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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2.12.03  다들 그렇고 그런 것 10
  3. 2012.04.30  술맛은 모릅니다 16
  4. 2012.01.10  늙는것도 재밌습니다 16
  5. 2011.12.26  오랜만에 강군 20
  6. 2010.05.18  1년만에 만난 강군부부 20

 

서울에서 내려온 당일 미국에서 잠깐 돌아온 친구 강군을 만나러 대구역쪽으로 향합니다.

미국에서는 아무래도 회 같은 날생선을 잘 먹질 못하니 해물집에서 한 끼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강군이 찾아놓은 해물집은 장사를 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결국 골목을 돌아다니다가 허름한 고기집으로 들어갑니다.

이제 슬슬 중년에 접어드는(?) 남정네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는 데는 골목길의 옛냄새 풍기는 고기집이 낫겠죠.

 

 

 

강군은 감기가 심하게 걸려서 아직도 몸이 완전한 상태는 아닙니다.

관계 없는 시기에 미국에서 걸려서 한국에 돌아온 거라 메르스는 아니에요.

 

척 보기에도 살이 빠져 보일 정도로 앓았던 모습이 남아있습니다.

예전에 결혼하고 미국 갈때 제가 중고로 구해줬던 니콘 D80 카메라를 아직 쓰고 있는데

역시 시대가 많이 지나고 해서 상태가 조금씩 안좋아지고 있네요.

 

다음 올때쯤에 가벼운 미러리스를 하나 던져줘야겠습니다.

 

 

 

돼지갈비가 3인분부터 가능하다고 해서 둘이서 3인분 시켰는데, 이건 뭐 저 혼자서도 먹고 2인분은 더 먹을 수 있겠네요.

한국의 고기사정이 참 통탄스럽습니다. 그래도 뭐 강군은 미국에서 먹는 고기와는 좀 다른 풍미일테니까.

 

사실 한국에 돌아온지 몇 주는 되었다고 해서 먹을거 많이 먹었겠죠.

블로그에 끄적일 만한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강군의 그간 인생살이 들으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중고등학생때는 공부에 별 관심이 없고, 영화배우 된다고 서울의 제 서식지에서 1년간 같이 산 적도 있고.

파란만장한 젊은 시절을 보냈지만 결국 공부를 죽어라고 해서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따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저희 엄니가 '니가 여자였으면 강군 절대 안놓치고 시집보냈을 거다'라고 입이 닳도록 이야기하는 정도니까요.

 

 

 

뭐 땅놀이나 건물놀이, 노인네들에게 건강식품 팔아먹는 사기 등으로 떼돈을 번 벼락부자들이야

그 인격과 지능지수에 무슨 고민거리가 있겠습니까만은.

 

강군은 그렇게 열심히 살아왔음에도 여전히 인생에 여러가지 난관이 많은 법입니다. 이게 사람의 삶이겠죠.

고기와 술이 들어가고 이야기도 과격해지고 해서 모자란 고기를 보충합니다. 이번엔 갈비가 아닌 그냥 돼지고기로.

양념이 되어 있고 숯불로 초벌구이를 한 녀석이라 살짝만 익혀서 파와 함께 먹으니 맛있습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슬슬 손님들도 없어지고, 저하고 강군만 나가면 가게 접을 분위기라 슬슬 일어날 준비를 해 봅니다.

이런 허름한 곳에서 먹는 술과 고기는 분위기를 타서인지 나름 잘 들어가더군요.

 

카드로 계산을 하려는데 인식이 안되서 무슨 문제인가 싶었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식품용 비닐에 카드를 넣더니 다시 긁어봅니다. 놀랍게도 그냥 인식이 되네요.

TV의 생활지식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바보상자라도 나름 역할을 하긴 하는군요.

 

훗날 조사를 해 보니 신용카드를 오래 서서 겉표면이 닳으면 카드의 두께를 인식하는 리더기에서 에러가 생길 수 있다고 하는데

비닐을 덮음으로써 두께를 보충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생활의 지혜로군요.

