이국의 정취를 찾아다니는 여행으로서는 더할 나위가 없다.

 

 

 

사실 역에서 경마장까지는 날만 좋다면 30분 정도만 걸어도 도착할 수 있는 거리.

평균 시속 20km 정도로 마실 나가듯이 천천히 도로를 거니는 버스 안에서 보는 풍경도 각별하다.

눈 때문에 어디가 어디인지 구분이 힘들어 정류소 이름을 외치는 안내기의 목소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경마장 정류소쪽에 내리긴 했는데 주위를 둘러봐도 어디에 뭐가 있는지 파악하기가 힘들다.

시레토코처럼 천혜의 자연속이라면 오히려 주변 풍경만으로 위치를 특정할 수 있지만

모든 곳이 비슷비슷한 도시 속에서는 폭설이 그나마 남아있던 분석 가능한 지형들을 전부 가려버리기 때문에 놀라울 정도의 혼란을 야기한다.

 

하는 수 없이 같이 내린 노인 일행에게 경마장이 어디인지 물어봤는데 어이없게도 도로 바로 건너편에 경마장 입구를 가리킨다.

처음 방문하는 곳이니 이런 실수는 애교로 넘어갈 수 있겠지만

고개를 돌려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의 눈이 일으킨 방해공작이라 변명해도 큰 무리는 없으리라 본다.

 

 

 

경마장 들어가기 전에도 놀라운 풍경은 여기저기서 나를 반기고 있어서

아직 본론은 시작도 하지 않았음에도 이곳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게 해 주고 있다.

 

상록수인 소나무마저도 끝없이 내리는 눈 속에 파묻혀 색을 거의 잃어버리고 있는 모습은 처절하기보다는 아름답다.

 

 

 

오비히로는 도시 전체가 평야이긴 하지만

혹여 저 눈안개 앞에 라우스산이 버티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이곳에서 보는 풍경은 평야와 다를 바 없을 듯 하다.

 

이쪽 사람들에겐 매년 너무나도 익숙한 풍경이겠지만 나에게는 이 모습만으로도 오비히로까지 온 보람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좋아하는 풍경에 너무 몰입해서 경마장의 재미가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불안함마저 느끼며 무릎까지 푹푹 꺼지는 눈 속을 걷기 시작한다.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려 해도 강압적이라 해도 될 만큼 주위의 풍경이 자신을 담아달라는 듯 미려함을 뽐내는 탓에

몇 번이고 발걸음을 멈춰 셔터에 손을 가져갈 수밖에 없다.

 

원래부터 이런 모습이었음에 틀림없으리라 느껴질 만큼 자연스럽게 형성된 흑과 백의 차분한 대비는

그림같은 풍경을 찾아 몇 시간이고 이동하고 몇 시간이고 한 자리에 버티고 있는 사진가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듯 하다.

물론 본인이 그런 사진가들하고 비교할 만큼 건방진 편은 아니고.

 

 

콘크리트 도심 속에서도 자연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은 빛이 바래지 않지만

경마장 관계자와 마을 사람들이 손님을 맞이하는 열성적인 태도 역시 그에 밀리지 않을 만큼 볼만한 것이다.

 

자전거 보관소의 지지대가 눈썹까지 예쁘장하게 그려놓은 말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는 것을 보고

한탕 벌기 위해 안절부절하는 아저씨들의 집합소라는 선입견을 가질 가능성이 높은 경마장에 대한 이미지가 한층 부드러워진다.

물론 경마도 도박의 일종이라 마음이 흐려진 사람들이 없잖아 있겠지만

이곳 오비히로의 경마장은 사실상 주민들이 자랑하는 문화 공간으로 형성된지 오래 되었기 때문에

그들의 손님을 맞이하는 마음에 미소가 지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라 생각해도 될 듯 하다.

 

 

 

경마장 앞에 세워진 동상은

눈이 녹아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혼신의 레이스 후 몸에서 쏟아지는 땀처럼 보여서 굉장히 인상적이다.

 

금방이라도 저 말의 콧가에서 거칠고 뜨거운 증기가 뿜어져 나올 듯한 느낌.

경마에 빠삭한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자세히 보면 이 말의 동상이 조금 특이하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도 있다.