 

 

강군도 카메라를 꽤 많이 만졌습니다만 바쁜 몸이다 보니 이론적인 부분과 실전에서의 활용에 가끔 익숙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미러리스라면 설정의 변화값이 액정에 바로 표시가 되기 때문에 촬영하는게 더 쉽죠.

 

그러고보니 요즘 카메라들은 워낙 사용자 편의성이 좋아져서 어지간하면 쉽게 찍어내는 듯 합니다.

DSLR 시절만 해도 뷰파인더가 아날로그다 보니 실제 찍어보지 않고는 결과물 확인하기가 어려웠는데 말이죠.

필름 시절로 간다면 측광조차도 인화하기 전까지는 제대로 파악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노출계를 따로 사서 들고다니기도 했었고.

 

이전저런 잡담을 하면서 밤풍경 찍는 법을 살짝 설명하는 중에 대강 찍어본 사진입니다.

저는 30~40년전 발매된 수동초점 렌즈를 즐겨 쓰기 때문에 손으로 포커스링을 돌려 찍습니다만

강군도 제 걸 보여주니 이렇게 찍는게 재밌다고 하는군요. 아버지가 예술쪽에 관련이 있다 보니 강군도 예술가의 피가 철철 흐르고 있는 듯 합니다.

 

여전히 일정은 바쁘고, 한국에 이렇게 와이프분과 왔다 가는것도 상당한 지출을 요하기 때문에

아마 지금쯤은 미국에 다시 돌아가서 열심히 일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내년엔 저도 미국에서 강군 사는 모습을 한 번 구경하고 싶네요.

뱅기값도 값이지만 14시간 가까이 비행기 타는 게 정말 고역중의 고역이라서 좀처럼 용기가 안나고는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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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군 귀국 :: 2015. 6. 21. 11:30 Photo Diary

 

 

따끈따끈한 사진은 아니지만, 서울 온 김에 사하라 멤버 나침반님을 자주 뵙고 있습니다.

형님이 쉬는 토,일중 하루를 잡아서 겸사겸사 만나고 있네요.

선거 끝날때까지는 공휴일도 언제 나가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

만나기 하루 전에야 겨우 약속을 잡고, 그나마도 갑자기 형님이 나가야 하면 취소할 수밖에 없어서 폐를 끼치는군요.

 

몇년을 들여 착실히 여행준비를 하고 계시니, 저처럼 그냥 마음가는대로 움직이는 사람으로서는 존경해 마지않습니다.

지난번 갤럭시 대란때 스맛폰을 구입하셔서 일하는데 아주 유용하게 쓰고 계시네요.

 

 

 

밖에서 고기먹는 일은 꽤나 드문데, 이런것도 해 볼까 하는 마음으로 고기도 먹습니다.

일하시느라 힘들텐데 자꾸 불러내서 죄송하기도 하지만, 이쪽이나 나침반님이나 기분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혼자 생각해 보고.

 

홀로 세계일주 준비중인 분이라 심적 부담도 크실텐데, 형님 친구 이야기를 듣고 조금 기분이 가벼워졌다고 해야하나.

형님친구 부부는 한국서 꽤 잘나가다가 일 다 때려치우고 부부가 세계여행에 훌쩍 나섰다고 하더군요.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여행중에 애까지 쑥떡 낳아버렸다는 말을 듣고

어깨에 힘 빼도 나갈 사람은 다 나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침반님도 몇년뒤에 출발하실텐데, 출발지인 미국대륙 한바퀴 정도는 저도 같이 따라가서 배웅해드리면  좋겠네요.

 

좀 오래되긴 했지만 문득 생각나는 노래 한곡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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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잘 안마십니다.

술에 대한 좋은 기억이 없어서요.

마셔서 기분 좋았던 적도 없고 술이 당겨서 초조했던 적도 없습니다.

 

오늘 햇빛 드는 창가에서 기네스 한잔 당긴것은 술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이 술을 좋아하던 친구를 끄집어내기 위해서였죠.