경마용 말은 덩치만 큰 유리 세공품이라고 해도 될 만큼 모든 부위가 속도만을 내기 위해 매우 세심하고 가냘픈 편인데

이 녀석은 사람 허벅지만큼 굵고 튼튼한 하체를 가지고 있어서 경마용 말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사실 이곳 경마장을 찾을 이유이기도 한데, 오비히로의 경마는 반에이(ばんえい)경마라는 세계에서 유일한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눈이 많고 험난한 지형상 소를 경작지 개척에 이용하기 힘들었던 이곳은 소 대신 말을 이용해 돌을 부수고 땅을 골라 논밭을 만들어 왔다.

그러기에 이 곳의 말은 속도를 중시하는 말과는 달리 수백 kg에 달하는 짐을 끌 수 있는 육중한 덩치가 필요했던 것.

반에이 경마는 그 농경마들의 힘자랑을 위해 만들어 진 독특한 이력때문에 일반적인 경마와 시스템이 완전히 다르다.

 

 

 

경마 시작까지는 2시간 정도 남았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다.

이곳은 경마장 외에도 산지 직송의 신선한 농산물을 파는 슈퍼와 각종 기념품을 파는 가게도 있고

오비히로와 반에이 농경마들의 역사를 전시한 박물관 등 즐길거리가 충분하기 때문에 일찍 와도 부담이 없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은 바닥이 깔끔하게 보일 정도로 눈을 치워낸 모습인데, 옆에서는 직원들이 열심히 눈을 퍼담고 있다.

옷을 두툼하게 입긴 했지만 가녀린 여직원이 거대한 제설장비를 들고 눈을 이리저리 치워내는 모습이 인상적.

 

 

 

푸드코트쪽에 오비히로 경마장 한정이라고 선전하는 우유 라멘이 매우 신경쓰였지만

아직 조식의 여력이 남아있기 때문에 저 쪽은 경마 시작전 마지막으로 들르기로 결심한다.

땀을 흘리던 동상과는 달리 토카치무라 앞에 전시된 붉은 말조각은 인고의 세월을 견뎌 낸 농경마들의 역사를 간직한 듯한 느낌을 준다.

 

노리고 만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토카치무라는 건물이 전부 붉은색으로 되어 있어 이렇게 눈내리는 날에는 굉장한 임팩트를 느낄 수 있다.

 

 

 

자료관 쪽에는 커다란 애니메이션 광고판이 놓여 있는데 이곳 출신 만화가인 아라카와 히로무의 작품인 '은수저 Sliver Spoon'이다.

 

강철의 연금술사라는 만화로 큰 인기를 모은 작가로

재미삼아 시작했던 고향 오비히로의 농촌 이야기가 워낙 도시 독자들에게 크나큰 충격을 주는 바람에 그걸 토대로 장기 연재를 시작한 특이한 작품이다.

 

미국같은 농업 대국에서야 그게 별건가 싶겠지만 한국이나 일본처럼 고도화 된 국가 사람들에게

홋카이도의 농업 형태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처럼 신기한 것들 뿐이기 때문에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작품 속에서 지나가는 이야기로 이 반에이 경마가 소개되었기 때문에 이곳 사람들로서는 그 기회를 놓칠 리 없다.

고향 출신 만화가가 국민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니 본인들도 굉장히 뿌듯할 듯.

본인은 이 작품이 연재되기 전에 이곳을 다녀왔기 때문에 크게 연관성은 없지만

이 작품으로 인해 홋카이도의 생태에 관심을 가지게 된 사람이라도, 이곳 홋카이도는 그 기대감을 결코 배신하지 않을 만큼 신기한 곳이 되리라 확신한다.

 

 

육아로 정신없는 가운데, 일본에 가게 됐습니다.

이건 육아하고 관계없을 한참전에 예약해 놓은거라서 안 갈수도 없네요.

저가항공 에어아시아 취항기념으로 세금만 부담하는 공짜표에 당첨이 되었는데 부산서 도쿄 왕복 6만원 정도로 저렴합니다.

도쿄는 이제 놀러갈 이유가 없는 곳이지만 일 관계로 갈일도 있고 하니.

 

저는 조카 백일날 까지만 돌봐주면 된다고 해서 서울 올라왔는데

왠걸, 백일이 다 되도 상황은 전혀 진전되는게 없이 계속 육아중이었죠.