 

멋진 장식과 아늑한 조명, 은은한 음악과 맛있는 안주는 필요없습니다.

필요한 것은 이 녀석을 마시며 행복해하던 친구의 기억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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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차 마시는데 국민학교 동창 재미군한테서 문자가 왔습니다. 근 4년만인가?
4년전 차 뽑았다고 자랑하면서 만난 후 한 번도 연락이 닿질 않은 녀석이었습니다.
그때 인턴 들어간다고 이제 바빠질거라 말하길래, 2년쯤 문자와 전화를 보내도 도통 대답이 없어도
그냥 인턴이 그런갑다 싶어서 가만 놔뒀습니다. 결혼할 때 되면 알아서 전화오겠지 했죠.

그런데 이녀석 벌써 결혼하고 애가 9개월째랍니다.
제가 일본서 달리고 있을때 결혼했더군요.

이 친구가 제 연락처를 알게 된 사연도 참 기구합니다.
블로그 포스팅중 위 사진의 강군 집에 놀러가서 회를 흡입하던 이야기가 있는데요.
도중에 강군의 고등학교 친구인 L님이 합석해서 좀 놀다가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그 L님이 재미군과 같은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친구라 그걸 통해 강군한테 연락하고
다시 강군한테 제 전화번호를 알아서 연락을 하게 됐더군요.

참 사람 사는 세상이란게 좁기도 좁네요. 그렇게 이어지다니.


이 친구가 국민학교 3학년때 같은 반이 된 후로 질긴 악연을 이어가는 재미군입니다.
본명은 아니지만 저희 엄니께서는 아직도 재미라고 부르고 계시죠.

저는 이 친구 의대가서 결혼할 여친도 있다는 것까지 알고는 있었지만
강군은 사실 중학교 이후로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이번이 거의 15년만의 만남입니다.
그 기분은 과연 어떤 것일지...

전 사람 이름 기억하는게 너무나도 서툴러서 사실 초중고대 전부 합쳐도 기억나는 이름이 10명 남짓이죠.
사실 고등학교부터 취미생활이나 동호회 활동으로 알게 된 분들과 더 친해서
학교 친구는 그닥 기억이 안나기도 합니다.

강군과 저는 이곳저곳 옮겨다녔지만 재미군은 평생을 예전 초등학교 근처에서 살고 있더군요.
그 꼬맹이들이 이젠 결혼과 자식 이야기 하면서 술잔을 기울이는 나이가 되다니...


횟집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재미군의 신혼집으로 쳐들어갑니다.
올줄 알고 부랴부랴 청소를 해 놨다고 하더군요.
빚도 좀 내서 젊은 나이에 번듯한 아파트도 한 채 구했고, 의사니까 먹고 살 걱정도 비교적 적고.
이 인간이 이렇게 인생의 승리자가 될 줄은 몰랐네요.

워낙 오래 알고 지낸 친구라... 여러가지 집안 사정도 잘 알고 있고
본인 스스로도 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다고 할 정도로 고민이 많던 시절이 있었는데
(의사 친구를 줄줄이 비엔나로 꿰고 계시는 아버지 왈, 정신과 의사는 절반쯤은 정신병 환자라고...)
훌륭하고 듬직한(?) 와이프분과 함께 안정을 찾았는지 지금은 내과의사라고 합니다.

자던 애를 깨워서 대면을 했습니다. 커서 여자 꽤나 울리겠더군요.


이 친구가 결혼해서 애를 낳다니...
저로서는 참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구나 싶을 정도의 놀라움입니다.
아이가 태어나는 것은 역시 축복인 것 같습니다.

재미군의 표정을 보고 저도 안심이 될 정도니.
근데 재미군은 아마 저 보고 별로 안심이 안 될듯.


결혼년차로서는 선배인 강군은 아직 아기가 없는데
역시 슬슬 시기가 되었는지 아기를 굉장히 귀여워 하네요.
근데 남정네 둘이서 쳐들어와 그런지 아기는 고양이처럼 경계합니다.

일단 눈빛에서 지면 안되니까 강렬한 기싸움도 해 보고.


와이프분께서 닭 똥꼬에 맥주캔을 꽂아 만드는 요리를 해 주셨습니다.
아기는 아직 그런거 못 먹으니 바나나를 물려줍니다.

당연하겠지만, 원래 잘 먹고 잘 웃는 녀석이라고 하는데
한 남정네는 귀신같은 미소를 띠며 손을 뻗치고
한 남정네는 시커먼 흉기같은 카메라를 들고 연신 찰칵거리니
경계의 태세를 늦추지 않는군요.


빈틈을 노려서 엉덩이를 터치하는 노련한 강군의 손놀림에 놀라는 표정이네요.
일단 안되겠다 싶으면 아버지한테 꼬물꼬물 기어가서 와락 안기를 걸 보니 뿌듯합니다.

전 고양이 키울때 그런 일 많이 겪어서 공감이 되더군요. TV 보고 있으면 목 사이로 목도리처럼 끼어들곤 했었는데.


저야 결혼 예정이 없으니 아이 예정도 없지만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강군의 눈에 비치는 아이의 모습은 아마 각별하겠죠.
그래도 손에서 맥주 놓치 않는건 역시 강군답습니다만.


아기가 치킨에 너무 관심을 많이 가지는 바람에 감옥에 가둬놨습니다.
어느 정도 버티다가 내보내달라고 떼를 쓰니 부모로서는 어쩔 수가 없더군요.


연기공부도 해 봤던 강군이라 표정이 변화무쌍하긴 합니다만
이런 표정은 쉽게 나올 수 있는게 아닌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자기 아기와 이러고 있는 모습도 사진으로 남길 수 있겠죠.


본인 스스로도 남녀역할이 바뀐 집이라고 말할 정도로
마음여린 재미군이니, 자기 자식이 얼마나 귀여울지 상상이 갑니다.
인생의 행복이란 그렇게 원대하게 생각할 것 없구만 싶더군요.

저희 엄니께서는 자식새끼가 크고나니 이건 뭐... 라고 반농담으로 말씀하시지만
어쨌든 '반'농담인건 확실하니, 지금 이럴때 최대한 행복을 만끽해야 하겠죠.


벌써부터 자식한테 술 권하는 사회가 되다니... 오호 통재라.

재미군이야 의대다니니 술이 느는건 당연하고
강군이야 더 늘면 그건 인간이 아닌데
전 참으로 오랜만에 술을 아주 빨고 또 빨았습니다.

평균 1년에 맥주 한두 캔 정도가 정량인 제가
이날 마신 맥주가 약 4병에 화랑, 벡세주 등등이었으니.


바나나는 초토화시켜놓고 포도에 관심을 보이는 아기.
재미군이 별것 아니라는 듯이 나중에 자기가 바나나 다 처리한다고 말하는걸 보니
이제 정말 한 자식의 아비가 됐구나 싶더군요. 뭔가 찡한 순간이 많던 날이었습니다.


친구는 끼리끼리 모인다는 말이 있는데
강군이나 이 친구나 저나, 뒤에 합류한 L님이나
나름 굴곡있고 사연있는 집에서 자란 경험이 있어서

뭔가 이 이상 행복할 수 없는 듯한 지금의 장면 장면들을 보면
Bravo my life 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남정네들과 노는게 질렸는지 부엌에서 이유식 만들고 계시는 엄니한테 후다닥 기어갑니다.
속도가 B모 생물체를 연상시킬 정도로 빨라서, 돌 지나고 나면 아주 날아다니겠구나 싶더군요.


밥 먹고 상황이 좀 익숙해지는지 박수도 쳐 주고 합니다.
아쉽게도 활짝 웃는 모습은 찍어주질 못했지만
다음에 볼 때는 아마 웃어주겠죠.

돌사진도 찍어달라면 찍어주겠지만, 가족끼리만 소소하게 보낼거라니 그것도 좋습니다.