근 1주일간 도쿄로 떠나게 됩니다만, 형수님 혼자서 예민하기 그지없는 조카 돌보며 살림살이를 전부 맡아야 하는게 걱정되네요.

형님은 새벽 2~3시는 되어야 돌아오는 날의 연속이니... 하지만 뭐 저도 백일까지만이라고 속아넘어가서

예정을 다 잡아버린 상황이라 어쩔수도 없습니다. 그냥 조카가 얌전히 있어주기를 바랄 뿐.

 

 

 

여행관련 짐을 전부 대구에 놔두고 온 터라, 모자라는 장비 조금 보충하기 위해서 오늘 밖에 나섰습니다.

타이밍도 좋게 서울은 어마어마한 폭설이 하루종일 쏟아지더군요.

 

사진이라도 좀 찍자고 카메라 들고 나왔기 때문에 거추장스러운 우산따윈 없습니다.

물에젖은 생쥐꼴이 되었지만 전 신경 안쓰니 뭐...

그런 마인드 덕분에 대학생때는 경찰의 검문에 자주 걸리곤 했지만, 지금와서 잡으려면 대판 싸워줘야죠.

 

 

 

대구는 원래 눈이 별로 내리지 않아서, 눈이 좀 반가운 편이긴 합니다만

이번 눈은 정말 대단하군요. 12월 초에 이렇게까지 쏟아지던가 싶을 정도로.

 

구두가 미끄럽고, 고가의 카메라를 들고 있으니 자연히 발걸음이 신중해집니다.

 

 

 

1차 목표지인 코엑스에 도착. 역앞 광장은 이미 사람이 들어가지 못하게 줄을 쳐 놨더군요.

워낙 미끄러우니 사람들이 돌아다니다간 참사가 벌어질 것 같습니다.

 

직원분들이 열심히 광장의 눈을 삽으로 퍼내고 있지만, 이렇게 쏟아붓는 눈 앞에서는 허무할 따름입니다.

사실 이번이 첫 눈은 아니지만, 살짝 내린 지난번과는 달리 이번엔 구멍이 뚫릴 정도로 쏟아붓기 때문에

다들 휴대폰 카메라 들고 사진 찍느라 바쁩니다.

 

저도 서울시내에서 카메라 꺼내보는거 참 오랜만인데, 막상 찍고나니 일반인들의 휴대폰 카메라에 비해서 그리 잘 찍지도 못하네요.

실력도 없는게 장비병에나 걸려서 이런거 들고다니는구나 하는 자괴감이 살짝 드니 눈으로 씻어내려야 하겠습니다.

 

 

 

눈이 내리기 시작한지 1시간쯤 지나서 아직 높이 쌓이진 않았지만

내리는 양으로 봐서는, 제가 볼일 마치고 돌아갈 때쯤이면 발목 높이까지는 충분히 쌓이겠더군요.

 

운전하는 사람들은 똥내린다고 싫어하겠지만, 전 역시 눈이 좋습니다.

날씨가 추워지니 왠지 가슴도 시원하고 추위에 무감각해지는 손끝에서 즐거움이 느껴집니다.

 

 

 

다들 여기저기 좋다고 움직이면서 휴대폰으로 사진을 담고 있네요.

휴대폰 카메라도 워낙 좋아져서, 일반적인 사진 생활은 그걸로도 충분할 듯 합니다.

 

전 당연히 대구에서 여행준비를 하고 내려갈 예정이었던 터라

지금 이 시기에 입을만한 따뜻한 다운 계열의 옷은 하나도 가지고 오지 않았죠.

추위에 꽤나 강한 편이긴 합니다만, 어쩄든 여행중에 몸살이라도 나면 안되니 최대한 따뜻한 녀석을 찾아봐야겠습니다.

 

엄니한테 속았어... 백일지나면 애가 변신한다더니.

 

 

 

사실 눈내리는거 좋아하지만 눈사진 찍는건 정말 어렵네요.

눈이 가득한 풍경에서는 계조나 DR이 거의 한계까지 가 버리기 때문에

아무리 찍어봐도 좀처럼 마음에 드는 녀석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 촬영도 아쉬움의 연속.

 

그래도 눈 자체에 너무 집착하지 않고 셔터를 누르니 나름 마음에 드는 녀석이 나왔습니다.

아마 오늘 건진 유일한 사진이 아닌가 싶네요.

 

 

 

여긴 분명 지붕이 있는 곳인데, 어째서 이렇게 소복히 눈이 쌓인건가 싶었습니다.

좀 관찰하다보니 뒤편의 정원 쪽에서 바람을 타고 계속 눈이 쌓여가더군요.

직접 내리는 눈이 아닌데도 워낙 펑펑 쏟아지고, 바람도 거세서 이런 곳에까지 눈이 덮혔습니다.

 

카메라 들고 왔다갔다하니, 어디 잘못 부딪히다가는 손가락이 똑 부러질 듯이 얼어버렸네요.

도쿄가 이정도로 눈이 온다면 장갑이라도 하나 있어야 여행사진을 담을 수 있을 듯 한데...

짐을 많이 꾸리는걸 매우 싫어해서 장갑도 넣어가고 싶진 않습니다.

 

 

 

평상시에 찍어도 소화전은 침침한 한국 길거리에서 색이 돋보이는 녀석인데

눈속에 파묻힌 녀석은 더더욱 사람의 눈을 잡아끄는군요.

 

그냥은 담을 수 없는 위치라서, a99 로 바꾼 득좀 보려고 손을 높게 들고 LCD로 촬영했습니다.

 

 

 

도쿄쪽 날씨가 좀 신경쓰이긴 하네요. 눈이 오면 아무래도 활동 반경이 줄어들어서.

지난 주 까지만 해도 반팔에 잠바 하나만 있어도 충분히 버틸 수 있겠다 싶었는데

이번주부터는 날씨가 아주 매섭게 변하네요.

 

 

 

눈의 장점은, 원래 존재하지 않던 풍경을 만들어 준다는 것일까요.

분명 수백 수천번 음료수 캔이 놓여있었을 장소인데

눈이 내리니 그 흔적이 드러나 보입니다. 과거를 시각적으로 구현화 해 주는 이 느낌이 좋군요.

 

 

 

몇 시간째 내리고 있는데 눈발은 그치긴 커녕 하늘 전체를 덮어버리는군요.

저 묘한 지붕에, 인위적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무늬가 생겨났습니다.

 

아마 물리적인 이유로 저 부분의 눈만 내려앉은 것일텐데, 이래서 자연이란 예술가가 굉장한 것이죠.

 

 

 

눈이 와서 감수성이 폭발하는건지, 제 옆구리와 손가락이 너무 시려서 정신이 나간건지

찰싹 붙어있는 두 자판기가 왠지 사이좋게 서로의 체온으로 한기를 녹이고 있는 듯이 보이는군요.

 

 

 

눈이 조금만 더 오면 이 소화전은 보물상자처럼 눈 속에 파묻혀 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고보니 이런 날씨에도 불은 나는건가 싶네요. 사람이 만든 건축물이라면 이런 폭설 속에서도 잘 타오르겠죠.

 

 

 

코엑스 소니센터에서 손을 녹이면서 신제품 구경합니다.

똑딱이 사이즈에 최초로 필름 판형과 동일한 센서를 박아넣고

칼 짜이스 35mm F2.0 렌즈를 박아넣은 컴팩트 카메라 RX1 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작다작다하는 미러리스 카메라도 센서가 필름크기의 1.5배 정도 작은데

이 녀석은 미러리스보다도 훨씬 작은 크기에 필름크기 센서를 박아넣었군요. 참 뭘 어떻게 만들면 이런게 나오는지.

 

하지만 렌즈붙박이라서 그런지, 작게 만드느라 힘들어서 그런지 가격은 제 카메라 본체와 같습니다.

한마디로 요즘 나오는 일반적인 미러리스 카메라의 3배가 넘는 가격. 꽤나 넉넉한 취미생활 여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손대기 힘들겠네요.

 

 

 

이것저것 볼일 보고, 형수님 먹을것도 좀 사고 해서 다시 역으로 돌아가려는데

어째 가면 갈수록 눈이 더 신나게 날립니다. 이쯤 되면 지금 몇시인지도 모를 정도더군요.

 

그래도 평소 담을 수 없는 풍경이니 이때다 싶어서 마구 셔터를 누릅니다.