와이프분한테 뭐 사러 나간다고 둘러대고
택시까지 타고 이곳으로 오는 L님과 합류한 후 다시 밖으로 나갑니다.
그 전에 술이라는 연료를 충분히 충전한 강군의 불타는 연기혼은 사그라들줄 모릅니다.

강군 자식한테 보여줄 사진이 많아서 햄볶아요.


L님은 사실 지난번에도 강군 집에서 술 마시다가 좀 늦게 들어가셨던데...
이거 우리가 한 가정 파탄내고 있는게 아닌지 걱정이 되더군요.
와이프분께 인사하고 다시 한잔 걸치러 조그만 술집으로 걸어갑니다.


가정의학과 L님이십니다.
아기가 생기고 나서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증인들이 말을 하는데
인턴때였나, 아주 대차게 선배와 싸우고 확 때려친 경험이 있을 정도로
나갈때는 잘 나가는 성격인 듯 합니다.

그러니 이쪽 부류와 친구가 되는거지 싶기도 하고. 저도 남말할 처지는 아니고...
재미군은 자기도 빠따 맞아가면서 생활했다고 하니
저는 의사 안되길 잘한것 같긴 합니다.
고등학교때도 한 발짝만 더 나갔으면 그대로 중퇴해버렸을 듯한 성격이라...


생맥주 벌컥벌컥 마셔가면서 밀린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강군이 제 카메라로 재미있는 사진 많이 찍었는데
어두운 술집에서 가뜩이나 익숙하지 않은 수동렌즈로 찍으려니 힘들었을 듯.

좀 과하게 망가진 사진은 차마 여기 올릴수가 없어서 패스.


이 날이 일요일이라서
L님과 재미군은 12시 조금 넘어서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고
강군과 저는 대구에서 유명한 막창골목이라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제 마음의 고향이라고 할 만한 아파트 주위가 어느새 막창골목으로 변했더군요.
예전엔 정말 아무것도 없던 주택가였는데...

밖에서 술을 거의 안마시는 관계로 막창이란걸 경험해 본 적이 없는데
궁금해하는 저를 위해서 강군이 데리고 가 줬습니다.
새벽이 지나가는데도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이 바글바글하더군요.


혼이 실린 요리사 강군이 (꼬막 포스팅을 보면 아실듯) 정성을 다해 구워준 막창.
엄청 질기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막상 씹어보니 그닥 질기지는 않더군요.
딱히 맛이라 할 만한건 없어도 가만히 씹고 있으면 고소한 향기가 입 안에 퍼지는게
음식으로서는 부족해도 술안주나 간식거리로는 그만인 듯 합니다.

집에서도 할 수 있다면 가끔 구워먹고 싶네요. 이런 맛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그 후에도 다시 호프집에 들어가 맥주를 빨아대며 이런저런 세상이야기 하고
집에 돌아오니 거진 새벽 3시가 되어갑니다.
숙취란 것이 걱정되서 중간에 여명808 이라는 신비한 명약을 마셨는데
그 덕분인지 자기 전까지는 머리가 지끈했는데, 자고 일어나니 두통이 없네요.
과연 술 좋아하는 분들에게 최고의 베스트셀러라는 말이 헛소문은 아닌 듯 했습니다.

강군은 얼마 안있으면 다시 미국으로 가서 라스트 스퍼트를 준비하겠죠.
거의 연락을 포기한 친구와의 접점이 다시 생겼으니 본가에 있는 동안에 얼굴 좀 봐야겠습니다.

그때 그 국딩들이 이런 밤을 보내는 나날이 온다는 건...
여러가지 감회가 참 깊어서 말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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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맞아 미국서 귀국한 강군부부가 집에서 밥 한끼 먹으러 오라고 해서 갔습니다.
강군 부모님댁이 실로 오랜만에 이사를 하셔서 집구경하려는 의도도 좀 있었죠.

원래 그랬는지 미국살면서 그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맛있는 꼬막을 만들어주겠다며 시계까지 내려다 보며 정확하게 꼬막 삶는 시간을 지키는 강군.


정확히 1분이 되자 후다닥 건져냅니다.
저렇게 입이 저절로 열리지 않는 정도까지 살짝 삶아낸 녀석이 부드럽고 맛있다네요.
꼬막에 대한 강군의 열정과 집착에 고개가 수그려집니다?


이사하신 아파트는 그야말로 드라마 촬영장을 방불케하는 어마어마한 광경이었습니다.
몇십 년이나 된 아파트지만 당시 최고급 VIP 만을 위해 지어진 녀석이라서
리모델링을 거친 집은 뭔가 아파트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의 별천지더군요.

게다가 강군 부모님은 두분 다 예술가.
벽에 걸려있는 그림들은 전부 강군 어머님이 그리신 것들이죠.
실내 벽돌과 함께 조화를 맞추는 목재 디자인은 모두 부모님께서 직접 계획하셨다고 합니다.


애초에 이런 곳으로 이사하게 된 이유도
아버님 서재와 어머님 화실이 필요해서라고 하시니.
대한민국 아파트중에서 이만큼 느낌좋은 곳은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남의 집자랑을 이정도로 하고 술과 함께 준비해주신 횟감들을 음미하기로 하죠.
혼을 불어넣은 꼬막이라서 그런지 부들부들하고 짭쪼름한 맛이 일품입니다.
이걸 요리라고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시계까지 끌러가며 요리사의 정신을 보여줬으니.


강군 결혼할 때 카메라 추천해달래서 추천해준 니콘 D80 입니다.
보급형 모델중에서 이만큼 잘 빠진 녀석이 또 없더군요.
근데 와이프분이 저한테 사진찍히기를 싫어하시며 자꾸 도망가는 바람에
결국 강군만 신나게 찍어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외모가 어디가서 꿀리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시남...


제가 좋아한다고 개불까지 준비해놓은 준비성좋은 강군입니다.
강군 부모님과는 중학교때부터 잘 알고 지내와서 오랜만에 이야기를 많이 나눴군요.
중간에 강군의 고등학교 친구까지 불러서 좀 더 거하게 술을 마시며 꼬막을 뜯어먹었습니다만
그 친구분은 와이프와 두살난 아이가 기다리고 있어서 조금 일찍 자리를 떴네요.

와이프를 12시까지 기다리게 하는건 좀 후환이 두렵긴 합니다만...


대구 본가의 제 방안에도 오른쪽과 똑같은 그림이 걸려있습니다.
강군 어머님 첫 개인전 여실 때 선물로 저한테 주셨죠.
이런 걸 값도 지불하지 않고 덥석 가져오는 바람에 송구스럽기 그지없습니다만.

제가 마음에 들었던 이 그림이 사실 어머님 작품중에 제일 인기가 많다고 하시는군요.
저한테도 예술을 간파하는 눈이 달려 있는건지도.


새벽까지 회판에 술판에 광란의 밤을 보내다가
강군 엄니께서 준비해 주신 매실차 한잔으로 상황을 종료했습니다.

이건 강군이 제 카메라 만지면서 찍은 사진인데,
과연 더블 예술가의 피를 이어받았는지 남 카메라로도 잘 담아내는군요.


도망가는 와이프분 대신에 포즈도 잘 취해주는 강군입니다.
오늘은 저희 집에서 밥 좀 먹일려고 불러놨으니 내일도 어쩌면 이런 식의 포스팅이 될지도...

근데 와이프분이 도망가서 그닥 찍을게 없고... 그냥 음식 사진이나 올라갈 것 같군요.
내년까지 열심히 하면 박사과정도 끝날 듯 한데, 한숨 돌릴만한 인생이 되면 여행이라도 같이 가고 싶습니다.
사하라 같이 가자면 와이프분한테 몹쓸 짓을 하는 것 같아서 그냥 여행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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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강군 :: 2011. 12. 26. 18:15 Photo Diary

1년전 결혼후 미국으로 떠난 친구 강군과 와이프분이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일본 가기전에 얼굴이라도 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네요.