서울 시내에선 참 카메라 안꺼내는 성격인데, 오늘은 왠지 마구 꺼내들고 다녀도 신경쓸 사람이 없을 듯한 느낌입니다.

저처럼 육중한 녀석은 아니지만, 가는곳마다 다들 휴대폰 꺼내들고 사진 찍느라 바빴으니까요.

 

 

 

남들은 다들 눈사진도 멋지게 담아내는데 저는 왜 이렇게 불만만 쌓이는지 모르겠습니다.

짐을 많이 들고 다시 건대입구역에 내려 그마트에 기저귀하고 분유사러 가는데

이건 또 이때가 아니면 담을 수 없는 희귀종이 줄줄이 늘어서 있어서 주렁주렁 달린 짐과 지친 팔을 뒤로하고 카메라를 꺼냅니다.

 

 

 

약 4시간 조금 넘게 내린 눈인데, 이 정도면 정말 기록적인 강설량이 아닐까 싶네요.

꼬마들은 신나게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부모들도 그 모습을 사진 찍고 합니다.

아이가 넘어져서 다치지만 않으면 참 훌륭한 놀이터로군요.

 

이 자전거들은, 어차피 여기 방치되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렇게 애정을 받은 건 아니겠지만

이 정도 눈에 노출되고나면 성한 곳이 몇 군데나 될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자전거 몇장 찍고 만족하면서 카메라를 집어넣었는데

건물 외벽 모습이 왠지 설탕파우더 뿌린 빵 같은 모습이라서 또 다시 따가운 손으로 카메라를 꺼냅니다.

 

아예 그마트 들어갈때까지는 카메라를 넣지 말자고 결정했네요.

짐이 많아서 매우 거치적거리지만, 어차피 찍고싶은 녀석 발견하면 또 꺼내들어야 하니.

 

 

 

왠지 머핀에 박힌 초콜릿 같은 느낌의 꽁초들이네요.

눈 따위로는 애연가들의 열정을 막을 수 없었던 걸까요.

 

 

 

마크로 렌즈가 있었다면 의도했던대로 담을 수 있었을 듯한 모습입니다.

자연이란 녀석은, 자칫 심심해질 수도 있는 순백색 세상에서 이렇게 탁점을 남기는 능력이 있네요.

 

 

 

일본에서도 많이 보던 장면입니다.

한국에서 안지키는거야 뭐, 일상적인 모습이지만 말이죠.

 

자세히 보니 자전거가 두 대로군요. 사이좋게 퍼질러 진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인간의 예술정신이란 건 참 대단하네요.

아마 우산 끝 같은걸로 새기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마트 앞에 저렇게 호갱님이라고 적어놓으면 영업방해일려나요.

 

 

 

마치 폭포 끝에서 산화되는 물줄기같은 느낌이 들었던 유리창 표면입니다.

눈은 그저 내릴 뿐이고 바람은 그저 불 뿐인데, 그것들이 남기는 모습은 아름답군요.

 

탄산수 거품같기도 하고, 여름바다의 파도같기도 해서 왠지 조금 시원해졌습니다.

하긴 영하의 날씨에 눈보라 맞아가며 촬영했으니 시원하지 않을리가 없네요.

 

 

 

건대앞 롯데백화점 입구엔 난리가 났습니다. 직원들이 출동해서 열심히 삽질중인데

워낙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보니 이미 대부분의 인도가 얼어붙어버렸죠.

 

삽으로 얼음을 깨어가며 조금씩 조금씩 전진하는 모습에서 비장함마저 느껴집니다.

눈 오면 제일 고생하는게 저 삽이 아닌가 싶네요. 사람이야 뭐 조심해서 움직이기만 하면 되고

그 댓가로 평소와는 다른 들뜬 기분을 받았으니 짜증날 일도 없지 않나 합니다.

 

다음 포스팅은 귀국후에 이어가기로 하죠. 추운데 다들 몸조심하시길.

'Photo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귀향 후 귀가  (20) 2012.12.29
돌아왔습니다  (16) 2012.12.14
다들 그렇고 그런 것  (10) 2012.12.03
엄니와 함께 인천공항  (10) 2012.12.01
어이없게 죽는 방법  (8) 2012.11.30
애프터 눈 :: 2012. 12. 5. 20:36 Photo Diary


어제 엄니한테 고기 먹고싶다고 했다가 까였습니다.

사랑니 뺀 놈이 첫날부터 뭔 고기냐고.

의사분은 뜨거운것만 아니면 아무거나 먹어도 된다고 하셨는데...

그런데 막상 생각해보니 잇몸 살짝 움직여도 아프고, 침에서는 피가 고여 나오는데

고기라니 그것도 좀 황당하긴 하군요.

이빨은 참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다음주 쯤 되면 무엇이든 씹어발길 수 있겠죠.


왠지 뽑혀버린 사랑니만큼 마음이 쓸쓸해지는 것 같네요.
(죽만 먹으니 입이 심심한 것 뿐일지도)

'현실도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한번 꿈을  (31) 2010.05.19
찍어도 될까요?  (24) 2010.03.31
21th Marathon Des Sables - 프랑스  (12) 2009.11.27
21th Marathon Des Sables - 모로코  (12) 2009.11.22
21th Marathon Des Sables - Last Stage - 11.8km  (23) 2009.11.14
씹고싶다... :: 2010. 3. 11. 14:21 현실도피

지금 제 입안을 표현한다면
저 흰색 고드름을 뻘건색으로 바꾸고 싶습니다.

방금 사랑니 90도로 누워있던거 뽑고 왔거든요.


전 태어나서 스케일링 목적 외에는 한 번도 치과 치료를 받은 적이 없을 정도로
충치 한번 겪은적이 없는 튼튼한 이빨의 소유자인데...

90도로 누워버린 사랑니는 어쩔수가 없네요.
원래 튼튼한 치아다 보니 뽑는것도 힘들고, 의사분이 30분넘게 악전고투를 하시며 한숨을 쉬시더군요.


난생 처음 잇몸에 주사맞아보는 저는 그저 주인의 재롱을 지켜보는 고냥이처럼 멀뚱멀뚱...
입안 구석구석을 다양한 기계로 맛사지 해 주는 그 느낌에 제 마음은 사진처럼 갈팡질팡...


그런데 제일 힘든건 입 벌리고 있는 거네요.
30분동안 입 쫘악 벌리고 있는거 상당히 힘들군요.


이제 슬슬 마취가 풀려가는 듯 슬금슬금 통증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정갈한 사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포스팅이군요. ㅡㅡ;

오늘 밤엔 눈속에서 울부짖으며 고통을 참아볼까요.

'Photo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성을 자극하는 리코더의 향음...  (16) 2010.03.12
법정 스님 입적  (10) 2010.03.11
3월의 차가운 사랑이야기  (13) 2010.03.10
온가족이 모여 너구리굴 만들기  (11) 2010.03.08
A.S  (8) 2010.03.07

3월 중순이 다 되어가는 대구에서 이런 눈을 본건 아마 태어나서 처음이 아닌가 싶네요.
발정난 개처럼 카메라 들고 아파트를 뛰어다니다가 재미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이런 애교스러운 커플이~
찍혀있는 발자국을 보니 이곳에 그리 많은 사람이 왔다 간것 같진 않은데
염장 포스를 이기지 못한 커플이 금새 이런걸 만들어놓고 갔나 보군요.

디테일까지 신경써서 저 맞잡은 손까지...
저거 만들면서 참 행복했을 듯. 주위에 눈이 녹아있진 않나?


그 옆에는 이런 것도. ㅡㅡ;
세상은 차가워 죽겠는데 왠지 저 눈은 따뜻할 것 같아.


저런 알콩달콩한 눈사람을 찍고 있는 제 마음은 이런 느낌?


대부분은 봄 가을에 꽃을 피운다지만
차가움 속에서만 피는 저 꽃은 어느 꽃보다 아름답군요.


포스팅 할 사진들 많이 건졌으니 천천히 나눠가면서 올려야겠습니다.
그나저나 전 원래 초보찍사긴 하지만
눈 사진은 정말 잘 못찍겠네요. ㅡㅡ;

'Photo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법정 스님 입적  (10) 2010.03.11
눈속에 파들어가서 뒹굴고 싶네요  (14) 2010.03.10
온가족이 모여 너구리굴 만들기  (11) 2010.03.08
A.S  (8) 2010.03.07
지금 이래도 되는 건가? 일본 워킹홀리데이 합격  (22) 2010.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