살이 쏘옥 빠져서 돌아왔길래 '미국서 결혼생활이 그리도 힘들었나' 싶었는데
사실은 작년에 살이 좀 찐 상태였고, 이번이 원래 몸이긴 했습니다.

일단은 근처 고깃집에서 식사 좀 하기로.


다 먹고나서 하는 이야기지만 역시 밖의 음식은 좀 힘들긴 하네요.
집에 돌아오니 어찌나 방귀가 우렁차고 줄기차게 나오는지, 자칫하면 질식사할뻔 했습니다.


고깃집은 시끄러워서 식사 후 적당히 조용해보이는 술집으로 이동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결혼 후 저희 엄니께서 참한 남자가 품절되어 안타깝다는 말씀을 많이 하실 정도로
(덤으로 제가 여자였으면 무조건 달려들어서 결혼시켰을거라는 말씀까지... ㅡㅡ;)
참으로 괜찮은 남자 강군의 연예계 경험을 살린 포즈.

농담입니다.

아, 아깝다는 말씀은 농담 아니구요. 와이프분이 못났다는 말도 아니니 오해마시길.


작년 결혼전에 카메라가 필요하다고 해서 제가 추천한 니콘 D80.
미국서 많이 찍었다는데, 막상 생각해보니 전 와이프분 싸이월드를 모르네요. ㅡㅡ;
애초에 싸이월드란걸 쓰지 않다보니... 강군 싸이월드는 예전에 알고 있었으니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먹는걸 참으로 좋아하시는 와이프분.
미국으로 남편따라 홀홀단신으로 건너간 터라 걱정 많이 했는데
금새 익숙해지고 거기가 더 살기 좋다고 하시니 마음이 좀 놓이더군요.

근데 막상 이야기가 시작되고 보니 그 마을도 좀 아스트랄합니다. ㅡㅡ;


배가 불러서 안주없이 맥주만 계속 시켰습니다.
점원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와서 안주는 안시키냐고 물어보니 좀 황당하더군요.
돈 안되는 손님은 꺼지라는 말인지... ㅡㅡ;


미국에 있을동안 여러가지로 다사다난했던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들었습니다.
여행가기 전에 만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던게...

이 친구가 미국에서 보낸 몇 년간은 제가 이제부터 떠나려는 여행보다 훨씬 힘들고 고된 여정이었다는걸
실감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저한테 나름대로 용기를 심어주더군요.

좋은일 나쁜일 많았겠지만 이제 조금만 더 하면 찬란한 앞날이 기다리고 있을테니 힘내길 바랍니다.


여자사람 사진만 많이 찍는다고 강군이 뭐라 했지만
그건 당연한거 아닌가요. ㅡㅡ;

날씨 좋은 낮에 만났으면 어디 경치 좋은곳에서 사진이라도 좀 찍어줬겠는데...
아마 제가 1년후에 돌아오면 딱 이때쯤 다시 만날 수 있을테니
어쩌면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금새 다시 만나는 기분이 들 것 같습니다.


생활이 빠듯한 강군이라 이번에 미국서 아이패드를 몇개 가지고 왔더군요.
이게 마지막 남은 한개였습니다. 술자리 도중에 거래자를 만나서 팔고 왔습니다.

요즘 미국에서도 아이패드 구하기가 힘들어서 안면 몰수하고 간신히 구해왔다고 합니다.
조금이나마 생활비를 보탤 수 있어서 다행이네요. 술값 좀 줄이고 미국으로 가져갈 수 있길.


날짜가 안맞아서 제가 떠나기 전까지 한 번이라도 더 볼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한국에서 즐겁게 쉬다가 가길 바랍니다.
공돈 생기면 일본에 한번 오길. 돈 보내줄 수 있는 처지는 아니지만...

근데 이 사진, 강군 머리통이 너무 크게 나왔네요. 광각의 왜곡탓이라고 생각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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